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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트니 머피를 잃었다는 걸 실감해야 하는 순간 (오락성 4 작품성 4)
데드라인 | 2010년 4월 7일 수요일 | 장성란 이메일


두 여자가 짐을 싼다. 레베카(타미 브랜차드)는 어머니와 병원에 다녀오기 위해서고 앨리스(브리트니 머피)는 그 집에 혼자 남기 싫어서다. 앨리스에게 못된 짓을 하고 감옥에 들어가 있는 전 애인 벤이 언제든 쳐들어올 것 같다며 앨리스는 어느 외진 곳에 있는, 훨씬 더 오래되고 으스스한 집에 가 있기로 한다. 레베카가 말리는데도 말을 듣지 않는다. 한 술 더 떠서 혼자 조용히 시나리오를 쓸 것이니 레베카에게 굳이 자동차를 가져가라고 떠넘긴다. 앨리스가 아무리 가져가라고 억지를 부려도 그렇지 제때 밥 챙겨 먹어라 약 챙겨 먹어라 잔소리를 늘어놓던 레베카가 그걸 또 진짜 가져간다. 이제 앨리스는 휑뎅그렁하고 낡고 스산한 집에 갇혔다. 그건 앨리스가 자처한 일이다.

영화는 그렇게 스스로 공포영화의 덫에 자신의 발목을 건다. 자기가 덫을 놓고 자기가 덫에 걸리는 식이다. 레베카가 떠난 후 앨리스는 온갖 불길한 낌새를 찾으려는 듯 집안을 돌아다닌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갑자기 뒤를 돌아보는 앨리스의 모습이 영화 앞부분에 계속 되풀이된다. 그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거대한 무서움을 만들면 좋으련만 그게 아니라 문제다.

갑자기 욕조에 물이 넘치고 엉뚱한 곳에 불이 켜 있고 노트북컴퓨터 모니터에 이상한 화면이 뜨자 앨리스는 레베카에게 전화를 걸어 “이 집에 누군가 있다”며 흐느낀다. 이상한 일이 몇 개 일어났다고 해서 난데없이 집안에 누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도 터무니없는데 앨리스가 기어이 더 터무니없는 말을 한다. 레베카가 당장 그 집에서 나오라니까 앨리스는 시나리오 핑계를 대며 그래도 이 집에 계속 있겠단다. 그때쯤 영화는, 앨리스가 약물치료를 받을 만큼 정신적으로 약한 상태인데다 자기 이야기를 바탕으로 공포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중이라고 귀띔한다. 하지만 그건 앨리스의 썰렁한 자작극에 걸맞은 이유나 명분이 되지 못한다. 거기다 주로 침실, 욕실, 서재, 다락 정도를 천천히 왔다 갔다 할 뿐이라서 속도나 자극 면에서도 공포를 자아내지 못한다.

<데드라인>에서 그나마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앨리스가 다락방에서 발견한 캠코더 테이프에서 본 루시(도라 버치)와 거울을 통해 교감하는 장면이다. 카메라가 빙빙 돌며 거울 밖의 앨리스와 거울 속의 루시를 번갈아 비추면 사랑하는 남자에게 끔찍한 짓을 당한 두 여자는 하나가 된다. 그러나 뒤에 이어지는, 루시의 이야기 역시 터무니없게 그려지기는 마찬가지. 데이비드(마크 블루카스)가 루시에게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거니와 원래 미친놈이라 그런 거라고 넘어가려 해도 마크 블루카스가 심심하게 연기하는 데이비드는 손톱만큼도 미치광이처럼 보이지 않는다.

<데드라인>이 안타까운 건 만듦새만이 아니다. <데드라인>은 2009년 12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브리트니 머피의 유작이다. 이 영화는 브리트니 머피 최고의 영화도 아니고 브리트니 머피 최고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도 아니다. 오히려, 십대 시절부터 불안에 떠는 인물을 주로 연기해 온 그의 대표 이미지를 단순히 빌린 작품이다.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은 젊은 배우가 너무 빨리 그 이미지에 갇혀 버린 게 아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영화를 보는 내내 화면을 덮는다. 그가 보란 듯이 그걸 이겨내고 다시 한 번 찬란하게 재능을 뽐내는 모습을 이제 영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데드라인> 말고 브리트니 머피가 남긴 작품이 몇 편 더 있다. <어크로스 더 홀 Across the Hall>(2009) <섬씽 위키드 Something Wicked>(2010) <어밴던드 Abandoned>(2010) <더 익스펜더블스 The Expendables>(2010)와 TV 영화 <메가폴트 MegaFault>(2009)가 그것. 모두 스릴러다. 출연할 예정에 있던 <쉬링킹 샬롯 Shinking Charlotte>(2010)은 브리트니 머피를 대신할 배우를 구해 현재 촬영 중이다. <어크로스 더 홀>은 2009년 미국에서 개봉했는데 썩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그건 2009년 전파를 탄 <메가폴트>도 마찬가지였다. 후반작업 중인 <어밴던드> <더 익스펜더블스>도 그다지 기대되는 작품은 아니다. 우리가 정말 브리트니 머피를 잃었다는 걸 실감해야 하는 순간이 온 건지도 모르겠다. <데드라인>에서 진짜같이 느껴진 게 그것 하나뿐이었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2010년 4월 7일 수요일 | 글_장성란 스크린 기자(무비스트)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브리트니 머피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면
-정신 나간 십대 소녀, '똘끼' 충만 십대 소녀를 연기하며 이름을 알렸던 브리트니 머피와 도라 버치의 만남이 기대된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건대 하나도 안 무섭다. 밤에 잠만 잘 온다
-결코 브리트니 머피와 도라 버치의 최고작은 아니라는 사실
16 )
geo1999
잘읽었습니다.   
2010-06-02 14:58
fkcpffldk
영화는별로구나   
2010-04-12 21:56
ehgmlrj
글쎄요..   
2010-04-11 22:44
nada356
하나도 안 무섭구나....   
2010-04-10 16:08
mvgirl
브리트니 머피의 유작   
2010-04-10 08:55
mooncos
아...ㅠㅠ   
2010-04-09 00:10
kkmkyr
으시시해   
2010-04-08 17:17
kisemo
잘봤습니다~   
2010-04-0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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