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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열정이라는 든든한 밑거름. 아주담담 [최선의 동료들]
최동훈, 허진호, 류장하, 황규덕 감독 | 2009년 10월 13일 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왼쪽부터)최동훈, 허진호, 류장하, 황규덕 감독, 김영진 평론가
(왼쪽부터)최동훈, 허진호, 류장하, 황규덕 감독, 김영진 평론가

어제의 친구가 오늘 적.. 이 아니라 오늘에도 계속 동료다. 10월 12일에 열린 ‘아주담담’에서는 영화 아카데미 출신 감독 4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영화 아카데미 1기로 90년대 한국영화를 이끌다가 4년 전, 교수로 영화 아카데미에 돌아간 황규덕 감독과 최근 <호우시절>을 내놓은 멜로 영화의 거장 허진호 감독(9기), <꽃피는 봄이 오면><순정 만화>를 만든 류장하 감독(12기)과 15기로 가장 막내 기수인 <범죄의 재구성> <타짜>의 최동훈 감독이 함께 했다. 이들은 과거 영화 아카데미 시절을 회고하며 옛 기억을 더듬었다.

황규덕 감독은 ‘황규덕 사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출뿐 아니라 각본과 제작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하다 영화 아카데미 교수로 돌아갔다. 특히 오늘은 제자인 최동훈 감독과 함께 해 뜻깊은 자리가 됐다. “동훈이, 아니 최동훈 감독이 내 밑에서 배웠는데, 이렇게 큰 감독이 됐다”며 대견함과 함께 흐뭇한 어색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규덕 감독이 회고하는 아카데미 최창기는 어려운 시절이었다. 기존의 영화인들은 새로운 교육 기관을 만들어 풋내기들을 키운다는 인식이 강했고, 기존의 공간들도 학교로 활용하면서 더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다. 당시의 영화란 도제 시스템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현장 인력과도 마찰을 빚었다.

하지만 9기인 허진호 감독부터는 많이 편해 졌다. 현장으로 나간 선배들도 많고, 제작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선배들도 많아져 영화 아카데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분위기는 그 뒤의 후배들에게도 이어져 심지어 졸업 작품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많은 제작자와 프로듀서들이 참석해 미래의 감독들에게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15기인 최동훈 감독은 한국영화의 중흥기라는 이유까지 더해졌다. 많이 배우고 잘 찍어서 좋은 감독이 되겠다는 생가으로 똘똘 뭉친 시절이었다.
허진호 감독과 류장하 감독은 남다른 인연을 소개했다. 류장하 감독이 군대 신병으로 들어갔을 때, 최고참이 허진호 감독이었던 것. 당시 영화를 하고 싶었던 류장하 감독은 이후 허진호 감독이 영화 아카데미에 들어가자 후배로 들어가게 됐고,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인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는 조감독을 하기도 했다. 허진호 감독 역시 류장하 감독의 데뷔작 <꽃피는 봄이 오면>의 각본에 참여해 끈끈한 인연을 이어갔다. 이 중 최고는 류장하 감독이 현재 허진호 감독의 아내를 소개해준 것. “내가 허진호 감독 장가보내줬다”는 류장하 감독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최동훈 감독은 졸업 작품에 관한 인상적인 기억을 떠올렸다. 황규덕 감독은 최동훈 감독의 졸업 작품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지만, 막판에 바뀐 것을 안타까워 했다. “동훈이 저 인간은 지한테 딱 맞는 시나리오를 가져왔었는데, 결국 바꿨다”며 핀잔을 줬다. 당시 최동훈 감독은 <삼국유사>에서 소재를 얻어 판타지를 가미한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제작비 문제로 다른 작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의 아이디어가 곧 발표할 <전우치>에 녹아든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실제로 최동훈 감독은 “아카데미 시절의 작품들은 부끄러운 작품들이지만, 이후 장편에서 다시 써먹은 요소들이 있다”며 든든한 밑거름이었음을 인정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김영진 평론가는 아카데미 출신들이 생명력이 긴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했다. 참석한 감독들은 모두 대학교를 마치고 다시 들어온 교육 기관이라 이미 들어오면서 새로운 각오가 생긴다고 했다. “그냥 대학교를 마치고 취직하는 개념이면 쉽게 포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취직이 아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일이기에 이들의 열정은 영화 아카데미를 들어오는 순간부터 생긴 것”이라는 최동훈 감독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또 아카데미의 괴짜를 묻는 질문에는 <개 같은 날의 오후>의 이민용 감독이 거론됐다. 현장에서 조감독까지 하다 온데다가 나이도 많고, 덩치도 좋고, 성격까지 카리스마가 넘친 탓에 비록 3기였지만 1기를 능가하는 리더쉽을 발휘해 ‘큰 형’ 대접을 받았다고.

감독 지망생에게 한 마디를 해달라는 관객의 요청에 류장하, 허진호, 최동훈 감독 모두 ‘운칠기삼’을 강조했다. 하지만 단순한 운이 아닌, 준비된 자들에게 오는 기회임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류장하 감독은 돈 벌고, 연애하고, 기타 등등의 사회생활을 모두 고려하면 감독되기 힘들다며 독종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황규덕 감독은 젊은 세대에 기대를 걸었다. 과거 인디영화에 대한 개념도 없던 90년에 큰 규모로 성장한 일본의 독립영화 집단에 자극을 받았다는 것. 천만 관객의 메인 스트림으로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문화와 영화를 연결시킬 수 있는 젊은 세대의 왕성한 활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2009년 10월 13일 화요일 | 부산 취재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009년 10월 13일 화요일 | 부산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10 )
ehgmlrj
현장 분위기가 좋아보이네요..   
2009-10-13 21:46
kwyok11
아주담담 [최선의 동료들]   
2009-10-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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