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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치료보다, 원인치료가 더 시급하다 (오락성 6 작품성 6)
26년 | 2012년 12월 1일 토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어쩌면, 이렇게까지 이슈화가 될 영화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연재 당시 1일 조회수 200만을 기록한 강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긴 하지만. ‘그 놈 암살’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로 ‘뜨거운 감자’가 될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2008년 추진 중이던 영화제작이 돌연 중단되고, 그 뒤에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각종 ‘카더라’식 통신이 붙으면서 관심은 점점 증폭됐다. 좌초 위기에 놓였던 영화화 작업이 다시 재개된 건, 올해 초다. 정지영 김제동 공지영 이승환 등 유명인들이 제작비를 투척하면서 영화를 향한 사회적 목소리가 커졌다. 결정적으로 1만 5,000여명의 힘이 ‘제작두레’라는 이름으로 보태지면서 이 영화는 단순한 영화 그 이상의 의미를 입게 됐다. 태생적으로나 과정적으로나 잘 만들어져야만 하는 이유가 너무 많아져 버린 영화, 잘 만들어지길 바라게 되는 영화. <26년> 얘기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어떻게 만들어도 관객의 만족을 100% 충족시키기 어려운 강풀 원작의 영화는, 동시에 어떻게 만들어도 비판하기 쉽지 않은 영화가 돼 버렸다. 동거할 수 없는 두 가지 태도가 기이하게 뒤섞인 <26년>은 일단, ‘과거를 기억하자’는 소기의 목적은 이룬다. 1980년 5월의 ‘그 날’, 정혁(임슬옹)의 누나가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내장을 쏟아내며 쓰러질 때, ‘그 날’ 싸늘한 주검이 된 남편 앞에서 진배(진구)의 엄마가 오금을 저릴 때, ‘그 날’ 어머니를 잃은 미진(한혜진)이 그 사람을 향해 총구를 들이밀 때, ‘그 날’ 그 현장에서 무고한 시민을 죽음으로 몰아야 했던 김갑세(이경영)가 참회의 눈물을 흘릴 때, 마음에서 거센 소용돌이가 인다. 분노가 솟구쳤다, 한숨이 새나오다, 안타까움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26년>은 공포, 절망, 희망, 분노, 안타까움으로 관객을 끊임없이 밀어 넣는 영화다.

남은 건, 영화 자체의 완성도다. <26년>의 완성도는 영화가 지닌 선의의 의도를 모두 감당하기엔 다소 벅차 보인다. <26년>은 강풀의 원작 만화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영화다. 강풀의 원작은 엄청난 영화적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웹툰의 영화화가 결정됐을 때 원작 팬들이 우려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촘촘하게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2시간 안팎의 시간 안에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까. 우려는 우려에만 그치지 않는다. 방대한 에피소드를 축약하는 과정에서 개연성이 훼손되고, 인물들의 행동(진배 대신 감옥에 갇힌 조직폭력배 두목이 왜 그리 쉽게 진배를 이해하는지, 정혁이 왜 계속 마음을 뒤바꾸는지, 계엄군 동료였던 김갑세와 마상열이 왜 다른 길을 걷게 됐는지 등)이 충분한 당위를 획득하지 못한 채 비실거린다. 유족들 사이에 형성되리라 기대했던 강한 연대도, 시간에 쫓겨 흐지부지된 인상이다.

그렇다면, <26년>은 영화적으로 실망만 안기는 작품일까. ‘강풀과 제작두레에 참여한 시민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은 듯한 혐의’가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모두의 기대를 깡그리 배반하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5.18을 그린 작품은 많았다. <꽃잎>은 어린 소녀를 통해 5.18 피해자들의 상처를 되돌아 봤다. <박하사탕>은 계엄군이었던 주인공이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과정을 빌어 가해자들의 고통을 살폈다. <오래된 정원>은 5.18을 외면했던 사람들의 부채의식을, <화려한 휴가>는 비극적인 역사의 소용돌이에 우연히 휘말리게 된 시민군들을 정면 응시했다. 하지만 5.18의 근원인 ‘그 사람’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영화는 이제껏 없었다. <26년>은 아픔의 원인에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영화다. 상처를 애도하기 이전에 치료부터 하자는 영화다.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 없이는, 아무리 증상을 어르고 달래도 한계가 있다. 아직도 ‘그 사람’은 그날에 대해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이건 웬만한 치료제로는 치유하지 못할 악성종양이다. <26년>은 악성종양에 적극 맞서려는 의지가 담긴 각성제다. 각성제의 효능은 관객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겠지만 말이다.

