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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장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영화 (오락성 3 작품성 3)
분홍돌고래 | 2010년 6월 28일 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오해할까봐 미리 밝혀두자면, 개인적으로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 편이다. 직접 영화판에 몸을 담은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젊고 패기 있는 새로운 세대가 한국영화계에 색다른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해서 모든 영화를 ‘좋은 선입견’으로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특히 <분홍돌고래>는 보는 동안에도 그랬지만,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봐도 도통 장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영화다.

에이즈에 감염된 채로 태어난 지원(오수현)은 병원에서만 생활하다 드디어 밖으로 나온다. 나오자마자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서 생활하는 화분(임호영)을 우연히 만나고 함께 여행을 떠난다. 지원은 어렸을 때 엄마가 들려준 “분홍돌고래를 만나면 꿈이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믿고 무작정 분홍돌고래를 찾기로 마음 먹는다. 이 여행에 뭔가 사연이 있는 할아버지 대곤(한태일)이 합류한다. 사람을 죽이고 도망자 신세가 됐다는 대곤은 분홍돌고래를 찾으러가는 여정 중에 잠시 집에 들러 아들과 어색하게 만나기도 한다.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이들의 여행은 그만하자는 대곤의 말에 의해 중단된다.

<분홍돌고래>는 아마존 강에 사는 돌고래과의 동물인 보뚜를 소재로 한 영화다. 배가 분홍색인 이 돌고래는 경우에 따라서는 온몸에 분홍색인 경우도 있다. 영화는 이 분홍돌고래를 찾겠다는 지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태어날 때부터 에이즈에 감염된 지원은 자신의 아픔을 숨기고 밝고 명랑하게 살아간다. 누굴 만나든 자신이 갖고 있는 긍정의 에너지와 행복 바이러스를 마구 퍼뜨린다. 다리가 불편한 화분에게도 그렇고, 도망자 신세인 대곤에게도 마찬가지다. 전형적인 캔디 스타일의 지원 캐릭터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세 사람을 묶는 역할을 한다.

황당한 것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설정이다. 언뜻 보기에 최소한 고등학생 정도로 돼 보이는 지원이 분홍돌고래의 존재를 믿는다는 설정도 가관인데, 같은 또래인 지원과 화분은 분홍돌고래가 사는 아마존이 어디인지, 심지어 아마존이 뭔지 조차 모른다. 그래서 아마존까지 걸어 가보자는 황당한 발상을 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시골길을 하염없이 걷는 것으로 아마존 여행을 시작한다. 여기에 에이즈에 걸린 지원, 불편한 다리로 살아가는 화분, 사람을 죽이고 가족과 멀어진 대곤이라는 캐릭터를 넣었지만, ‘각자 나름의 사연이 있는 캐릭터’라는 설정만 있을 뿐, 그 사연들이 전체 이야기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그저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분홍돌고래를 찾아 떠난다는 단순한 설정에 모든 이야기가 억지로 끼워 맞췄다.

캐릭터에 한 마디 더 거들자면, 영화의 주인공 격인 지원은 전형적인 ‘캔디형’ 인간이다.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과 아픔을 지니고 있지만 항상 입에 경련이 날 정도의 밝은 미소를 머금고 있으며, 무조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고, 싹싹하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분홍돌고래라는 희망까지 품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여행에 돈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생각도 하지 않으며, 해와 꽃, 나무 등 자연과도 대화를 하는 등 초절정의 순진무구함을 보여준다. 여기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화분,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이들과 합류한 대곤 역시 애매모호한 설정만 있을 뿐만 아니라,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뜬금없는 대사를 날리며 관객을 당혹스럽게까지 한다.

<분홍돌고래>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엽서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경관이다. 아마존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일행은 시골의 여러 곳을 발로, 혹은 자전거로 다니며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준다. 확언하건데, 이 영화의 유일한 성공은 로케이션 헌팅이다. 캐릭터가 당황스럽고, 이야기 자체도 전혀 공감이 가지 않으며, 1970년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들 속에서도 아름다운 영상만은 눈길을 끈다. 제작 여건이 힘들고 이야기에 한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힘든 독립영화판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위해 영화의 질적인 퇴보만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2010년 6월 28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로케이션 헌팅의 승리.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자연경관들.
-‘촌발’ 날리는 대사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 설정.
-결코 공감이 안 되는 상황 전개와 아무런 의미 없는 인물들의 사연.
-요즘 영화 전공하는 대학생들도 이 정도 완성도는 보여줄 수 있을 걸?
-다짜고짜 어른한테 반말하는 캐릭터한테는 반감부터 생긴다.
21 )
audwh
잘읽었습니다   
2010-08-03 13:51
iamjo
평이 바닥이구나   
2010-07-19 01:51
gkffkekd333
평점이...   
2010-07-01 00:19
withyou625
독립영화라고 해서 모두 색다른 시선을 가진 건 아닌모양   
2010-06-30 18:01
keykym
평이안좋네요   
2010-06-30 08:48
ooyyrr1004
평이 영 아니네요   
2010-06-29 23:46
karmawar
이정도의 평가는 ??처음?   
2010-06-29 22:17
loop1434
별로   
2010-06-29 20:22
1 | 2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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