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오! 브라더스’ 언론시사회
특별한 형제가 웃기고 울려줄게 | 2003년 8월 20일 수요일 | 임지은 이메일

다 아빠 때문이다. 아빠가 밉다. 아빠한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걸 알고 엄마는 자살했고, 난 그후로 완벽하게 혼자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덜컥 소식 하나가 날아들었다. 아빠가 죽었단다. 나한텐 이미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진데 뭐. 근데 그게 아니었다. 의절한지가 벌써 언젠데, 빚이 몽땅 나한테 떠넘겨졌단다. 그 뿐이면 다행이게? 열 두 살 짜리 배다른 동생까지 내 몫이 됐다. 열두 살도 그냥 열두 살이 아니다. 얼굴만 보면 나보다도 형님이다. 생전 처음 본 내 동생은 조루도 아닌, 쾌걸조로도 아닌 조로(早老)증 환자였다.

형 쪽에서는 어린 나이에(?) 여자나 밝히고 형한테 딱꿍딱꿍 대드는 동생이 미워 수시로 머리를 쥐어박고 눈을 부라린다. 그런가 하면 희귀한 병 때문에 몸이 보통사람 4배나 빨리 노화하는 이 동생 역시 만만치는 않아서 형 못 알아듣는 수화로 몰래 욕을 퍼부어 주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틈엔가 상대를 자기보다 더 배려하게 된 이 사랑스런 형제들은 서로를 단단히 끌어안는다. 눈물, 웃음 버무린 두 형제의 무용담 <오! 브라더스>가 어제 언론시사를 가졌다.

너무 이쁘장한 얼굴 때문에 영 일에 애로사항이 많던 상우(이정재)는 험상한 표정―사실은 즐겨보는 ‘처키’인형 흉내―한 번 짓는 걸로 일거에 상대의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봉구(이범수)를 이용, 수금작업에 나선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이들은 말 그대로 환상의 콤비. 소문 자자한 악성채무자들도 오상우, 오봉구 형제 앞에선 단번에 넉다운이다. 당연히 수입도 쏠쏠할 수밖에. 수금이 주업이라면 부업은 사람 찾기다. 이들이 함께 나서는 사람 찾기 작업의 대단원은 외로웠던 스스로에게 형을, 그리고 동생을 찾아주는 것이다. 천진난만한 열 두 살 짜리 악동 봉구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해낸 이범수와 차분히 형 상우를 그려낸 이정재의 화학작용은 퍽 느낌이 좋다. 한편 악랄한 풍속계 경찰 정반장을 연기한 이문식을 비롯한 조연들의 연기도 돋보이는 부분. 으레 다소 엄숙(?)하게 마련인 기자시사에서도 끊이지 않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 브라더스>의 개봉일은 9월 5일.

이 날 하루종일 추적추적 내리던 빗줄기는 점차 굵어져 결국 서울시내 전체를 주차장화 했다. 교통체증 때문에 무대 인사는 다소 지연됐고, 이윽고 이정재와 김범수, 류승수, 김준희 등 주, 조연 배우들과 김용화 감독이 무대에 올랐다. 이범수는 시간이 지연된 것을 의식했던듯 “하늘에서 시샘을 하셨는지 비도 오고 차도 막히더라. 그렇지만 예감은 더욱 좋다. 오시는 동안 궁금증이 좀더 배가 되셨으리라 믿는다”는 너스레로 인사를 대신했다. 상영 후 기자회견에서 오고간 질문과 답변들은 아래 간추려 소개한다.

Q: 완성작을 보고 난 소감은?
김용화 감독: 얼떨떨하다.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 나왔으면 좋겠고, 지금 보니 좀 억지스런 부분들도 있는 것 같다. (“어떤 부분이 그렇던가?”라는 질문에) 영화는 현실보다 정직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무슨 뜻이냐면, 예를 들어 현실에서는 당황하더라도 그 기분을 감추지 않는가. 하지만 영화에선 당황하면 당황한 모습을, 공포에 질리면 질린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들한테도 이면의 모습을 좀더 정직하게 보여달라고 요구했는데, 그런 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까 보니 내가 보기엔 웃기지 않은 장면에서 웃음이 터지고 웃을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에선 웃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웃음).

Q: 이범수는 조로증에 걸린 12살 아이를 연기했다. 대단히 독특한 역인데, 어떻게 연습했나?
이범수: 최대한 어린아이의 모습에 가까워지려 노력했다. 외적으로 어떤 표현을 하는데 중점을 둔다기보다는 산만함, 부산스러움 같은 어린아이들의 특성자체를 내면화하는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순수함과 아이들만의 천진난만함이다.

Q: 영화 내내 봉구가 상우에게 얻어맞는 장면이 비일비재하다. 맞느라 힘들지는 않았는지.
이정재: 맞는 사람이 뭐가 힘든가. 때리는 사람이 고역이지. 발뻗고 못 잔다.
이범수: 맞을 짓을 했기 때문에 맞았다고 생각했다. (장내 웃음) 그리고 워낙 호흡이 잘 맞아서 오히려 신났다.

