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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좋은 인연은 그 때를 알고 나타난다
호우시절 | 2009년 9월 28일 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사랑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보여준 허진호 감독이 다섯 번째 로맨스를 내놨다. <8월의 크리스마스>부터 함께 하고 싶었다던 정우성을 다섯 번째 만에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게다가 그의 파트너는 최근 중국에서 각광받고 있는 여배우 고원원이다. 정우성과 고원원을 내세운 <호우시절>은 지금까지 허진호 감독이 보여줬던 빗나가고 변하는 사랑이 아니다. 첫 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어렴풋한 설렘을 다시 일깨우는 밝은 영화다. 물론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사랑의 완성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두 사람이 남긴 여운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기에 충분하다.

건설 중장비 회사 팀장인 박동하(정우성)는 중국 청두로 출장을 온다. 출장 첫날, 모든 것이 낯설고 말도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우연히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옛 친구 메이(고원원)를 만난다. 두 사람은 미국 유학 시절,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었지만 어떤 감정인지 확실히 모르고 헤어졌던 사이. 두 사람은 갑작스럽고 우연한 만남에 잠시 어색하기도 하지만, 과거 이야기를 나누며 금세 가까워진다. 결국 동하는 귀국을 하루 늦추며 메이와 시간을 보내지만, 메이의 과거를 듣고 홀로 한국으로 돌아온다.

<호우시절>은 원래 옴니버스로 제작되던 <청두, 사랑해>의 한 에피소드였다. <청두, 사랑해>는 최건, 프루트 챈, 허진호가 쓰촨성 지진을 소재로 만든 영화로, 허진호는 자신의 에피소드를 확장해 <호우시절>로 완성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청두를 배경으로, 지진을 소재로, 그 안에서 안타깝게 전개되는 옛 사랑을 그린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인 배경이나 설정보다 우선하는 것은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랑에 접근하는 허진호의 스타일이다. 지금까지 허진호 감독은 남녀 간의 사랑을 그리돼 그것이 상황이나 사건을 통해 얼마나 삐뚤어질 수 있는 지를 보여줬다. 그가 그리는 사랑은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가슴 아픈 결말을 맺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호우시절>은 희망을 얘기한다. 모두를 만족시킬 범국민적 해피엔딩은 아닐 수 있지만, 그 사랑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 영화에서도 여전한 건 사랑에 대한 섬세한 감정이다. 작은 표정 하나 하나, 사소한 표현 하나 하나가 감정을 충실하게 전달한다. 비오는 거리를 걷는 우산 속의 두 사람, 이야기를 할 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살짝 맞잡은 수줍은 손, 전화 통화 이후 감정을 되새김질하는 모습 등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설렘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또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도 이런 감정이 짙게 배어 있다. 서로의 다른 기억을 맞춰가며 과거의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모습이나 동하의 어떤 얘기에도 웃음을 터뜨리는 메이의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지어진다.

두 사람이 영어를 통해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이 영화의 가장 본질적인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사랑이란 유려한 말솜씨와 말끔한 단어로 이뤄낼 수 없다는 것. 결국 감정이란 국가의 경계를, 언어의 벽을 뛰어넘는 완전히 다른 가치라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영어란 두 사람 모두에게 낯선 언어다. 익숙하지 않은 말로 사랑을 속삭이는 대신, 감정이 담긴 몸짓과 표정으로 서로에게 사랑을 전한다. 말로 확실히 전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영어라는, 두 사람 모두에게 낯선 언어라는 점은 사랑에 대한 허진호 감독의 명확한 전제 조건을 잘 보여준다. 물론 허진호 멜로의 글로벌 정책의 첫 테이프일 수도 있고.

영화에는 이들의 사랑을 더 아련하고 안타깝게 만드는 장치들이 여럿 등장한다. 허진호 감독이 직접 영감을 받은 두보초당과 주변의 대나무 숲은 이국적인 공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데이트 코스였던 팬더기지 공원과 아이들과 바람개비를 날리며 놀던 콴자이샹즈 거리, 과거 기억에 대해 아옹다옹 다투는 훠궈 식당거리 등 청두를 잘 보여주는 공간들을 잘 활용했다. 이는 공간과 인물의 감정을 하나로 묶은 김병서 촬영감독의 촬영도 한 몫 했다. 기존의 허진호 감독 영화에 비해 더 많은 클로즈업을 사용하고 컷도 많은 편이었지만, 속도보다는 세세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비중을 뒀으며, 적당한 역광을 사용해 피사체에 아련한 비주얼을 부여한 것도 눈에 띈다. 여기에 3박 4일로 설정된 두 사람의 시간은 감정의 진폭을 크게 하며, 제목에도 쓰인 두보의 시와 두 사람 앞에 내리는 비 등 모두가 두 사람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잊었던 옛 사랑, 추억으로 간직했던 아련한 첫 사랑이 갑자기 다시 찾아온다면 어떨까? 기적 같은 일이, 그것도 낯선 이국땅에서 벌어진다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가오는 방법에 따라 그 파장도 큰 법이다. 기억 속에 묻어두고 살아가야 마땅했던 어떤 사람이 우연히 내 앞에 나타나면, 그를 향한 감정은 더욱 격렬하게 요동친다. 하지만 허진호 감독은 격정적인 방식이 아닌 애틋하고 차분하게 옛 기억을 더듬는다. 비록 과거의 감정을 다시 꺼내든 두 사람의 사랑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그것 자체로 가슴이 따뜻해진다. 헤어짐을 알면서 시작하는 사랑, 일방적인 변심에 무기력했던 사랑, 사랑을 잃은 이들이 서로를 보듬는 사랑, 사랑을 잃은 후에야 알게 되는 사랑을 그렸던 지난 허진호의 로맨스는, 그보다는 조금 더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2009년 9월 28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첫 사랑의 애틋한 추억에 가슴이 훈훈해진다
-정우성, 아무데나 그냥 서 있어도 그림이다
-허진호의 멜로가 따뜻해진 건 아이의 아빠가 됐기 때문?
-김상호의 감초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가 모두 나온다. 자막을 읽어야 하는 한국영화
-고원원의 인지도가 낮다고? 뭐 그럴 수도 있고
-허진호표 멜로는 어긋나고 빚나가는 맛인데
30 )
gaeddorai
허진호는 이제 소재가 사라졌다는 느낌.
그래도 평이 괜찮으니 은근히 기대되네요   
2009-09-29 01:01
skdltm333
기대됩니다~   
2009-09-28 22:30
ehgmlrj
그냥.. 보고 싶다.. 아무 이유없이..!!   
2009-09-28 21:51
kaminari2002
와우 보고싶은 영화!
  
2009-09-28 21:45
theone777
볼만한가보네요~   
2009-09-28 20:41
kwyok11
좋은 인연은 그 때를 알고 나타난다~~
글 제목이 참 좋네요~~   
2009-09-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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