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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만 바라봐 (오락성 7 작품성 6)
오직 그대만 | 2011년 10월 21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제목만 봐도, 영락없는 멜로물이다. ‘오직’이라는 한정부사까지 붙여가며 ‘그대’를 수식하는 걸 보니, ‘지독한 사랑 이야기’임이 짐작된다. 그렇다면 궁금한 건, 그 지독한 사랑 이야기가 노희경/인정옥식 사랑 이야기와 임성한/문영남식 사랑 이야기 중 어디에 더 가까울까 하는 가다. 일단, 송일곤이라는 감독의 존재가 전자를 기대하게 한다.

낮에는 생수배달, 저녁에는 빌딩 주차장 경비로 일하는 전직 복서가 있다. 그의 이름, 철민(소지섭). 전과자라는 어두운 과거를 지닌 남자다. 철민이 일하는 빌딩에 텔레마케터 정화(한효주)가 있다. 시력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성격은 들장미 소녀 캔디보다 명랑 쾌활하다. 전직 복서와 시각장애인 여인이 만나 서로 호감을 느낀다. 사랑을 한다. 미래도 약속한다. 하지만 여자의 눈이 말썽이다.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영영 시력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 오직 정화만 바라보는 철민은 수술비 마련을 위해 위험한 격투 경기에 참가한다.

결과는 다소 의외다. 송일곤이라는 이름에 기대를 품었던 사람들이라면, 더욱 의외라 느낄 수 있다. 통속적이다, 상투적이다, 진부하다, 신파다, 촌스럽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는 약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해당하는 평가들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성을 건드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볍진 않다. 즉, 머리로는 갸우뚱하면서, 마음으로는 울게 되는 영화라는 얘기다. 적어도 임성한표 막장 신파는 아닌 셈이다.

신파의 그늘에서 <오직 그대만>을 건져낸 건, 연출의 ‘절제미’다. 송일곤 감독은 상업영화로 선회하면서 자신의 많은 것을 버렸다. 하지만 꾹꾹 누르고, 힘을 빼서 달리는 습성은 놓치지 않았다. 그것이 오글거리는 대사를 순화시키는 힘이 된다. 감정의 과잉을 막는 장치도 된다. 소지섭, 한효주 두 주인공의 호흡과 연기 균형도 좋다. 새로운 연기는 없지만, 안정된 연기는 있다. 무엇보다, 두 배우의 비주얼은 상업 멜로가 요구하는 모든 걸 충족시키고 있다. 소지섭의 고독한 느낌과 한효주의 순수한 감정이 만나 달달한 여운을 길어 올린다.

‘조건이 없는 것이 조건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멜리스 인 원더랜드>가 말하기를, 그것은 ‘사랑’이다. <오직 그대만>은 사랑을 하는데, 조건이 필요한가를 묻는다. 조건 없는 순수한 사랑을 노래하고 싶어 한다. 국제영화제개막작으로 합당한가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남지만, 가을날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영화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2011년 10월 21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가을엔, 멜로?
-소지섭, 한효주의 괜찮은 만남.
-왜, 울려!
-TV에서 많이 봐 왔던 이야기.
-소지섭 한효주의 베드신? 그래. 침대 위에서 얘기 하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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