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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으로 치유되는 상실의 아픔 (오락성 5 작품성 7)
이방인들 | 2012년 5월 11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오래전 고향을 떠나온 연희(한수연)는 뜻밖의 소식을 듣는다. 1년 전 화재 사고로 자신의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 오래전 엄마를 버리고 고향을 떠난 그였기에, 죄스러운 마음이 그를 휘감는다. 고향을 찾은 연희는 똑같은 화재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석이(여현수)와 함께 엄마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살던 옛집에서 한 소녀와 마주치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엄마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어렸을 적 그녀가 짝사랑하던 교회 지휘자 선생님 성진(김중기)이 화재 사고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방인들>은 죽은 엄마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딸의 로드무비인 동시에,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담은 힐링무비다. 다시는 오지 않을 거라고 맹세한 고향에 발을 들여 놓는 연희는 자신이 몰랐던 엄마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과거 엄마와 함께 살았던 추억들이 되살아나고, 잊고 지냈던 모정을 느낀다. 그리고 후회한다. 엄마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보다 용서를 구하지 못했다는 상실감이 그를 옥죈다. 웃을 수 없는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를 감내하는 연희의 이야기는 느리지만 가슴속 작은 파장을 일으킨다.

극중 공간을 다루는 감독의 연출력은 파장의 강도를 높인다. 연희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고향의 모습은 과거 연희가 엄마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왜 그가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곱씹게 한다. 더불어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 연희를 이해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이는 어느 순간 이방인이 되어 버린 연희가 점점 애증의 공간인 고향에 젖어가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묘사되는 이유다. 물론 영화의 진행 속도가 느리고, 대사의 활용도가 적은 편이라서 극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엄마의 품 같은 고향에서 천천히 치유되는 인물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지루함을 걷어내는 치유력, 영화만의 매력이다.

2012년 5월 11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상실의 아픔을 가져본 사람들은 쉽게 공감.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감독의 연출력.
-매 장면마다 심각한 표정을 짓는 연희. 내가 다 심각해지네.
-좀처럼 표출되지 않는 감정.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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