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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문10답] ‘알고 싶다’와 ‘알겠다’ <아이> 김향기
2021년 2월 10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비주류와 주류, 독립과 상업. 영화의 속성을 인지하고 선택하지 않는다. 욕심이 다양하게 많은 편이다. 장르와 캐릭터에 끌려서, 이야기의 메시지를 따라서, 감독님의 색깔이 궁금해서 참여한다. 간혹 막상 해보면 생각과 다를 것 같아서 도전하는 것도 있다. 김향기의 표현대로 하면 ‘알고 싶다’와 ‘알겠다’의 차이다. 김향기는 말한다. 연기에 욕심은 많지만, 꼭 이뤄지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으로 지금 하는 것에 집중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가 보호종료 아동 ‘아영’으로 관객을 찾는다. 집도 생활도 학업도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너무 일찍 어른이 돼 버린 아영과 홀로 아기를 키우는 엄마 ‘영채’(류현경), 아기 ‘혁’의 동행을 따라가 본다.

Q1. 보호종료 아동 ‘아영’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접근했는지. 그는 어떤 인물인가.
보호종료 아동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자세하게는 몰랐다. 보호종료 아동이라는 타이틀에 맞출지 아영 캐릭터의 일부로 간주할지에 대해 고민했는데 후자 쪽이 맞다고 생각했고, ‘아영’이 지닌 여러 특징의 하나로 접근했다. 아영은 자립심과 생활력이 강하지만, 본인의 노력으로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을 마음 한편에 지닌 친구다. 성인이 되면 자립해야 하는데 이건 누구나 마찬가지라, 남들보다 좀 더 일찍 그 상황을 마주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안쓰럽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남들보다 빨리 자립해 좀 더 단단한 자신을 마주하는 거라 반드시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타인이 아닌 자신의 시선과 관점에서 행복을 찾고 스스로를 찾아 나가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 그렇다고 생각한다. 다만 극 중 현실과 타협하는 몇몇 모습에 안타까웠다.

Q2. 보호종료 아동 ‘아영’과 닮은 점이 있다고 했다. 어떤 점이 그런가. 당신의 아이디어가 반영돼 캐릭터가 확장된 부분이 있다면.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다만 보통 외부의 영향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곤 하는데 (자신의) 가치관 안에서 욕구를 파악하고 드러내는 과정이 닮은 것 같다. 그래서 ‘아영’의 행동을 보며 ‘왜’라는 물음표가 없이 그가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공감하고 이입할 수 있었다. 덕분에 캐릭터에 대한 이해는 물론 영화 전체를 파악하는 데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내 의견으로 캐릭터가 확장됐다기보다 감독님, (류) 현경 언니와 리딩하면서 좀 과하게 느껴지는 부분 등에 관해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내가 아영과 닮아서 일 수도 있다.(웃음) 그래서 아영이 영채를 대하는 방식과 표현이 사소하지만, 조금씩 달라졌다. 예를 들면, 마지막 장면에서 아영이 용기를 내 영채에게 돕겠다는 말을 꺼낸다. 처음 시나리오상에는 아영이 영채를 뒤에서 껴안는다고 돼 있었는데 그 장면을 삭제했다. 촬영하다 보니 아영이라면 안아주고는 싶지만,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사로는 아영이 영채에게 한 ‘언니, 나쁜 사람 아니잖아요’ 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아영이라면 그 정도로 마음을 표현할 것 같았다.

Q3. 말했듯 ‘아영’은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몇몇 상황에서는 폭발할 만도 한데 그렇다. 연기하며 그런 아영이 답답하진 않던가. (웃음) 또 보호종료 아동인 그가 선택한 전공은 아동학과이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나.
아영이 일부러 감정을 누르기보다 그것 자체가 아영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면 해소될 텐데 표현을 안 하는 아영이 답답해 보일 수 있겠으나 그게 아영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안정된 선택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어느 정도의 강박감이 있는 친구다. 그래서 후반부에 아기 ‘혁’을 데리러 간 선택 자체가 큰 일탈이자 도전일 수 있다. 그리고 아동학과는, 아영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한 것 아닐까. 잘 보면 아영은 ‘혁’과 놀 때 굉장히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 그렇기에 그의 결핍에서 비롯했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따라간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아이>
<아이>

Q4. ‘아영’은 결국 보육원에서 같이 자란 ‘경수’의 죽음 앞에서 폭발한다. “우리가 가족이니 장례식만 하게 해달라”고 담당 공무원을 향해 외친다. 또 후반부 브로커를 상대로 다친 와중에도 말 한마디 없이 응시한 끝에 결국 ‘혁을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 두 장면 모두 감정의 소모가 크지만, 표현은 극과 극인데 어떻게 감정을 잡아 나갔나.
경수 시퀀스에 대해 감독님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었다. 사람이 보통의 경우 상황을 인식하고 감정이 올라오는데 아영은 그때 그런 인식도 없이 감정이 훅 올라온 것 같다고 말이다. 본인의 가치관 안에서 아닌 것은 아닌 거라는 인식이 강한 아영은 평소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수를 ‘무연고자’라고 지칭하니 그 순간만은 감정이 앞서 충동적으로 차를 막고 나선 거다. 경수의 죽음은 아영이 ‘혁’을 데리러 가는 선택을 하는 데 힘을 실어준, 결정적인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아영에겐 경수만큼 ‘영채’(류현경)와 ‘혁’이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은 상태거든. 그래서 평소의 아영이라면 하지 않을 충동적인 행동을 또 하게 된다. 아기 브로커와 맞서는 장면은 오로지 그 집에서 혁을 데리고 나가겠다는 생각에 집중했던 것 같다.

