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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 양육의 고단함을 이겨내고 (오락성 7 작품성 6)
브레이킹 던 part2 | 2012년 11월 16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야한 동영상을 컴퓨터 은밀한 곳에 숨겨둔 남성에게 “짐승 같으니!”하고 쏘아붙이는 게 무의미한 것처럼, 길거리 노숙까지 감행하며 영화예매에 열을 올리는 ‘트왈러’들에게 “이런, 빠순이들!’ 하고 몰아세우는 것 또한 영양가 없는 일이다. 원작 자체가 꿀단지 두 어병 펴 바른 듯한 할리퀸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이다. 그러니 뱀파이어의 고뇌가 얕다느니, 철모르는 소녀 취향의 영화라고 폄하해봤자 소용없다. 취향이 아니라는 사람은 조용히 스쳐 지나길 바란다. 어차피 이 영화가 만나고 싶어 하는 관객도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10대 소녀들과 ‘재고 따지지 않는 첫사랑’의 순수함을 그리워하는 이모와 엄마팬들이니 말이다. 여성이 꿈꾸는 판타지의 모든 것을 담아낸 달콤한 동화. <브레이킹 던 Part2>는 4년간 이어져 온 <트와일라잇> 동화의 마지막 챕터다.

<브레이킹 던 Part1>에서 조기출산의 위험을 경험했던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브레이킹 던 Part2>에 이르러 양육의 어려움에 봉착한다. 영화는 1부가 끝난 지점에서 시작한다. “우린 이제, 같은 온도야”라고 읊조리는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의 말마따나, 벨라는 그토록 원해 마지않던 뱀파이어가 됐다. 퓨마의 목덜미에 이빨을 꽂고 피를 ‘원 샷’하는 벨라는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를 온몸으로 증명한다. ‘어장관리녀’라는 불명예스러운 닉네임도 들어 설 공간이 없다. ‘미시즈 컬렌’이 된 벨라는 더 이상 우유부단하지 않다. 강하고 터프하고 용감한데, 모성본능도 충만하다. 어떠한 공격도 막아낼 수 있는 ‘쉴드 능력’은 뱀파이어로 거듭난 그녀에게 주어진 ‘스페셜 기프트’다.

청춘남녀의 달달한 허니문에 러닝타임의 절반가량을 헌납했던 <브레이킹 던 part1>은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작품의 1부로서 아쉬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나로 만들어도 충분한 이야기를 두 개로 쪼개 놓았다는 비판이 이를 증명한다. 빌 콘돈이 이를 몰랐을리 없다. <브레이킹 던 Part1>과 비교하면 <브레이킹 던 Part2>는 확실히 이야기에 속도감이 있다. 사건의 중심에는 에드워드와 벨라 사이에 태어난 르네즈미(매켄지 포이)가 있다. 르네즈미를 ‘불멸의 아이’라고 판단한 볼투리가가 그녀를 처치하기 위해 다가온다. 벨라와 에드워드가 속해 있는 컬렌가는 볼투리가로부터 르네즈미를 지키기 위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동료 뱀파이어들에게 SOS를 보낸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만큼 극단적으로 남녀 취향이 갈리는 영화가 있으랴만, <브레이킹 던 Part2>는 시리즈 사상 가장 규모가 큰 액션 시퀀스를 삽입, 여자 친구 손에 이끌려 극장에 가야 하는 남성들의 근심을 일부분 덜어준다. 특히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뱀파이어를 불러 모으는 장면은 <엑스맨> <어벤져스>에서 익히 봐 온, 그러니까 슈퍼히어로 무비에서 볼법한 풍경이다. 상대의 모가지를 따내려 악전고투하는 뱀파이어, 하얀 설원위에 흩뿌려지는 검붉은 피 등 액션과 표현의 난이도도 꽤 높은 편이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달라진 벨라만큼이나, 그 속에서 에드워드와 제이콥(테일러 로트너)도 변화를 겪는다. 먼저 에드워드. 시리즈 내내 인간 벨라에 대한 통제할 수 없는 욕정을 억누르느라 고군분투 했던 그는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닿을 듯 말듯 한 키스로 소녀팬들의 호흡 곤란을 유발했던 소심한 애정행각은 한없이 과감해졌다. 서로의 목덜미를 물어대며 침대 위를 구르는 벨라와 에드워드의 러브씬은 팬들의 얼굴을 홍당무로 만들어 놓을 기세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유지태의 물음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이는 제이콥이다. 그의 ‘각인’(늑대인간은 ‘각인’을 통해 운명의 한 사람만을 사랑하게 된다) 대상이 벨라가 아닌 그녀의 딸 르네즈미라는 ‘막장’스러운 전개로 인해 에드워드-벨라-제이콥의 팽팽한 삼각관계는 싱겁게 막을 내린다. 한순간 돌아서 버린 제이콥의 사랑이 갈대 같아 보이긴 하지만, 그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다 싶다. 로버트 패틴슨 보다, 테일러 로트너를 응원했던 이들이라면 아들 장가보내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정말로!) 삼각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자신들의 관계를 유머로 승화시키는 요상한 웃음마저 사라진 건 아니다. 에드워드를 향해 “이제 장인어른이라고 해도 되냐?”고 말하는 제이콥의 너스레는 “나를 스위스라고 생각해!”라는 발언으로 관객을 경악케 했던 벨라의 명대사만큼이나 오래 남을 듯하다.

4년 전 시작된 뱀파이어와 소녀의 사랑은 이제 페이지의 마지막장에 이르렀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분명,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남녀노소 모두에게 기억될 작품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의 판타지에 이토록 완전무결하게 복무하며 정주행 해 온 시리즈물이 있었던가. 여성들, 특히 소녀들은 금기의 사랑에 몸을 내던진 벨라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며 지난 4년간 달콤한 꿈을 꿨다. 허망한 꿈이라고? 그러나 때로는 그런 꿈이 감수성 여린 소녀들의 마음에 충만한 기쁨을 안긴다는 사실을 아는가.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소녀들의 마음을 겨냥한 프렌차이즈의 가장 성공한 사례로 남을게다. 쉽게 깨지지 않을 기록이다.

2012년 11월 16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여자 친구 손에 이끌려 극장에 가실 남성분들, 이번엔 화끈한 액션도 있답니다.
-지난 4년간의 파노라마 영상이, 트왈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할 지어라
-이 죽일 놈의 사랑을 경배하는 그대에게
-르네즈미, “듣던 대로 아름답구나!” 제이콥, “이젠 행복해?”
-이건 내 취향이 아니라는 분은 조용히 패스!!
-벨라의 어장관리는 이해해도,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양다리는 용서가 안 된다는 분
-다코다 패닝, ‘지못미’
1 )
witch15
결국 제이콥은 사위가 되겠군   
2012-11-20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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