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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입양인의 현실적인 삶을 냉정한 시각으로
귀향 | 2009년 10월 30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처음에 <귀향>이라는 낯선 제목을 들었을 때는 제목 그대로의 내용만 떠올랐다.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단순한 맥락에서 영화를 그려봤는데, 입양인에 대한 얘기란다. 결국 고향으로 돌아오는 건 맞구나 싶었더니, 이번엔 알베르 까뮈의 희곡 <오해>에서 모티프를 얻었단다. 입양인의 귀향이 죽음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겠으나, 메인 스탭과 주요 배역이 모두 여자로 구성된 팀이 어떤 시선을 만들어낼 지가 궁금했다. 또한 30년 만에 한국영화에 출연하는 전설의 배우 이화시도 출연한다는 소리에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호주 이름 루카스 페도라, 한국 이름 주성찬(박상훈)은 어렸을 적에 호주로 입양된 입양인이다. 하지만 30년의 시간이 흐른 후, 자신을 버린 엄마의 흔적을 찾아 한국에 온다. 생모를 찾아 떠나는 길에 우연히 들른 강원도의 한 여인숙. 허름한 여인숙에 숙소를 정한 성찬은 그곳을 운영하는 두 여자, 성녀(지아)와 늙은 여자(이화시)에게 묘한 연민과 친근함을 느낀다. 성녀는 아이를 낳자마자 버렸던 기억으로 인해 아이를 키우는 환상 속에서 살고, 늙은 여자는 성녀의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는 존재다. 두 사람은 투숙객을 죽여 생활을 하고 있었고, 성찬 역시 두 사람의 표적이 된다. 한 편, 고등학생 신분으로 미혼모가 된 소연(김예리)은 낙태수술 도중 도망쳐 대구에 온다. 아이를 낳기는 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짐을 떠안게 된다.

<귀향>은 알베르 까뮈의 희곡 <오해>를 모티프로 해서 만들어졌다. <오해>는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살인을 저질러온 딸과 그런 딸을 위해 자기 아들인지도 모른 채 방문자를 죽이는 일을 돕는 어머니의 이야기. 영화는 이러한 설정을 토대로 자신을 버린 한국과 생모를 찾아 다시 이 땅에 온 입양인이 생모의 손에 의해 죽음을 맞는 비정한 현실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살인이라는 행위는 판타지의 요소로, 한국에서 버림받았던 입양인이 시간이 흐른 뒤에 더 깊은 상처를 받게 된다는 냉정한 현실을 표현하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자는 모두 어머니다. 성찬의 어머니로 짐작되는 성녀는 자신이 버린 자신의 자식을 다시 죽이는 어머니로, 성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늙은 여자는 성찬을 살려두고 싶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성녀를 돕는 어머니로, 소연은 원치 않은 임신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는 미혼모 어머니로 그려진다. 이들은 마치 한 인물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듯 하며, 혹은 살인하는 자, 살인을 막는 자, 생명을 탄생시키는 자로 나누어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세 사람 모두는 생명과 모성에 대해 서로 다른 욕망을 보여주는 같은 사람이자 다른 존재들인 셈이다.

안선경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입양아들의 비극과 상처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관심을 받지 못한 해외입양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그들의 진짜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많은 단체와 실제 입양인들을 만나 얘기를 나눴고, 꾸며진 이야기로 감동을 주기보다는 현실적인 비정함을 그리길 원했다. 제작은 순제작비 4억 3천만 원에 총 28회차의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됐다. 특히 배우들부터 제작진까지 주요 포지션을 여자로 채운 시스템은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었다. 입양도, 미혼모의 경험도 없는 감독, PD, 촬영감독이지만 이들은 입양인의 고통을 한 인물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내러티브로 그리기 보다는 마음의 울림을 따라가는 미학적인 흐름에 영화를 맡겼다.

영화는 현실과 판타지를 뒤섞으며 관객에게 친절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인물의 내면 변화는 이미지로 그려진다. 특히 오묘한 공간을 만들어낸 강원도 상동이나 이민복 미술감독의 폐쇄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여인숙 세트는 결박과 단절, 소통의 부재와 지나간 기억의 소멸 등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정서를 잘 담아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강한 캐릭터를 잘 소화했던 지아는 이번에도 복잡한 심리 상태를 잘 표현하고, 중견 탤런트 박근형의 친아들로 <귀향>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박상훈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무엇보다 30년 만에 돌아온 이화시는 눈길을 끈다. 여전히 기묘한 분위기로 영화의 다른 이면을 채우는 그의 존재감은 배역의 경중에 관계 없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2009년 10월 30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입양인을 이용해 거짓 감정을 유도하지 않는다. 철저히 현실적인 시각의 영화
-지아, 박상훈, 이화시, 김예리의 연기는 이미 메이저급이다
-현실과 판타지의 결합이 주는 혼돈
-까뮈의 희곡을 모르는 이들에겐 재미와 이해의 폭이 좁긴 하다
-이미지와 행위가 넘쳐난다. 이야기를 넘어설 정도로
11 )
kwyok11
현실적인 삶을 냉정한 시각으로   
2009-10-31 08:07
gaeddorai
까뮈의 희곡을 모르는 사람   
2009-10-31 01:26
mooncos
<여행자>랑 이어서 생각이되는걸요?   
2009-10-3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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