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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뜨거운 127시간 (오락성 8 작품성 9)
127시간 | 2011년 2월 14일 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127시간>은 대니 보일의 인장이 명확하게 박힌 영화다. 리드미컬한 카메라 워크. 롤러코스터로 안내하는 듯한 현란한 편집과 인상적인 화면 색조. 저 순간에 어떻게 저런 음악을 쓸 수 있을까, 싶은 음악 선곡의 대범함까지. 3D 입체 영화보다 리얼하고 역동적인 순간이 <127시간> 안에 있다. 여기에 제임스 프랭코의 신들린 원맨쇼까지 더해졌으니, 놓치면 아깝다. 러닝타임이 127시간이 아니라 93분인 게 아까울 정도라고 하면, 너무 호사스러운 극찬일까.

2003년, 미국 유타주 블루 존 캐넌. 여기 피 끓는 청춘이 있다. 그의 이름은 아론 랠스톤(제임스 프랭코). 자연을 사랑하고 모험을 즐기는 그는 시간만 나면 암벽을 타고 사막을 달린다. 넘어져서 무릎이 깨져도, 자전거를 타다가 고꾸라져도 좋아 죽겠단다. 그에게 야생의 자연은 안방만큼이나 편한 무대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 좁은 협곡을 타다가 발을 헛디딘 아론은 밑으로 추락하고, 바위 사이에 오른팔에 끼어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된다. 그가 가진 거라곤, 500ml 물 한통, 캠코더, 낡은 로프, 헤드랜턴, 그리고 싸구려 중국제 나이프 뿐. 이제 악몽 같은 127시간. 혹은 그의 인생을 뒤 바꿔 놓을 127시간이 시작된다.

<127시간>은 조난당한 한 남자, 아론 랠스톤의 파란만장 127시간이다. 이 이야기는 실화다. 극적으로 살아남은 그는 언론을 통해 소개되며 유명인이 됐다. 책도 발간했다. 한마디로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 극영화로 제작되기엔 실화라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다. 좁은 공간·한정된 인물이라는 제한 조건들 역시, 극영화로서의 재미를 담보할 수 있을까란 의문을 준다. (실제로, 그의 이야기는 극영화가 아닌 TV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바 있다. 실제 주인공 아론 랠스톤은 <127시간>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길 희망했다.)

하지만 대니 보일의 생각은 달랐다. 대니 보일은 협곡에 고립된 남자에게서 액션 영화의 밑그림을 그린다. 그게 가능할까? 놀랍지만, 가능했다. 대니 보일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인물을 대신해, 카메라에 무제한의 자유를 부여한다. 익스트림 롱 쇼트와 극단적인 클로즈업이 유연하게 오가며 긴장을 유발한다. 화면을 부지불식간 쪼개는 분할화면은 정적인 공기를 역동적으로 바꾼다. 현실과 판타지를 잇는 편집은 에너지 넘치는 MTV 뮤직비디오에 다름 아니다. 플래시백이라는 다소 안전한 장치가 아쉽긴 하지만,(플래시백의 도움 없이 스릴러의 쾌감을 극대화한 <베리드>와 비교하면 그 아쉬움은 더 크다) 그 회상씬에서도 다양한 카메라 기법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현재의 주인공이 과거의 상황을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관조하는 식의 영상은 분명 평범한 플래시백보다 한 걸음 나아가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돋보이는 건 극한의 상황에 놓인 아론의 고통을 대하는 방식이다. 영화는 이 운수 없는 남자를 동정하지 않는다. 영웅처럼 찬미하지도 않는다. 대신 싸구려 중국제 나이프 앞에서 투덜거리는 모습과, 죽음을 앞 둔 상황에서도 유쾌하게 ‘TV 토크쇼’ 사회자 흉내를 내는 모습과, 캠코더 영상 속 여자들을 보며 자위를 시도하려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 줄 뿐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에서,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놓는 127시간 속에서 영화는 인간 내면의 희노애락은 섬세하게 짚어낸다.

127시간은 아론 랠스톤에게 어떤 시간으로 남아 있을까. 꿈에서라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몽 같은 시간? 허기와 추위에 싸워야 했던 고통의 시간? 아마,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줬던, 가장 뜨거운 시간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는 그 뜨거운 시간에 대한 찬가다.

2011년 2월 14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베리드>의 이웃사촌 격
-중국산 나이프 보다, 스위스산 나이프를!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좋은 걸 구입하라는 교훈
-한정된 공간과 움직이지 못하는 주인공을 데려다가 이토록 신나는 영화를 만들다니
-제임스 프랭코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건, 다 이유가 있다는 말씀
-플래시백이라는 쉬운 길. 플래시백에 기대지 않고도 스릴을 구축한 <베리드>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
3 )
ng4jh
감독 이름만 보고 평점을 매긴 듯 하네요.

이 정도까지는 아닌 듯 해요.   
2011-02-27 22:38
och12345
환희와 감동 뜨거운눈물 그자체였음   
2011-02-25 08:41
beinga22
솔직히 오락성8은 잘못된듯.....   
2011-02-2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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