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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품종개량 모큐멘터리의 성공지수 (오락성 5 작품성 4)
폐가 | 2010년 8월 16일 월요일 | 양현주 이메일

호러는 롤러코스터를 타야 한다. 호러 영화에서 성공을 결정짓는 주요 관건, 그것은 리듬감이다. 호러와 서스펜스라는 무기를 장착하고 근육을 이완 수축시키는 과정에서 얼마나 리듬감을 발휘하느냐가 호러 영화의 유쾌함을 빚어내는 셈이다. 호러와 유쾌라는 단어는 북극과 남극만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우리는 간혹 공포를 잘 조절한 영화를 보고 나면 잔뜩 긴장했던 신경이 풀어지면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굳이 예를 들어 보자면 근작 중 <드래그 미 투 헬>이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정도의 감상을 떠올려보면 되겠다. 그렇다면 동네마다 하나씩은 꼭 있을 법한 그 곳에 카메라를 장착한 한국형 호러 <폐가>는 어느 정도의 공포를 체감시켜줄까.

<폐가>는 한국형 품종개량 모큐멘터리 형식을 취한다. 입봉을 코앞에 둔 감독과 촬영기사, 녹음기사까지 스탭 3명, 그리고 폐가 체험 동호회 회원 3명, 이렇게 6명이 단출하게 폐가 체험을 하는 하룻밤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것이 <폐가>의 목적이다. 또 하나의 목적은 이 짜고 치는 고스톱 한 판이 얼마나 실제 상황처럼 보이도록 관객을 속이느냐가 되겠다. 물론 진짜 주인공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폐가의 터줏대감인 귀신이 될 것이고 말이다. <폐가>는 비연기자인 주민들의 녹취를 인트로로 사용하면서 제법 리얼함을 전달한다. 땅을 바라보고 있는 카메라 앵글, 목 아래만 촬영된 익명성, 인터뷰 대상자의 뒤를 장식하는 시멘트 벽면 등이 흥미로운 도입부를 깔아둔다.

얼핏 보기에도 저예산 인디 다큐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폐가>의 승부수는 여기에 있다. 애초에 물량 공세를 못한다면 부족한 재료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영리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폐가>는 폐허가 된 건물 세 채와 마당, 이 협소한 공간에서 등장인물 6명을 데리고 87분을 맛깔 나게 요리해야 한다. 하지만 밑천은 금새 바닥나고 말았다. <블레어 윗치> <클로버필드> 식의 익숙한 핸드 헬드는 점차 무기력해진다. 그러니까 <폐가>는 아무리 봐도 <블레어 윗치> <REC>로 흥했다 가라앉았던 호러 모큐멘터리 시류를 다시 한 번 끌어올린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성공에 고무된 느낌이 역력하다. 성공한 호러 영화들의 문법을 한국형 폐가로 가져왔지만 성공적인 품종개량에는 실패한 셈이다.

<폐가>는 지지부진했던 중반부를 탈피하려는 요량으로 후반부에 가서는 온갖 폴터가이스트 현상으로 관객에게 총공세를 퍼붓는다. 소리와 이미지로 빚어내는 각종 효과들 사이에서 리듬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어수선한 데다 변장을 비롯한 특수효과는 <전설의 고향>보다도 세련되지 못하다.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이루어질 새도 없이 달려가는 바람에 공포감을 느끼기보다 피로감이 찾아온다. 분명 러닝타임은 공포영화에 적합하지만, 어수선한 연출로 그 마저도 길게 느껴지게 만든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섹스 어필과 공포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잊지 않고 <폐가>에 삽입한 점이다.(이 미세한 부분은 굳이 눈치챌 정도로 부각되지는 않는다.) 웅덩이에 빠진 녹음기사의 젖은 육체를 굳이 찍어대는 카메라를 보고 있자니, 얼굴이 낯익지 않은 배우들, 손에서 흔들리고 떨어지는 카메라 등 이것 저것 호러 문법은 많이 알고 있지만 실전 활용에는 어려움이 있는 모범생을 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호러를 글로 배운 모범생에게 필요한 것은 창조를 위한 모방과 개량이다.

2010년 8월 16일 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폐가체험 동호회에서 사용하는 각종 도구들은 나름 신기한 볼거리.
-당신 호러매니아라면, 코웃음 칠지도 모른다. 호러 면역성 약한 필자에게도 무섭지 않다는 사실
-<파라노말 액티비티>라는 귤이 바다를 건너니 <폐가>라는 탱자가 되었네
-이 정도 공포는 <서프라이즈>의 ‘진실 혹은 거짓’보다 약하다
20 )
mommy1948
무섭지 않다는 사실!!!!!!!!   
2010-08-27 20:46
dramawow
애들만 나오면 뭐하나... 내용 좀...   
2010-08-25 23:08
ggang003
잘봤어요   
2010-08-22 19:14
karmawar
핸드핼드는 이제 그만;;   
2010-08-19 16:02
loop1434
별로   
2010-08-18 19:33
ohye91
ㅎㅎ 호러를 글로 배운 모범생에, 탱자라니... 기자의 재기가 나를 우세 만든다   
2010-08-18 08:34
fa1422
잘봤어요   
2010-08-18 02:56
cyddream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2010-08-18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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