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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 집안의 어두운 초상
아이스 스톰 | 2003년 5월 3일 토요일 | 서대원 이메일

<아이스 스톰(ICE STORM)>. 이 스산하고 삭막하기 그지없는 필름은 이미 <와호장룡>으로 동네방네 알 사람은 다 알만한 대만의 이안 감독이 5년 전쯤에 연출한 영화다. 물론, 가족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다루었던 <결혼피로연>이나 <음식남녀>을 자신의 고향인 대만에서 다루었던 것과는 달리 이 작품은 할리우드의 시스템 하에서 제작되었다. 배우도 벽안의 그들이 분해 등장했고.

영화의 스토리는 아네타 베닝과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아메리칸 뷰티>와 아주 흡사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70년대 중반의 미국 중산층 집구석이 어떻게 서서히 처참하게 붕괴되어 아작 나는지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다. 고로, 작금의 시대에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발랄한 스타일의 영화와는 상반된 어두운 주제를 묘파하고 있는 조금은 불편한 필름이라 할 수 있겠다.

우선, <아이스 스톰>이 <아메리칸 뷰티>와 다른 점은 암울한 시대에 드리워진 한 가족의 일상을 세련된 코미디로 영상에 담아내는 뷰티와 달리 이 영화는 웃기기는커녕 시종일관 무미건조하고 담담한 방식으로 지들의 거짓과 위선으로 빗나간 일상을 똥코 미어터지도록 매몰차게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캐릭터들의 무표정한, 아니 그보다 한술 더 떠 도저히 필설로는 형언할 수 없는 그들의 얼굴 안면의 움직임은 보는 이를 심히 집 나간 자기자식 걱정하듯 하게 만듦으로써, 이안이 의도하는 바에 충실한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 따라서 <아이스 스톰>을 보고 있노라면 맨발로 얼음장 위에 선 날선 느낌이, 즉 싸늘한 기분이 머리꼭대기까지 치고 올라온다.

그것도 당시가 베트남전이네 워러게이트네 하는 냉전시대의 끗발 나는 사건들이 있었던 긴장된 시기인 만큼, 영화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의 개연성을 무뇌아적으로 무시해버리지 않는다. 대신, <아이스 스톰>은 스크린에 시퍼렇게 멍든 자국을 안 남기면서도 결코 당시의 상황이 무관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은근슬쩍 반다리 걸치며 적당히 화면 구석구석에 잽을 날리듯 흔적을 남긴다. 이것이 바로 이안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고 볼 수 있는 강점이다.

이와 같이 세계사적인 사건이나 심오한 화두의 문제들을 작은 틀에서도 친근감 있게 보여줄 수 있는 힘. 이게 바로 대만의 이안 감독이 전 지구적으로 먹힐 수 있는 이유이며 규화보전에서나 볼 수 있는 내공술에 다름 아니다.

한편, <아이스 스톰>에는 놀랍게도 마초적 전사의 이미지로 할리우드에서 맹활약했던 시고니 위버가 전작들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니고 나온다. 헌데, 필자의 주특기인 말뒤집기를 살려 말하자면, 영화를 보던 이들은 이내 별반 놀라지 않게 된다. 그녀 외에 등장하는 <컨텐더>의 조안 알렌, 그리고 케빈 클라인 또 <스파이더 맨>의 친근한 히어로 토비 맥과이어도 튀지 않는 캐릭터로 분해 영화에 출연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화는 배우 중심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고, 드라마에 무게를 실어 연출된 극영화라는 점이다.

어쨌든, 보는 이들의 가슴을 서서히 서늘하게 옥죄어 가며 붕괴되어 가는 미국 중산층 가족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려낸 <아이스 스톰>은, 분명 <아메리칸 뷰티>보다 섬뜩하고 차가운 측면이 존재하는 작품이다. 특히, 두 영화가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은 바로 엔딩 부분에 이르러서이다. 설명은 안하겠지만 정말이지 과묵하기로 소문난 필자까지 울컥하게 만들 정도로 <아이스 스톰>의 마지막 컷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이 점, 필히 염두에 두었다가 맞대면 해보시길 바란다.

*비디오로 출시된 영화의 껍데기를 보자면 안타깝지만 순 '스와핑'이라는 말로 이물스럽게 도배질돼 있다. 이거, 과대구라홍보에 다름 아니니 이거에 혹해 이거만 기대하고 낼름 대여하는 순간의 선택은 꼭 피하시길 바란다.

1 )
ejin4rang
보시면 후회안할듯   
2008-10-16 14:4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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