Q5. <아이>가 여성에 관한 이야기라 좋았다고 밝힌 바 있다.
여성이 중심이 된 여성 서사라 <아이>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아영이라는 캐릭터와 그를 표현하는 방식이 좋았다. 그리고 우리 영화가 꼭 여성 영화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보호종료 아동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별과 상관없고 홀로 아이들 키우는 것도 성별과는 무관하니 말이다. 다만 차가운 현실에서도 따뜻함이 있고, 또 따뜻한 가운데 차가운 게 세상인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여성을 내가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Q6. 아기 ‘혁’을 안고 달래고 같이 노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더라. 쌍둥이라고 들었는데 촬영 현장은 어땠나.
아기들이 너무 잘해줬다고 말한 게 빈말이 아니다. 정말 고생하지 않고 수월하게 촬영했다. 아기들이 현장의 분위기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리는지 때때로 울음을 터트리곤 했다. 예를 들면 소리가 높아지고 감정이 격정적으로 오가는 신을 촬영할 때면 어떤 느낌이 있는지 아기들이 우는데 이때 촬영을 멈춘 게 아니라 롱테이크로 계속 이어갔다. 현장에 항상 쌍둥이 부모님이 계셔서 든든했고, 간혹 아기의 컨디션에 따라 촬영 스케줄이 변경되기도 했었다.

Q7. <아이>가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구도를 따르지 않고, ‘악인’을 내세우지 않는 점이 좋았다. 영화를 하며 새롭게 다가온 지점이 있다면.
가장 새로웠던 건 극 중 변호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역할을 여성이 했다는 것이다. 감독님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 여성 캐릭터로 내세운 듯한 데 그 점이 독특하다고 느꼈다. 사실 시나리오를 읽은 후 남성 배우가 다수일 거로 생각했었다. 예를 들면 ‘아영’에게 실습할 어린이집을 주선해주는 교수도 막연하게 남성일 거로 예상했거든. 그런데 아니더라. 나 혼자만의 생각, 어떤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띵한 부분이 있었다. 스스로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미처 모르는 사이 편협한 혹은 편향된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Q8. 평소 끌리는 장르와 캐릭터가 있다면. 또 작품 선택 시 주요한 기준은.
욕심이 다양하게 많은 편이다. 비주류, 상업영화, 독립영화 등 이런 식의 구분을 인지하지 않고 들어간다. 캐릭터에 끌릴 때도 있고 이야기가 지닌 메시지를 따라갈 때도 있다. 또 감독님의 색깔이 궁금하고 알고 싶어 참여하기도 하고, 막상 해보면 (예상과) 다를 것 같아서 하는 것도 있다. 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알고 싶다’와 ‘알겠다’의 차이라고 할까. 그렇다 보니 하고 싶은 작품이 늘 있다.(웃음) 지금까지 감사하게도 훌륭한 선배님, 감독님과 여러 번 작업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많은 것을 경험했고 배웠다. 앞으로 내 나이에서 보여줄 수 있는 발랄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고, 한 인물에 집중해 여러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역할도 하고 싶다. 요즘엔 웹툰 등을 보면서 해보면 흥미롭겠다는 생각도 한다. 연기에 욕심은 많지만, 꼭 이뤄지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으로 지금 하는 것에 집중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Q9. 류현경 배우가 평소 당신의 짤(사진, 그림)을 저장할 정도의 찐팬이라고 공언했는데, 현장에서 느껴지던가. (웃음)
언니는 정말 분위기 메이커다. (굳이 따지자면) 내가 내성적인 편이라 가까워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나를 좋아하는 마음을 부담스럽게 드러내는 게 아닌, 서로 좋아하는 관심사 등에 관해 묻고 이야기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즐겁고 좋았다. 촬영 기간이 길지 않은 데도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긍정적인 에너지와 기운이 넘치고 그 에너지가 촬영으로 이어져 극 중 영채와 아영 간의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드러난 것 같다.

Q10. 아영은 ‘혁’이와 있을 때 매우 행복하고 한편으로는 위로받고 성장하는 듯 보인다. 김향기에게 그런 존재가 있다면.
음… 행복은 궁극적으로 스스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게 행복의 시작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강아지, 아기, 오랜 친구와의 수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2021년 2월 10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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