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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감독과의 인터뷰
유하 감독이 '결혼은, 미친짓이다'를 만났을 때 | 2002년 4월 10일 수요일 | 컨텐츠 기획팀 이메일

제 2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화제가 됐던 이만교의 소설 <결혼은,미친짓이다>를 스크린에서 볼수 있게 된 건 전적으로 유하 감독의 공이다. 당시 오늘의 작가상 시부문 심사위원이었던 유하 감독은 소설 부문 후보작으로 올라와 있던 이만교의 <결혼은,미친짓이다>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도발적으로 화두를 던지고 있는 이 독특한 제목이 마음에 들어 바로 읽었다고 한다. 특히 결혼이란 아이템은 유하 감독이 관심을 갖고 있는 소재고, 그 동안 트리트먼트 구상을 해 온 상태였다. 원고를 읽어보니, 여성 캐릭터가 두 집 살림을 하는 등 불온한 점이 마음에 들었고 매력을 느꼈다. 그 동안은 결혼에 대해 성스러운 면으로만 포장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결혼제도의 문제점을 공론화 시키고 담론을 끌어 낼 수 있는 사회문화적 성숙이 도래했다고 판단, 영화화를 결심했다. 유하 감독은 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에게 소설을 읽어보길 권유했고 그 후 싸이더스에서 판권을 구입, 작년 7월부터 유하 감독이 직접 각색 작업에 들어갔다.

Q. 영화계로 복귀하게 된 계기는?
A. 어느 날 차승재 대표에게 무협 시나리오 한 편 써보지 않겠냐며 연락을 받았다. 무협소설의 패러다임을 현실에 적용시킨 첫 시도였던 <무림일기>를 보고 연락을 한 것이었다. 그 동안 몸이 아파 일을 쉬고 있던 터여서 가장으로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이번 시나리오를 잘 쓰고 난 후 영화로의 일을 다시 도모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Q.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은?
A. 93년 <네 번째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에서 '결혼하지 않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나레이션이 인상 깊었다. 언젠가 영화를 다시 만들게 된다면, 결혼제도와 관련된 것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Q. 캐스팅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준다. 엄정화와 감우성을 선택한 이유는?
A. 1년 간의 시나리오 작업 기간 동안 준영역으로 감우성을 떠올렸다. 그는 한국에서 '먹물 근성'이 강한 인텔리 남성을 연기하는데 적합한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다. 엄정화는 처음 캐스팅 단계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배우다. 아마도 너무나 성공한 가수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모방송국의 드라마에 출연한 엄정화를 봤다. 연기를 잘 하더라.

Q. <결혼은,미친짓이다>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A. 우리사회에서 결혼은 너무나 성스럽게만 포장되어 있는 것 같다. 사실 결혼은 그리 성스러운 것이 아니지 않나. 이 영화를 통해 결혼이란 화두를 공론화 시키고 싶었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 결혼제도에 대해 담론을 이끌어내고 싶다.

Q. 이번 영화도 시(詩)세계의 연장선이라는 평이 있다.
A. 나는 시적 오브제를 택할 때 불온한 것, 하지 말라는 것을 고른다. 조금 힘이 든다 하더라도 남들이 안 하는 걸 할 때 쾌감을 느낀다. 이번 영화도 일부일처제 안에서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규범에 어긋나는 일이라 할지라도) 다 할 때, 여자는 일부종사 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면, 연희는 현실의 남자가 하는 것들을 다한다. 이런 전복성에서 난 창작의 보람과 쾌감을 느낀다.

Q. 지금 영화에 대한 감정은 어떤가?
처음 <바람부는 날엔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를 만들었을 땐, '시인 스타'라는 지명도를 업고 감독을 한 것이었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훈련을 쌓아서 힘들게 영화감독을 한 것도 아니었고, 영화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 역시 없었다. 이제 마흔이 되었고, 우연히 다시 영화를 하게 되었다. 이젠 정신적으로 안정적이기도 하고, 잘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그리고 작업이 너무 재미있다. 물론 출판사 측에서는 계속 시'만' 쓰면 어떻겠냐고 권유하지만, 내겐 어드벤쳐가 없는 삶은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계속 영화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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