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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고 싶지 않습니다... (오락성 6 작품성 6)
아이들... | 2011년 2월 17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다섯 명의 아이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이 두 가지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짐작 가능한 사건이다. 한 때 길거리 전단지에서, 과자 봉지에서, 공중전화 카드에서, 담배 케이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다섯 명의 아이들. 잊혀져가던 아이들을 다시 불러 낸 건, <리턴>의 이규만 감독이다. 죽은 자는 돌아왔지만, 죽인 자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통한의 사건. ‘개구리소년실종사건’이다.

1991년 3월 26일 대구 달서구 뒷산으로 도롱용을 잡으러 간 다섯 명의 초등학생들이 사라졌다. 연인원 30만명이 동원돼 수색작업에 나섰지만 결국 아이들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2002년, 신축 공사장에서 유골이 발견됐다. 범인은 끝내 잡지 못했다. 그리고 2006년 공소시효 만료로 끝내 미해결 상태로 종결됐다.

실화를, 그것도 미제로 남은 사건을 영화화하는 데에는 난관이 많다. 과도한 상상력을 가미했다가는 상업적이라 비판받기 쉽고, 있는 그대로만 전달했다가는 대중에게 외면 받는다. 이러한 딜레마 앞에서 고민했을 <아이들...>은 전반은 실화에, 후반은 스릴러에 중점을 두는 방법으로 사건을 재구성 해 나간다. 하지만 이 속에서도 고민해야 할 난제는 남는다. 실체조차 없는 범인을 어떻게 형상화 할까? <살인의 추억> <그놈 목소리>와는 어떻게 차별화 할까?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에는 어떻게 다가갈까? <아이들...>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그 많은 선택 앞에서 고민했을 감독의 얼굴이 아른거린다는 점이다. ‘덕분에’ 영화는 실제 사건을 대하는 진정성을 확보한다. 하지만 ‘때문에’, 전반적으로 머뭇거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영화적 쾌감에 손상을 준다는 얘기다. 궤를 달리하는 전후반 구성도, 완성도의 편차라는 적지 않은 누수를 발생시킨다.

전반부는 “잘못된 루머들로 상처받은 부모들의 명예회복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감독의 의지를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외계인 납치설, 암매장설, 앵벌이설, 인신매매설 등 갖가지 소문들 속에서 감독이 주목한 건, ‘한 아이의 부모가 유괴를 가장해 죽인 후, 집에 암매장했다’는 가설이다. 이를 위해 영화는 특종에 목말라하는 다큐멘터리 PD 강지승(박용우), 형사 박경식(성동일), 피해자 종호의 아버지(성지루)와 그를 범인으로 모는 교수 황우혁(류승룡)을 끌어들인다. 이들 중 전반부를 지탱시키는 큰 힘은 황우혁으로부터 기인한다. 그는 자신이 경계하는 ‘인지부조화(현실이 충돌할 경우 심리적 불편을 덜기 위해 거짓된 사실을 믿게 된다)’의 이론 속으로 스스로 함몰되어 간다. 자신이 믿는 이론이 위기에 처하면, 다른 이론을 들어 방어한다. 그게 무너지면 또 다른 근거를 들어 막아낸다. 끝나지 않는, 끝나지 않을 그의 주장들. 그건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은 ‘개구리소년실종사건’의 성질과 맞닿아 묘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영화는 사실보다 상상에 기대 극을 전개시킨다. 여기엔 스릴러 영화의 단골손님인 사이코 패스가 있고, 추격전이 있고, 정의를 외치는 영웅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상상의 무한 자유가 허용된 순간, 그 자유를 감당해 내지 못하는 인상이다. 용의자가 도축업자라는 설정은 너무나 자극적이다. 그가 자신을 의심하는 강지승의 딸을 납치하려 하는 부분은 지나치게 억지스럽다. 그리고 소 도축장에서 만난 용의자과 지승의 육탄전은 지나치게 우연적이다. 이것들이 결국 전반부의 리얼리티마저 상쇄시키고 만다.

사실과 상상 사이에서 종종 흔들리는 영화에, 그래도 확실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 게 있다면 배우들이다. 박용우, 성동일, 류승룡, 성지루, 김여진의 연기는 <아이들...>이 어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무기다.

2011년 2월 17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영화로 살아나는 또 하나의 미제 사건. 그것도 개구리소년살인사건!
-실화를 함부로 다루지 않으려는 감독의 마음. 그게 느껴진단 말이지
-이 영화의 또 다른 제목은 <연기파배우들...>?
-전반 따로, 후반 따로. 따로따로
-장르영화 특유의 호흡은 무딘 편
2 )
gaeddorai
후반부 범인을 밝혀주는 부분부터는 별로라는 인상을 지울수없었지만,
누가?왜?라는 끈질긴 물음이 무게감있게 이어져 괜찮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2011-02-28 20:40
chelll
우리가 지켜야 할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잘못과
반성, 그리고 사회적인 책임감이 느껴지는 가슴
묵직한 감동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강력추천합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2011-02-19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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