2012년 12월 1일 토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진구, 뜨겁도다! 장광, 너무나도 차갑도다!
-올해 가장 의미 있는 엔딩 크레딧, 제작두레에 참여한 1만 5,000여 명의 이름
-어쨌든 분노하게 만든다. 그 날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영화가 지닌 선의를 따라가기에, 영화적 만듦새가 여러모로 아쉽다.
-영화에 대한 지나친 정치적 해석은 오히려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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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plin
영화를 잘 모르는 광주사람입니다. 원작도 보지 않고 그냥 '전두환에게 총으로 복수를 한다'는 줄거리와 제작두레로 제작되었다는 소식만 듣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한 마디로 조금 아쉬웠습니다. 일반 관객보다는 감정이입이 더 잘 될 수 있는 광주 출신이지만, 그게 잘 안되었습니다. 줄거리 보다는 영화적 구성의 탄탄함이 부족했던 탓으로이야기될 수 있겠습니다. 광주 출신이라 오히려 엄격하게 평가했을 수도 있습니다. 5.18을 대할 때 자긍심과 부담감이 공존하는 감정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5.18을 소재로한 영화나 드라마가 한마디로 'well made' 수준이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서 평가가 박할 수도 있습니다. 아픈 현대사와 그걸 극적으로 해결한다는 파격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영화인데 '왜, 어떻게 죽여야 하는 지'가 조금 아쉬웠습니다. 영화는 만들어 지기전의 사연보다는 영화가 만들어 낸 이야기가 더 중요하니까요. 같이 본 서울 형은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ㅎㅎㅎ   
2012-12-24 18:07
veloce2
저는 강풀님의 원작만화도 보았으며 개봉일날 영화관에서 영화26년도 보았습니다. 리뷰내용에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데요. 특히 세번째문단의 내용에 공감이 되네요. 그 방대한 원작의 에피소드를 다 담기엔 두 시간은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고 생각되구요 그렇기에 개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판단이 됩니다 물론 착품성이 안좋은건 아니라는 말도 공감이 가는게 관객들로하여금 '그 날'의 아픔을 다시 상기시키고 각인시킨다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한편, 제작두레와 강풀이 아니었다면 이슈되지 못할 영화였을것이라는 의견은 이해가 안됩니다. 전 이 영화의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처음 선보이는'그 사람'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 자체에서도 충분히 관객들의 발길을 끌 수 있었을거라고 봅니다. 과연 강풀과 제작두레가 이슈가 된 것만으로 개봉후 계속 1위를 유지할 수있었ㄹ까요? 전 이 영화가 충분히 소재자체에서 매력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2012-12-06 00:54
smmja0
소소하지만 제작두레에 참여해서 예매권으로 26년 봤어요~ 전반부 애니메이션은 5.18의 현실적 상황을 보여주는것 같았는데 시작부터 참을수 없는 눈물이 흐르더라구요. 웹툰에서의 캐릭터를 영화상 표현하다보니 압축되거나 잘린부분이 있었지만 보기에 무리없었답니다. 무거운 주제의식이라는 생각에 재미는 없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무척 재밌었구요 저라면 별 7.5개를 주었겠네요ㅎㅎ말미에 적으신 '악성종양에 적극 맞서려는 의지가 담긴 각성제'라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그 말보다는 5.16피해자들 그들만의 치유제라는 표현이 더 맞는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2-12-0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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