Q: 촬영 중 에피소드는?
감독: 에피소드라고 하면 이런 걸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정재와 이범수는 <태양은 없다>에서 함께 출연했었는데, 그 때 이정재는 주연이고 이범수는 단역이었다. 촬영 시작하기 전에 정재와 술을 한 잔 하는데 이런 걱정을 하더라. “전에 <태양은 없다>때 연기에 대한 욕심 때문에 범수형한테 지도를 좀 했었는데... 다시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도 그 말 듣고 덩달아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오! 브라더스> 찍으면서 보니까 이젠 역으로 이범수가 이정재를 지도하는 거다. 미흡한 부분을 지적하고, 이러이러해 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하고. 감독으로서 긴장되는 순간이었지. 그런데 이정재가 너무 좋다면서 열심히 의견을 경청하더라. 그때부터 모든 게 잘 풀려나갔다. 손발이 척척 맞는 건 물론이고.
이범수: 다 서로간에 애정이 있으니까. 서로를 살찌울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Q: 코미디영화를 연출하는 데 있어 감독의 철학은?
김용화 감독: 드라마가 존재하는 곳에 유머가, 유머가 극대화되는 순간 드라마가 생긴다는 게 내 생각이다. 드라마와 유머는 별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 한다.

Q: 주인공은 어떻게 캐스팅 했나?
김용화 감독: 1년 전 시놉시스 쓰던 때부터 봉구 역엔 이범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흔쾌히 승낙해줘서 다행이었다. 이정재는 여러 의견을 두루 들어본 결과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목한 배우였고. 연출하면서 나는 내 시나리오와 봉구, 상우가 얼마나 닮아있는지를 잣대로 삼아본 적이 없다. 생성의 과정에 늘 주목하고 싶었다. 시나리오와 배우의 연기가 만나 어떤 인물로 만들어지느냐 하는 것.

Q: 김범수와 이정재에게 질문. 서로에 대한 칭찬 한 마디 부탁한다. 그리고 젊은 감독과 작업하며 어떤 점이 좋았는지?
이범수: 이정재라는 좋은 배우를 가까이서 접하고 친숙해질 수 있었다는 건 개인적으로 내게 큰 소득이었다. 이정재는 상황을 해석하는 면에 있어 진실하고, 늘 진솔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오픈마인드이기도 하다.
이정재: 내가 봉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할려면 할 수도 있었겠지. 그렇지만 도저히 범수형처럼 잘 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그럼 나 말고 상우를 할 만한 배우는 누가 있지?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사람이 많더라. 그러나 봉구의 경우 김범수 외에는 대안이 없다. 사실 나는 옆에서 보조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범수: 김용화 감독은 그간 경험해 본 어떤 감독보다 디렉션이 정확하다. 배우들을 늘 정확히 이해시킨다는 점에서 편안했고, 촬영 전체도 늘 일사불란하고 명료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알려진 대로 장편영화로는 이게 데뷔작인데, 입봉하는 감독이 어떻게 머리 속에 그린 것들을 그렇게 현장에서 능란하게 풀어 보일 수 있는지 놀랍게 느껴졌다. 앞으로의 작품을 기대하게 될 것 같다.
이정재: 영화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웃음의 요소들을 잘 끄집어내는 감독이다. 게다가 연기를 너무 잘한다. 촬영 전 발레학원 연습실을 빌려서 한 달 간 리허설을 했었는데, 리딩할 때 보니 상우, 봉구, 정반장을 다 소화해내는 데 이건 너무 잘 하는 거다. 박영규선배님도 “저 친군 왜 이렇게 연기를 잘해?”라면서 혀를 내두르시더라. 연기 잘하는 감독이랑 일하면 피곤하다. 일단 나보다 더 잘하니까(웃음). 그리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잡아내니까.

Q: 두 배우 모두 젊은 나이임에도 여러 다양한 장르, 역할들을 경험해봤다. 자신이 생각할 때 좋은 배우란 어떤 것?
이범수: 글쎄.. 예산을 절약하는 배우? 감독의 명령에 복종하는 배우? 농담이고, 보는 이가 존재한다는 걸 늘 염두에 두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정재; (다소 무뚝뚝하게)아직 잘 모르겠다. 아니 아니, 정말 모르겠다. 오래 전 <태양은 없다>나 이재용 감독 영화들 찍을 때는 작업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신났었다. 늘 현장에 빨리 가고 싶어서 안달하고, 쉴 때도 계속 시나리오 읽고... 그게 참 오래 전 일 같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그런 감정들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오! 브라더스>를 하면서 정말 신났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좋은 에너지를 가득 충전한 기분. 이 기분으로 어서 다음영화도 작업하고 싶을 정도다.

Q: 감독에게 질문. 특별히 영향받은 감독이 있다면?
감독: 마이클 만, 토니 스콧.

Q: 듣자니 이정재네 집엔 TV도 없다고 하던데. 특히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안다. 그런 의미에서 “<오! 브라더스>는 꼭 극장에서 봐줘야 한다”고 관객을 한 번 설득해보기 바란다.
이정재: 코미디는 원래 함께 보면 시너지를 일으킨다. 공포영화도 그렇지만. 이런 유머러스한 영화는 극장에서 함께 웃으면서 보면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취재: 임지은
촬영: 이기성

1 )
js7keien
[레인맨]이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   
2006-10-03 10:37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