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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원작은 아동 문학계의 아카데미 격인 ‘뉴베리상’을 수상했으면서 96주 동안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였던 <생쥐 기사 데스페로>다. 스토리의 간략한 설명을 위해 오프닝에서만 잠시 인용되고 마는 기존 애니메이션의 나레이션과 차별화된 점이라면, 영화를 통틀어서 나레이션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기존 애니메이션과의 또 다른 차별화된 점으로는 기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이 시각적으로 과장되면서도 현란한 몸동작을 보여주었다면,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실제 인물의 몸동작에 가깝게 움직인다.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 장르인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영웅 데스페로>는, 전이되는 상처에 대한 심리학적 함의를 내포한다. 시궁쥐 로스큐로는 본의 아니게 도르 왕국 왕비의 수프 속에 빠지고, 왕비는 너무 놀라 급사하고 만다. 왕비를 잃은 왕과 공주는 심적 상처의 원인제공자를 로스큐로 한 마리로 규정하지 않고 시궁쥐로 집단 규정화함으로 왕국 내 시궁쥐들을 음지의 영역으로 몰아넣는다. 시궁쥐 로스큐로는 공주에게 지난 일을 사과하고자 하지만 공주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한 장본인인 로스큐로의 사과를 받지 않음으로 그에게 상처를 입히고, 로스큐로는 그 상처를 공주에게 복수로 앙갚음하고자 한다. 시녀 마그는 버림받음에 대한 상처가 있으며, 간수장은 잃어버린 딸에 대한 상처가 있다. 주인공 데스페로를 제외한 캐릭터들은 왕을 비롯하여 대부분 하나씩 마음의 상처를 지닌다. 그리고 그 상처는 다른 캐릭터들에게 파급효과를 지님으로 또 다른 형태의 상처들을 유발하고 전이시킨다.
같은 설치류라도 새앙쥐와 시궁쥐의 서식처는 양지와 음지로 나뉜다. 시궁쥐의 터전은 옛날 해적들이 머물렀을 법한 거처를 연상케 만듦과 더불어 로마 원형경기장을 차용하기도 한다. 궁정 스프 시연 도중 왕비를 잃은 슬픔으로 도르 왕국 안에서 스프 만들기를 일절 금지시킨 왕의 명령 때문에 왕국이 회색빛의 우울한 하늘이 드리워지고 맑은 날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설정은 문학 중 오스카 와일드의 <욕심쟁이 거인>과 일정 부분 오버랩 된다.
데스페로가 기사도를 배우게 된 연유는 그의 선천적인 용감한 성품으로 인해 인간의 물건인 책을 두려워하지 않아서, 독서를 통한 후천적 학습효과임을 알 수 있다. 슬픔에 잠긴 공주와 용감한 왕자라는 책 속의 이야기는 가공의 설정이지만, 비록 쥐임에도 불구하고 데스페로는 인간의 기사도를 체득화하는데 성공한다. 데스페로의 기사도 정신은 후반부 시퀀스에서 빛을 발휘한다. 고양이와 쥐덫을 무서워하지 않는 데스페로의 선천적 용기가 기사도를 배우게 되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그 기사도는 쥐들의 세계를 예전과 같이 복원화가 가능케 만든다. 데스페로의 활약상에 있어서 근본적인 동인은 용기다. 용기는 기사도를 낳고, 기사도는 쥐들의 은신처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오는데 성공한다. 영웅에게는 고난이 뒤따른다는 공식을 영화는 전형적으로 답습해냄과 동시에, 집단의 규정에 순응하지 않는 이에게는 징벌을 통해 자고이래부터 내려오는 사회관습을 집단 내 개인들에게 공고화하고 규범화한다는, 시스템 유지의 원리도 보여준다.
쾌활하게 웃고 즐기는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성찰을 요구하는 부분이 있기에 어린아이들과 관람코자 한다면 자녀들이 영상에 집중하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또한 <작은 영웅 데스페로>의 그림체는 아이들에게 쉽게 어필하는 그림체라기 보단 동화책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질감을 형성한다.
2009년 2월 5일 목요일 | 글_박정환 객원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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