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관람안내! 어린 소녀의 사랑스런 눈빛. 차가운 어른들의 세상을 녹이다.
러블리 로즈 | 2008년 10월 29일 수요일 | 김선영 기자 이메일


아이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어른은 어른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같은 공간과 같은 시대를 살아간다 하여도 아이의 눈은 현실보다는 꿈을 더 많이 담고, 어른의 눈은 꿈에서 멀찍이 떨어져 현실을 쫓기에 급급해 진다. 성장하는 동안 같은 세상을 나이에 맡는 눈으로 바라보고, 생각하고, 경험하는 것은 사람이 가진 많은 축복 중에 하나다. 하지만 세상은 많은 경우에 있어서 이러한 축복을 빼앗아 간다. 특히 어린 시절 꿈을 담아야 할 눈으로 척박한 세상을 담아야만 하는 아이들의 고된 현실은 풍요로운 세상의 가장 큰 그림자가 된다.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장경쟁주의를 도입한 베트남은 현재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거리는 오토바이와 차들로 붐비며 밤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불을 밝힌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있어 아이들은, 특히 가난한 아이들은 많은 부분에서 소외된다. 10살의 어린 ‘투이’(팜티한)도 그러한 아이 중에 하나였다. 공부대신 고된 노동이 현실이 됐고 자신을 노동의 목적으로만 이용하는 삼촌이라는 존재는 도시로 도망쳐 나와야하는 이유가 됐다. 하지만 도시는 그런 아이들을 따뜻하게 받아주기엔 너무나 건조한 곳이다. 바쁜 세상 안에서 소외되는 아이는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야만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으며, 그러한 현실은 ‘투이’의 작은 손에 어른들의 연애 수단이 되는 ‘장미’를 쥐어준다. 밥을 먹기 위해 매일이 자신의 생일이라고, 혹은 다니지도 않는 학교의 교과서를 사야한다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강가의 천막에서 유일한 소지품인 책가방을 베고 노숙을 해야 하는 현실은 ‘투이’가 왜 꿋꿋하고 당차며, 혹은 당돌하기까지 한 아이가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현실을 당당히 받아들이는 ‘투이’에 반해 <러블리 로즈>의 어른들은 세상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동물원 사육사 ‘하이’(레더루)는 사랑하는 여자가 떠나갔다고, 자기가 사육하던 코끼리가 팔려간다고 죽을 것처럼 마음이 서글프고, 스튜어디스 ‘란’(켓 라이)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 유부남과의 감정적 소모를 통해 스스로 세상과의 외로운 벽을 만든다. 그들은 방황한다. 어른의 눈에 담긴 공허함은 스스로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따뜻하고 싱그러운 감성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어른의 세상에 10살의 눈으로 서있는 ‘투이’는 그들을 따뜻한 세상 안으로 이끈다. ‘하이’와 ‘란’의 상처를 보듬고 ‘외로운 그들이 서로 사랑한다면 모든 것이 괜찮아 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10살의 아이가 세상을 보는 단순함이다. 그들은 ‘투이’를 통해 만나고 엮이며 사랑을 알아간다. 그리고 자신들의 마음을 치유한다.

10살의 작은 소녀를 변화하는 세상을 엿보게 하는 존재로, 어른의 나약함을 치유하는 소통의 존재로 표현한 ‘스테판 거져’ 감독은 <러블리 로즈>를 자신의 첫 번째 장편으로 삼았다. 우리 관객들의 눈높이에 비해 심플한 스토리와 핸드 헬드 카메라를 이용한 덕분에 순간순간의 집중력이 산만해 지는 것은 단점으로 꼽겠으나, 어린 소녀를 통해 변화하는 베트남의 현재와, 낯선 이들이 조금씩 소통해 가는 모습을 일주일이라는 시간 안에 따뜻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그의 연출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그리고 <러블리 로즈>를 이끄는 ‘투이’역의 ‘팜티한’이 처음으로 연기를 하는 신인이라는 점은 꽤 놀라운 사실이다.

척박한 도시 속의 외로운 이들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러블리 로즈>가 베트남 영화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대중들의 관심 속에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2008년 10월 29일 수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인생이 척박한 당신. 따뜻한 세상을 만나보고 싶다면
-낯익은 소재. 낯선 베트남 영화를 쉽게 만날 수 있다.
-10살 소녀의 연기는 꽤 훌륭하다.
-낯선 언어. 영화로 향하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핸드 헬드 카메라로 찍은 영화에 눈이 핑핑 돌아가는 그대라면.
-내용이 어찌 되었건, 난 비주얼 좋은 배우가 좋다~!! 이런 그대라면
8 )
kisemo
잘 읽었습니다^^   
2010-05-02 14:37
hsh0101
순수함이 묻어나는 영화일것 같습니다..   
2009-01-07 13:21
ejin4rang
소녀이쁘다...귀엽고   
2008-12-02 15:23
ooyyrr1004
낯설은 언어 ㅡㅡ   
2008-11-05 09:59
ldk209
베트남에서 찍은 <누들>   
2008-11-02 18:09
remon2053
따뜻한영화일것같아요   
2008-10-30 16:55
justjpk
접하지 못 한 나라의 영화라..   
2008-10-30 15:48
bjmaximus
베트남 영화 오랜만인 듯..   
2008-10-30 13:15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