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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으로 정이 가는 무림 고수들 (오락성 7 작품성 7)
검우강호 | 2010년 10월 12일 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검우강호>는 오우삼의 필모그래피에서 다소 이질적인 작품이다. 가깝게는 이토록 웃겨줬던 오우삼 영화가 있었는가 하는 점에서, 멀게는 슬로우 모션과 비둘기로 대표되는 오우삼 특유의 연출력이 부재한 영화라는 점에서 그렇다. 속편 혹은 리메이크를 잘 만들지 않는 오우삼 영화 치고는 기시감들이 넘쳐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오우삼 보다, 공동 연출을 맡은 수 차오핑 감독의 역량이 더 크게 펼쳐진 세계다.

때는 명나라 시대. 전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무림의 고수들이 한 곳으로 몰려든다. 그들이 노리는 건 800년 전 반 토막이 된 채 사라진 달마의 유해. 이 유해를 얻는 자는 본인이 원하는 걸 얻나니, 암살단 흑석파를 비롯한 많은 강호들이 시체 찾기에 혈안이 된다. 마침 흑석파가 달마의 유해 반쪽을 가지고 있는 재상 일가를 살해 한 뒤, 시신을 차지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흑석파 정예요원 세우(양자경)가 시신을 가지고 도주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얼굴을 성형하고, 이름도 증정으로 바꾼 세우는 비단장수를 하며, 평범한 여인의 삶을 살아간다. 순진한 우편배달부 강아생(정우성)을 만나 팔자에 없는 결혼도 한다. 하지만, 흑석파 일당이 다가오자 남편을 지키기 위해 칼을 다시 꺼내 든다.

<검우강호>는 <페이스 오프>에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섞고, 1970~1980년대를 풍미한 홍콩산 무협 활극을 첨가 한 후, 보물을 찾아 헤매는 어드벤처 장르를 우려낸 ‘잡탕’에 가까운 영화다. 액션에서부터 로맨스, 드라마, 하물며 코미디까지 넣어버린 우직한 시도가 취향을 타게 할망정, 조잡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중화사상을 내세워 멋부리기에 치중한 근래 중국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솔직하고 담백하다.

<검우강호>는 무협 장르의 컨벤션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대신 그 안에서 그만의 전복과 변주의 즐거움을 한껏 부린다. 이 영화의 매력은 강호의 의리나 대의명분에 대한 비장미가 아닌, 개인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인간적인 면모에서 발휘된다. 그 인간미 사이에서 대량 방출되는 황당무계함들이 엉뚱하긴 하지만, 그러한 이질감이 <검우강호>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힘이 된다. 물론, 그것이 독이 되기도 한다. 의도된 연출인지, 아닌지를 헷갈리게 하는 유머스러운 장면들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영화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나뉠 게다.

<검우강호>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우두머리 악당 전륜왕(왕학기)의 속사정이다. 정말이지, 이 악당이 달마의 유해를 얻으려고 발바닥에 땀띠 나게 돌아다니는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 장담컨대 당신은 박장대소든, 실소든, 미소든 일단 터지게 된다. 희한한 건 그 이후다. 웃고 난 후, 이 악당에 대한 연민의 정이 솟는다. 표피적으로만 보면 황당해 보일 수 있는 설정이지만, 마음의 문을 열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불쌍해도 이렇게 불쌍한 사연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마땅히 해야 할 어떤 것을 하지 못하는 사연이 가련하고도 가련하다. 게다가 그는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다. 겉은 웃고 있지만, 겉은 대담해 보이지만,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속은 울고 있고, 속은 소심함으로 가득 차 있고, 속은 텅텅 비어 허하다. (과장 해석해서)속마음을 감추고 사는 우리 현대인들의 삶과 별단 다르지 않다. 이토록 인간적으로 정이 가는 무림의 고수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알몸으로 자신을 유혹하는 미모의 여성(서희원)을 ‘미친Xㄴ’이라며 웃고 넘기는 이 호방한 남자, 강아생 역의 정우성은 또 어떤가. 준수한 외모에 반하는 어리숙한 행동들이 묘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성우 더빙을 했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대사 전체를 100% 중국어로 소화해 낸 정우성 개인의 노력도 충분히 높이 살만하다. 영화 포스터 정중앙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포스나 주연이라는 타이틀에 비하면 출연 빈도가 낮지만, 반전의 키를 쥔 인물로서 나쁘지 않은 포지션이다. 게다가 오우삼이 정우성을 꽤나 좋아하는 모양이다. 오우삼이 제작하는 <킬러> 리메이크판에도 정우성을 출연시킬 예정이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무협영화의 풋풋한 정취는 양자경의 발끝에서 나온다. 홍콩 원조 액션 여배우로서 할리우드까지 진출했던 그녀는 이번에도 와이어에 의지하지 않은 채 녹슬지 않은 무술 실력을 보여준다. 정우성이 첫 눈에 반하기에는 (솔직히)그다지 신뢰 가는 외모는 아니나(나이차이는 또 어떻고), 허공을 가로지르는 무술내공만큼은 그 누구보다 매력적이다. 정우성이 뭐냐, 브래드 피트라도 무릎 꿇게 할 기세다.

2010년 10월 12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진지한 장면에서 빵빵 터지게 하는 웃음, 요거 중독성 있네.
-정우성이 나온다. 중국어도 잘한다. 무술실력도 괘얀네.
-1980년대 무협 영화의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양자경 언니의 녹슬지 않은 무술 내공.
-분명 취향을 탈 영화. 내 취향이 아니라면 황당할 뿐.
-정우성과 양자경의 외모 조합은 그다지~ 큰 누님과 막내 동생?
4 )
adew82
오늘 보러 갈 예정인데, 생각보다 재밌을 것 같아 기대되네요.^^   
2010-10-14 11:58
nexmack
7, 7d이라. .볼만하겠는데.ㅎㅎ   
2010-10-14 08:53
cheken
생각보다 괜찮나   
2010-10-14 00:05
doona09
오~ 정우성이 주인공이 아니였군요 ㅋㅋ 역시 포스터란 ㅋㅋ   
2010-10-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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