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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아일랜드 | 2010년 3월 15일 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네 번째 만남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셔터 아일랜드>는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 ‘살인자의 섬’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눈여겨 볼 건, 데니스 루헤인의 또 다른 작품 ‘미스틱 리버’를 일찍이 영화화했던 이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점인데, 2005년에 <에비에이터>와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2007년에는 <디파티드>와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로 감독상 경쟁을 펼쳤던 두 감독이 데니스 루헤인을 두고 또 한 번 경합을 벌이게 됐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1954년. 정신병 환자들을 수용하는 외딴 섬 셔터 아일랜드에 여성 환자 한 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연방 보안관 테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의 동료 척(마크 러팔로)이 셔터 아일랜드로 파견된다. 테디는 사라진 여성을 찾고자 의사, 간호사, 병원관계자 등을 심문하지만 뭔가를 숨기며 꾸며낸 듯한 말만 하는 그들로 인해 수사는 난항에 빠진다. 이 와중에 폭풍이 일어 테디는 섬에 고립되고, 심한 편두통마저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화면 가득 안개가 피어오른다. 푸르스름한 안개를 뚫고 배 한척이 물살을 가르며 등장한다. 이내 카메라는 선로 위에 선 한 남자, 테디의 얼굴을 잡는다. 뭔가에 잔뜩 예민하져 있는 테디의 표정. 그의 눈길은 자신이 향하고 있는 셔터 아일랜드를 찾지만, 안개가 그런 테디의 시야를 가리고 만다. <셔터 아일랜드>의 오프닝에 등장하는 안개는 주인공 테디의 앞날에 대한 예고이자, 은유다. 섬에 닿는 순간부터 테디는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진실과 끈질긴 사투를 벌이게 되니 말이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베트남 참전 용사 트래비스(<택시 드라이버>의 로버트 드니로)를 시작으로 망상에 휩싸인 자들에게 관심을 가져 온 스콜세지는 퇴역 군인 테디를 통해 다시 한 번 전쟁의 상흔이 남긴 과대망상에 천착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인공의 내적 갈등이 훨씬 깊고 넓어졌다는 것에서 전과 다르다.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를 표방한 <셔터 아일랜드>는 엄밀히 말하면 개인의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 때문에 스릴러 영화 특유의 치밀한 플롯과 스피디한 전개를 기대했을 관객으로서는 예상과 다른 이야기에 당혹할 여지가 크다. 그러니까 비유하자면, 이 영화는 정물화보다 추상화에 가까운 영화다. 영화는 사라진 여인을 찾는 형사스릴러적 구조를 외벽에 두른 가운데, 테디의 의식 속에 남아 있는 과거의 트라우마, 즉 죽은 아내와 딸에 대한 그리움과 군인 시절 전쟁터에서 경험한 참혹한 학살의 기억 등을 군데군데 삽입하며 심리 드라마로서의 본 얼굴을 드러낸다. 특히 표현주의적 효과가 뒤섞인 테디와 죽은 아내의 회상 장면은 영화라기보다, 하나의 초현실주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관건은 이야기보다, 비주얼과 정신세계에 힘을 싣고 달리는 영화의 선택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동조 하느냐인데, 이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스릴러 영화로서의 장르적 재미를 일부분 유기한 탓에 큰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한다.

다행이라면, 이러한 늘어지는 분위기가 극 종반에 이르러 무서운 스피드로 역전을 이뤄낸다는 것이다. 영화는 반전을 곳곳에 장착하고도 그러한 반전에 얽매이지 않고 주인공의 심리를 촘촘히 쌓아올리는 의연함을 보이는데, 덕분에 반전에서 오는 통쾌한 쾌감은 낮지만,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데는 성공한다. 유려한 카메라 동선과, 유령처럼 등장하는 인물들의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 근사한 색감과 음울한 음악,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미장센도 나무랄 것 없이 훌륭하다. 이 중 영화의 불길함을 강화시키는 현대 음악 선곡은 실로 놀랍다. 마틴 스콜세지는 영화의 분위기에 딱 들어맞는 곡들을 어찌나 센스 있게 배열해냈는지, 스산하다 못해 기괴한 음악들이 내러티브가 다 하지 못한 서스펜스의 아쉬움을 일정부분 상쇄시킨다.

<셔터 아일랜드>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는, 고전영화에 대한 향수다.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영화광으로서 수많은 감독들에게 영향을 받고, 이를 자신의 영화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온 마틴 스콜세지는 이번 영화에서도 발 루튼, 로만 폴란스키(<혐오> <악마의 씨>) 마크 로빈슨(<죽음의 섬>), 알프레도 히치콕(<현기증>), 스탠리 큐브릭(<샤이닝>) 등 고전영화 감독들의 흔적들을 여럿 드러낸다. 테디와 척이 섬으로 향하는 선상장면이나, 테디가 자동차를 타고 가는 장면 등에서 배경을 CG으로 조악하게 처리해 놓은 것도 눈에 띄는데, 50년대에 카메라를 들이 댄 영화는 촬영 방식마저 과거의 것을 차용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살렸다. 하지만 이 역시, 최근 스릴러 영화의 트렌드와 반하는 부분이기에 일부 관객들에게는 다소 늘어진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셔터 아일랜드>는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2주 연속 1위라는 좋은 흥행 성적을 올리고도, 비평적으로는 전보다 많은 반대 세력을 낳았다. 특히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네 번째 만난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실망도 크게 돌아오는 상황이다. 이를 통해 엿보이는 건, 자신의 기존 걸작과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거장이라 일컬어지는 감독들의 슬픈 운명이다. 다른 감독이 만들면 나쁘지 않은 평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 거장이기에 조금 더 높은 작품성, 조금 더 높은 대중성을 모두 요구받으니 말이다. 마틴 스콜세지에 대해 엇갈리는 평과 달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경우 <셔터 아일랜드>는 잃을 게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그는 이 영화로 로버트 드니로의 후계자라는 평에서 벗어나, 마틴 스콜세지의 적자로 완전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

2010년 3월 15일 월요일 | 글_ 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4번째 만남. 잘못된 만남이 아닌 건 확실해!
-음악은 강렬하면서도 아름답고, 이미지는 아찔하면서도 근사하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고전영화에 대한 아련한 향수
-반전에 목매지 않는 의연함
-피곤한 상태로 영화를 봤다가는, 자칫 꿈의 나라로
-두 번은 봐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겠다. 고로 관람료도 두 배 요망
-초중반 너무 늘어진다. 장르영화의 재미를 유기한 건, 유죄!
38 )
gurdl3
기대되는 작품..   
2010-03-18 19:40
kisemo
잘봤어요   
2010-03-18 15:58
skdltm333
기대됨   
2010-03-16 22:17
ooyyrr1004
역시 기대해볼만 한가요??? ㅎㅎ   
2010-03-16 22:11
blueyny
잘읽었습니다   
2010-03-16 16:57
sdwsds
작품성과 오락성이 괜찮네   
2010-03-16 13:32
ffoy
둘의 만남은 [갱스오브뉴욕] 말고는 별로...   
2010-03-16 12:09
doona09
기대? 실망? ㅋ   
2010-03-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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