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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선수들의 영화다 (오락성 8 작품성 9)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 2012년 2월 1일 수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연기 달인들의 전쟁’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영화다. 전체를 책임진 주연부터 조연과 단역까지, 배역의 경중에 상관없이 모든 연기자가 하나의 조직체처럼 짜임새 있게 움직인다. ‘윤종빈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말도 틀리지 않다. <용서받지 못한 자>로 뜨겁게 주목받고, <비스티 보이즈>에서 주춤했던 윤종빈은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로 전작의 패착을 극복하는 동시에 첫 작품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허리가 부실한 한국장편 영화에 든든한 중원이 등장했다는 믿음도 갖게 한다. 귀신같은 배우들과 치밀한 연출이 만나, 박력 있는 영화를 내놓았다. 이건 선수(프로)들의 영화다.

경주 최씨 충열공파 35대손. 이것은 최익현(최민식)이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 세상에 그에게 하사한 크나큰 선물이기도 하다. 또 하나 가진 게 있다면, 상대를 구워삶는 기막힌 화술과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빛나는 잔머리다. 일개 공무원이었던 그가 정재계 큰 손들을 주무르는 ‘로비의 신’이 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이 혈연과 타고난 임기응변에 비밀이 있다. 최익현 인생의 전환점은 부산 조직 폭력배 최형배(하정우)와의 만남이다. 거액의 필로폰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접촉한 최형배가 ‘알고 보니 자신의 손자뻘 되는 먼 친척’임을 알게 된 익현은 그를 등에 업고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조폭도 아니고 일반인도 아닌 ‘반달’인생. 뒷돈을 받아 챙기고, 윗선에 줄 대고, 카지노 경영권까지 쥐어흔들던 익현은 형배의 라이벌 조직 두목 김판호(조진웅)와 관계를 맺으면서 형배와 틀어지기 시작한다. 카메라는 최익현이라는 인물을 통해 의리가 포장되고 권모술수가 횡행했던 80년대 시대 공기를 집어삼킨다.

언뜻 보면 <대부>나 <좋은 친구들> <카지노>가 연상된다. 그러나 할리우드식 정통 느와르와는 또 다르다. 이 영화에는 기존 장르영화의 문법을 비트는 재미가 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마틴 스콜세지 등을 필두로 한 갱스터 무비 특유의 분위기가, 부산이라는 공기와 결합하는 순간 너무나도 한국적인, 듣도 보도 못한 기이한 탈장르로 변형된다. 장르영화에서처럼 수위 높은 잔인한 폭력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 역시 장르를 위한 배치라기보다 캐릭터의 결을 살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관계를 다루는 방법도 흥미롭긴 마찬가지다. 치밀한 계산 하에 ‘폭력과 유머’의 완급을 조절하며 놀라운 긴장과 코믹한 에너지를 품어낸다. 눈물 질질 짜며 수작을 부리는 최익현에게 “내가 또 속는다”고 혀끝을 차는 형배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운 가운데 애잔한 수 있었던 건, ‘폭력과 유머’의 완벽한 조합 덕이다.

감독이 밝히기도 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조폭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아버지 세대가 남기고간 추억의 부스러기. 자신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꼰대’가 되어간 그들을 향한 연민이자 풍자다. 이 점에서 영화는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와 맞닿은 동시에 또 다르다. <우아한 세계>의 조폭 인구(송강호)처럼 최익현 역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인물이다. 인구가 고생 끝에 원하는 집을 얻듯, 익현도 희망하던 따뜻한 보금자리를 쟁취한다. 다른 게 있다면 인구가 ‘텅 빈 집에서 홀로 라면을 씹는’ 기러기 아빠의 삶으로 편승되는 것과 달리, 익현은 <대부>의 돈 콜레오네처럼 거대 일가를 건설한다. 인구가 철저히 가족을 위해 희생했다면, 익현은 가족(특히 맡아들)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킨 셈이다. 그래서 두 영화는 똑같이 아버지를 얘기하되, 남기는 뒷맛에 차이가 크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최익현의 얼굴로 마무리 되는 <범죄와의 전쟁>은 마치 식어빠진 커피를 들이 킨 것 같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선, 다시 한 번 언급할 필요가 있다. 놀랍게도 하정우가 나오는 장면 하나하나에서 폭죽이 터진다. 더 놀랍게도 최민식이 등장하는 시퀀스 자체가 폭탄이다. 이 뜨거운 배우들의 만남을 133분밖에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다.

2012년 2월 1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매력 있다, 하정우! 뜨겁다, 최민식!
-곽도원(검사), 김성균(하정우 오른판)이라는 배우의 발견.
-한국형 갱스터 무비의 한 전범
-용서받지 못할 자, 누구?
-일반인과 조폭을 가르는 ‘반달’의 기준은 ‘애정남’에게 물어봐.
10 )
qazk00
재밌당
  
2012-02-09 17:47
kjh3059
살아있는 배우들!!   
2012-02-09 02:48
hidol
사투리가 어색하지 않은 영화~
최민식씨의 완전 반달역에 동화된듯한 모습,하정우씨의 건달 간지 와우~
예전 친구때 처럼 또다시 흥행돌풀을 일으킬거 같아요~
  
2012-02-07 08:48
chalna
대부님   
2012-02-06 13:44
spitzbz
무비스트에서 좀처럼 보기힘든 8점 9점이라는 점수... 기대감 백만배불려놓고어제보고왔습니다. 역시나~ 2시간이상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나 모르게 깔깔대나 왔네요.. 시종일관 난자질당하는 위트와 조소 연기의 향연.. 찌질함의 극치.. 영화보고 나오면서 영화가 참 이정도는 돼야지 라는 말을 연신 혼자 중얼거리며 나왔습니다.. 제가 가장 칭찬하는 말.. 이정도는 돼야 영화지.. 영화보는 맛을 진하게 들이킨 주말..좋았습니다   
2012-02-05 02:53
dudfuf0102
진짜 연기자들 연기력한번 끝내주더군요. 초반에는 좀 지루하다가 중반부터 포스가... 두 배우들만으로도 집중력 폭발하는 영화! 이런 작품 오랜만이라 개봉하자마자 달려가서 봤네요^^   
2012-02-04 17:46
ukkim47
먼지 잔뜩쌓인 쇼박스에 들어있던 애장품 복고를 꺼내들었네요~ ㅎ   
2012-02-03 10:38
mdj3186
선수들의 영화 정말 딱 맞는 말인것 같습니다 뭐하나 빠지지 않는 연기력등 정말 좋은 영화였습니다 마지막 장면에는 좀 씁쓸했지만 말입니다 우리나라 사회를 너무 잘 표현한거 같아서요...
근데 하정우씨 너무 멋있었어요 >_<ㅋㅋ   
2012-02-0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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