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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코스요리와 같은 4편의 희로애락 세상사
사사건건 | 2010년 1월 21일 목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사사건건>은 2009년 한 해 동안 영화제에서 선보였던 단편영화들 중 평단과 관객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던 4편의 작품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다. <사사건건>은 한 번에 4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코스요리의 장점을 갖췄다. 양은 적지만 저마다 독특한 맛을 갖고 있는 코스요리처럼 영화 속 4편의 작품도 각각 감동, 리얼리티, 스릴, 코미디로 재미도 4배, 감동도 4배다.

맨 처음 관객의 미각을 돋울 영화는 김영근, 김예영 감독의 <산책가>다. 시각장애인 영광(황영광)은 병원에 누워 있는 누나(이지영)를 위해 손으로 느낄 수 있는 산책로를 만든다. 둘은 눈을 감은채 촉감만으로 상상의 산책을 시작한다. 영화는 영광을 주인공으로 일반인의 시선이 아닌 시각장애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두 감독은 애니메이션학과 졸업 동기로, 상상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 둘의 산책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 영화는 실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시장, 지하철, 차도 등을 점토로 형상화한 모형과 그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를 애니메이션으로 나타내며, 관객을 자연스럽게 상상의 공간으로 안내한다. 또한 누나와의 추억 이야기,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것들을 영광의 목소리로 전한다. 이를 통해 영화는 일반인들에게 잠시나마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

두 번째 영화는 홍성훈 감독의 <아들의 여자>다. 어느날 굉음이 들리는 공업소에 한 소녀(나해령)가 찾아와 군대에 간 아들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아이를 지우기 위해 병원에 동행해달라고 한다. 남자(조영진)는 하는 수 없이 그녀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한다. 홍성훈 감독은 2007년, 16년 만에 다시 만나는 이산가족의 만남을 다룬 단편영화 <만남>으로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단편영화 경쟁 섹션인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상을 수상했다. 전작에서 대사보다 이미지를 중시했던 감독은 이번 영화 <아들의 여자>에서도 같은 방식을 고수한다. 영화는 애초부터 그들이 아들과 어떤 일이 있었고,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설명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로제타> <아들>에서 보여줬던 다르덴 형제 스타일의 핸드 헬드 카메라로 아버지의 낯선 하루를 쭉 따라갈 뿐이다. 묘한 관계를 이루며 시작하는 그들의 동행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감정의 전초전을 다루는 것처럼 긴장감이 맴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를 지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지만 그래도 해야만 하는 비정한 현실, 그리고 그곳에서 도망치고 싶은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삶의 무게를 전달한다.

작년 최고의 단편영화로 꼽혔던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도 만나볼 수 있다. 어느날 부모 없이 반 지하 방에서 살고 있는 남매(박세종, 이다인)에게 낯선 자들이 침입한다. 세 명의 침입자들은 물 한잔 먹고 금방 가겠다던 약속을 저버리고, 평화로웠던 공간을 공포로 물들인다. <남매의 집>은 최고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7년 만에 대상을 수상했고,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분 최우수상,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씨네파운데이션 부분에서 상을 받았다. <남매의 집>은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지만,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한정된 공간, 홀로 남은 아이들과 그들을 위협하는 침입자들은 스릴러 장르에 걸맞은 요소이다. 하지만 영화는 더 나아가 바깥세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과 그것을 약점 삼아 무자비한 폭력을 일삼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침입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영화는 겉으로 보이는 스릴러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오늘날 종교적, 정치적 오류를 비판하며 인간의 죄의식까지 다룬다.

마지막 영화는 이정욱 감독의 <잠복근무>다. 신참 형사 하태주(고창환)는 어린 시절에 살았던 옛 동네에서 번데기 장수로 잠복근무를 펼친다. 우연히 그 길을 지나가던 중학교 동창들이 태주를 발견하고 하나 둘씩 모인다.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회포를 풀자며 태주에게 술잔을 권한다. 그 때 범인이 나타나고 우왕좌왕 추격전은 시작된다. <잠복근무>는 코미디 장르로 3편의 작품보다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태주는 가난한 촌 동네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찰이 되었지만 잠복근무 때문에 자신의 직업을 떳떳하게 공개하지 못하고, 친구들에게는 번데기 장수가 됐다고 말한다. 태주는 아직도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친구들 때문에 잠복근무도 잊은채 술만 마신다. 점점 우정 보다는 시기와 질투를 일삼는 그들의 모습은 유치하기 짝이 없고, 이후 서로 범인을 잡겠다고 나서는 괜한 신경전은 웃음을 유발한다. 감독은 우정으로 맺어진 친구라는 관계를 다른 시각으로 비틀면서 짜임새 있는 코미디를 보여준다.

<사사건건>은 하나의 주제에 따라 엮어진 옴니버스 영화가 아니기에 영화와 영화 사이에 응집력은 약하다. 하지만 한 번에 각기 다른 4편의 영화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아무리 맛을 보장하는 코스요리라도 자신의 기호에 맞는 음식에 손이 먼저 나가듯 영화마다 호불호가 나뉠 수는 있다. 그러나 갖가지의 인생사를 만날 수 있는 점을 미뤄본다면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2010년 1월 21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1타 4피. 한번에 색다른 4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장편영화보다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단편영화의 힘.
-2009년 단편영화를 주요작을 만날 수 있다.
-자고로 영화는 90분 넘는 장편이 최고!
-각각의 작품마다 성격이 강해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다.
19 )
kisemo
기대되요   
2010-03-01 13:15
youha73
잘 읽었습니다!   
2010-02-14 16:10
scallove2
잘봣습니당   
2010-02-05 20:35
scallove2
보고파요 ㅋㅋ   
2010-01-30 21:19
hyosinkim
보고싶네요   
2010-01-29 21:48
egg0930
보고싶당!!!   
2010-01-27 15:12
pretto
음 .. 이런식의 영화도 한번 봐야겠어요~   
2010-01-26 13:03
gkffkekd333
기대되네요   
2010-01-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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