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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고뇌의 방탄복으로 가린 블록버스터적 육체!
킹덤 | 2007년 10월 30일 화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시작부터 보여지는 어지러운 이미지는 어떤 은밀한 리베이트 관계의 연대표다. 그 연대표는 검은 다이아몬드, 석유를 둘러싼 사우디와 미국 간의 은밀한 뒷거래 혐의를 짙게 남긴다. <킹덤>은 석유로 부를 쌓아 올린 어떤 왕국의 혐의를 사실적인 연대표를 통해 강하게 인식시키려 한다. 마치 그건 시작으로 돌아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제이슨 본의 얼티메이텀 스타일처럼 느껴지지만 타켓은 극히 편중적이다.

<킹덤>은 진지한 표정을 지닌 블록버스터다. 액션 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긴장감은 여지없이 할리우드의 노하우를 계승하고 있으며 동시에 그 연출력 또한 동일한 집안의 물건임에 틀림없다. 특히나 극악한 테러 장면을 묘사하는 충격적인 초반부를 비롯해서 스피디하면서도 묵직한 카체이싱과 추격씬, 동시에 후반부의 침투 작전씬은 블록버스터적인 체험적인 쾌감을 부여한다.

하지만 <킹덤>은 단순히 액션의 질감으로 국한될만한 영화는 아니다. 그건 <킹덤>이 근래 몇 년 사이 제법 진지한 화두를 던지던 서구-중동간의 알고리즘 영화들과 비슷한 맥락의 진지한 인상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킹덤>의 결말은 <시리아나>의 비극적인 악순환 구조를 연상시킨다. 사우디 왕가를 설득시켜 테러리즘의 본가를 급습하는 플러리(제이미 폭스)의 양상은 <시리아나>에서 이뤄지지 않았던 어떤 꿈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서구인의 진심을 받아주는 중동의 왕자- 동시에 세대를 통해 증오로 계승되는 테러리즘의 유전자는 의도치 않게 테러리즘에 동참하는 파키스탄인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킹덤>의 내면은 얄팍하며 궁극적으로는 중립이라기 보단 한 방향에 이미 치우친 꼴이다.

어린 아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흑인 남성이 아이가 다니는 아이들을 상대로 가장으로서의 사랑을 과시하는 유치원과 맑은 날씨 속에 소프트볼을 즐기는 백인 가족들의 여유로운 정경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끔찍한 사고를 통해 그 곳의 거리가 지구 반 바퀴를 사이에 둔 다른 풍경임을 직감하게 한다. 비슷한 풍경 속의 다른 현상은 다를 바 없는 인간들이 직면해야 하는 비극적 지정학을 마주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여기서 어떤 괴리감이 발생한다. 분명 테러가 발생하는 지역은 중동인데 희생자는 서구의 백인들이다. 결국 비극이 잉태되는 지역 안에서 그 대상이 되는 건 서구인들이다. 결국 희생자는 서구인 셈이다. 결국 <킹덤>은 서구인의 편에선 옹색한 박애주의자의 차별적인 시선에 가깝다.

한차례 테러씬에서 이미 테러리즘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이분법적으로 나눠졌다. <킹덤>은 테러를 소탕하는 FBI 요원들의 곁에 알 가지 형사(아시라프 바롬)를 배치시킴으로서 결국 폭력에 대항하는 서구-중동의 공감대 형성을 꾀하는 척하지만 궁극적으로 테러의 본산지로서 각인되는 건 중동일 뿐이다. 물론 잔혹한 테러리즘에 이용당하는 어린 소년의 주검을 통해 가학적인 해결 방식의 공황 상태에 직면한 인물의 표정에서 비폭력적인 대항감을 느끼게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무책임한 감상주의처럼 느껴진다. 다큐적 영상미를 통해 생생한 현장감을 포착하는 핸드 헬드와 중계의 객관성을 느끼게 하는 고공 촬영의 원근감마저도 의심스런 혐의를 지닌다.

처음 작전을 결심한 플러리가 메이스(제니퍼 가너)에게 남기는 귓속말과 마지막에 살아남은 중동인 소년이 폭탄제조자였던 할아버지가 남긴 유언은 똑같지만 그 시점에서 의미는 명확히 달라진다. 결국 서구가 깨닫게 된 건 폭력의 무마 끝에 남는 피의 끝 맛이고, 중동이 깨닫게 된 건 폭력으로 갚아야 할 응징의 정당 방위다. 결국 피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그건 분명 쌍방의 과실이지만 어느 쪽의 몰이해 덕분이기도 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뒤틀린 서구와 중동 관계에 대한 어떤 혜안을 제시하지 못할뿐더러 진실된 현장의 표정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결국 <킹덤>은 지적 고뇌의 방탄복으로 교묘하게 가린 블록버스터적 육체의 액션물에 불과하다.

2007년 10월 30일 화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지적 구조의 액션 블록버스터, 고민과 쾌감을 함께 제시한다.
-미중동 합작 대테러리즘 타격대 결성. 할리우드식 액션을 구사하는 중동 경찰의 경험치.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배우들의 적절한 연기.
-폭력은 어쨌든 쌍방의 피해자를 낳는다.
-궁극적으로 영화가 제시하는 건 허무주의적 결말 뿐이다.
-깊은 사고를 빙자한 액션의 혐의, 쾌감이 짙을 수록 불쾌감이 동반된다.
-과연 서구와 중동의 갈등은 해결될까, '다 죽여버리면 돼.' 결국 변명같은 악순환만 남는다.
20 )
callyoungsin
뭔가 어설픈 그자체   
2008-05-09 16:27
kyikyiyi
블럭버스터적 육체ㅎㅎㅎㅎ   
2008-05-08 11:22
js7keien
액션 진화의끝은 어디인가?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극장문을 나서며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2008-01-05 10:16
sdwsds
괜찮네   
2008-01-03 09:49
bjmaximus
오프닝씬은 정말 어지러웠음.   
2007-12-27 17:01
mckkw
다 보고 좀 여운이 남네.
저번에 우리나라에서도 테러 일어날 수 있다더만.   
2007-12-19 16:57
lee su in
중동문제를 영화에 적극 소재로 활용하는 헐리우드, 앞으로도 이런 소재의 영화가 많이 나오리라 봅니다.   
2007-12-08 23:13
ranalinjin
뭐가 이래;;;;ㅋ   
2007-12-0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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