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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 | 2010년 3월 3일 수요일 | 하정민 이메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된 넬슨 만델라(모건 프리먼)는 임기 중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종차별문제를 꼽는다. 자국팀 ‘스프링복스’와 영국팀이 벌인 럭비경기는 그의 이런 신념을 확고히 해준다. 스프링복스가 한 선수를 제외하고 모두 백인 선수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흑인이 대다수인 국민들이 자국이 아닌 영국을 응원했기 때문이다. 흑인이라면 어린 아이들조차 외면하는 스프링복스는 남아공의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만델라는 스프링복스의 개혁을 단행하거나 해체하는 대신 인종갈등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오히려 스프링복스를 지원하기로 한다. 만델라는 스프링복스의 주장 프랑소와 피나르(맷 데이먼)를 관저로 초청해 1년 뒤 남아공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해줄 것을 넌지시 전한다.

더 이상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평가하는 일이 의미가 있을까? <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1971)로 메가폰을 잡은 이후 매년 한두 편씩 영화를 만드는 성실한 거장의 필모그래피는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놀랍다. 매번 범작 이상의 작품을 내놓는 것을 보면 영화를 통해 득도의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진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외적인 만듦새는 물론 주제와 이를 다루는 시선의 깊이까지 모자람이 없는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보는 것은 감상이 아니라 명상에 가깝다.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이하, ‘<인빅터스>’) 역시 이스트우드 영화다운 작품이다.

<인빅터스>는 넬슨 만델라와 1995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재로만 본다면 <인빅터스>는 전기 영화이기도 하고 스포츠 영화이기도 하다. 27년간 복역한 정치범에서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의 정치 역정과 약체 팀이 일군 월드컵 우승은 감동과 신화라는 수식어를 주저 없이 갖다 붙일 만하다. 하지만 이스트우드는 이 기적 같은 이야기를 더 감동적인 신화로 포장하는 데 별관심이 없어 보인다. 전쟁, 인종차별, 범죄를 이야기할 때도 균등한 시선을 유지하고자 했던 그의 의지는 <인빅터스>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이스트우드가 묘사한 넬슨 만델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 그대로다. 나라를 하나로 통합시키기 위해 복수가 아니라 용서를 설파하고 인종과 나이, 신분에 상관없이 관용으로 모든 이들을 하나로 융합하려는 만델라는 ‘우리가 꿈꾸는 지도자’다. 그의 곧고 올바른 신념을 보여주려는 영화의 선의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인빅터스>는 충분히 감동적 휴먼스토리 내지는 영웅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늘 개인의 특성보다 인간의 보편성에 무게를 싣는 이스트우드의 중용은 한 인간의 삶에 극적인 감동도 신화성도 섣불리 부여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과 다수의 사람들을 지켜내느라 어쩌면 그가 희생을 강요했을지도 모를 가족과의 에피소드는 만델라 역시 완전하지 못한 인간임을 보여준다.

이스트우드의 신중하고 반듯한 태도는 남아공 스포츠 역사의 전설로 남은 1995년 럭비 월드컵을 묘사할 때도 마찬가지다. 단적으로 말하면 <인빅터스>에는 여타 스포츠가 영화가 선사하는 감동과 희열의 코드가 빠져 있다. 약체 팀이 강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묘사할 때 흔히 사용되는 선수간의 갈등이나 숨겨진 기량이 발현되는 순간에 대한 극적인 묘사가 <인빅터스>에는 없다. 마지막 경기를 제외하고는 경기 장면에 대한 세세한 묘사도 부족한 편이다. 영화는 그저 경기의 시작과 끝을 충실히 보여줄 뿐이다.

이런 감동 코드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인빅터스>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이는 영화와 별개로 실화라는 요소 자체가 만드는 파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제목 그대로 ‘기적’ 같아서 더없이 전형적인 이야기에 깊고 너른 우물을 판 것은 이스트우드다. 정치와 스포츠가 뜨겁게 만난 역사를 전하지만 고요한 순간을 찾아내 길게 응시하는 것으로 격정을 대신한 그의 침묵은 관객으로 하여금 삶에 대한 자문을 하게 한다. 여기에 하나 더. 만약 <인빅터스>가 지금 이 순간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면 만델라가 남아공 국민에게 안겨주고 싶었던 승리를 우리도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2010년 3월 3일 수요일 | 글_하정민(무비스트)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스포츠의 결합은 언제나 옳다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부드럽고 간결하게 전하는 기술
-의미도 있지만 재미도 있다
-거장을 넘어 현자가 된 이스트우드, 이제는 발로 만들어도 수작 이상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경지에 오른 것일까
-이스트우드의 스포츠 영화라는 말만 듣고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떠올린다면 오산
36 )
kinderhime
그 정도던가요???   
2011-02-03 00:36
bjmaximus
인종 차별이 심한 남아공 국민을 하나로 통일해준 럭비   
2010-05-13 17:41
k87kmkyr
감동모드   
2010-04-03 13:59
nznzn
완전 기대됩니다 ~~~ >ㅆ<   
2010-03-26 14:42
leena1004
잘 봤어여~   
2010-03-22 13:00
karmawar
매우바람직한 점수??   
2010-03-16 08:22
mvgirl
역시 오락성과 작품성 모두, 클린트 이스트우드 다운...   
2010-03-14 21:08
marinppo
와우~   
2010-03-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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