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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가 셔우드 숲의 의적이 된 이유 (오락성 7 작품성 7)
로빈후드 | 2010년 5월 12일 수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로빈후드>의 시사회에 가기 직전까지도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전혀 없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로빈후드에 관한 이야기를 봐왔으니 내용을 복기할 이유가 없었던 거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이건 우리가 알고 있던 로빈후드가 아니다. 셔우드 숲에서 놀라운 활솜씨로 의적질을 하던 그 로빈후드가 아니다. 리들리 스콧의 <로빈후드>에는 기존과는 다른 이야기의 재미가 있다. 하지만 신선한 내용에 비해 다른 영화들과 중첩되는 이미지도 제법 많이 발견된다.

13세기, 사자왕 리차드는 프랑스와의 전쟁에 한창이다. 이 전쟁에 용병으로 참가한 로빈 롱스트라이드(러셀 크로우)는 리차드 왕이 죽자 동료들과 고향으로 향한다. 한편 왕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런던으로 향하던 군인들은 반역자 고프리(마크 스트롱)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우연히 이를 목격한 로빈은 고프리를 쫓아내고 직접 왕의 사망 소식을 궁에 알린다. 왕권은 철없는 동생 존에게 이어지고, 로빈은 잠시 록슬리가의 아들 행세를 하게 된다. 그곳에서 마리온(케이트 블란쳇)을 만나 연정을 품고, 존 왕이 영주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하지만 왕과 영주간의 갈등은 프랑스군을 몰래 상륙시키려는 고프리의 계략이었던 것. 이에 로빈은 왕과 영주들의 군대를 이끌고 프랑스군을 격파한다. 하지만 존 왕은 자신보다 로빈을 칭송한다는 이유로 그를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고, 로빈은 친구들과 함께 셔우드 숲으로 들어간다.

이 이야기가 로빈후드 이야기냐고?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면 당신은 이미 로빈후드를 자주 봐온 사람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빈후드의 이야기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만 잠시 나온다. 셔우드 숲으로 들어간 로빈과 동료들의 삶을 보여주며 ‘이 위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는 마지막 자막이 바로 그것이다. 리들리 스콧의 <로빈후드>는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야기의 프리퀄이다. 왜 로빈후드가 왕과 갈등을 빚으면서 셔우드 숲으로 들어와 의적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야기 자체는 매우 신선하다. 셔우드 숲에서 부패한 권력에 맞서 의적 활동을 하는 로빈후드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로빈후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리들리 스콧이 이러한 이야기를 만든 이유는 로비후드를 실존인물로 설정하고 접근했기 때문이다. 역사에 정확하게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로빈후드를 실존인물이라고 보는 견해도 많다. 이번 영화는 이런 점에 비중을 두고 만들어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빈후드가 의적이 되기 전, 여러 전쟁에 참전한 전쟁영웅이었다는 설정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정교한 활잡이이기도 하지만, 말을 달리고 칼을 휘두르는 마초적인 전사의 이미지도 많이 들어있다. 사람들이 <로빈후드>에서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를 떠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영웅담에 막시무스의 이미지를 가져온 <로빈후드>는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익숙한 캐릭터의 낯선 이야기는 영화에 대한 접근방식을 다르게 유도한다. 하지만 중간 중간 나오는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은 액션영화로서의 만족도를 층족시킨다. 전투 장면 외에도 완벽하게 만들어진 대규모 세트 역시 비주얼적인 완성도를 높인다. 이에 반해 이야기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아버지와 관련된 로빈후드의 과거 이야기는 단편적이고, 마리온과의 러브라인도 급한 경향이 있다. 또 리틀존이나 교회 수사와 같은 동료들의 비중도 낮아 이야기 자체가 단선적인 편이다.

<로빈후드>는 올해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하지만 리들리 스콧은 참석하지 않는단다.) 지금까지 이야기되지 않은 로빈후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지만 실제 역사의 현장에 로빈후드를 살려내고 마초적인 전쟁 영웅으로 만든 것은 너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적인 발상이다. 규모있는 역사물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리들리 스콧의 연출에 이의를 재기할 생각은 없지만, 생각의 규모가 산업의 틀에 갇혀버린 안타까움은 든다. <로빈후드>는 오락영화로서의 장점은 충분히 갖췄지만, 비슷한 영화들이 많은 백인 영웅담이라는 점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2010년 5월 12일 수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스펙터클하고 위용있는 전투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프리퀄로서의 로빈후드 이야기라는 점은 참신하다.
-러셀 크로우와 케이트 블란쳇은 자신들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할리우드는 이제 영웅 없이는 영화를 못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리 그래도 마초적인 전쟁영웅 로빈후드는 좀 낯설다.
30 )
cipul3049
저도 7개가 적당하다 생각합니다.   
2010-09-02 21:15
jj817
보고싶다!!   
2010-06-09 13:53
geo1999
잘읽었습니다.   
2010-06-02 14:33
kiki12312
그냥 무난하게 볼 영화일 것 같네용 :)   
2010-05-28 00:35
duke15
거장의 완성도~ 허허실실 묘미~~~   
2010-05-22 15:03
wnsdl3
간만에 보는 러셀 크로우~!   
2010-05-21 21:16
mimikong
영국사 공부하는듯??   
2010-05-19 09:33
aegean
프리퀄로도 탄탄하고 촘촘한~   
2010-05-1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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