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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눈물을 넘어 미래로 간다. <2009년 화제의 중심에 선 영화인들> 아주담담!
2009년 10월 13일 화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좌로부터)민규동, 김정, 봉준호, 이지승
(좌로부터)민규동, 김정, 봉준호, 이지승
금일 오후 4시경, 해운대 피프빌리지 QOOK TV 피프 관객라운지에서 <2009년 화제의 중심에 선 영화인들>이라는 주제로 아주담담 행사가 열렸다. 봉준호 감독과 민규동 감독, <해운대>의 프로듀서를 맡은 제작자 이지승을 비롯해 김소영 평론가로 알려졌으나 올해 장편 데뷔작 <경>을 발표한 김정 감독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 모인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와 연관을 맺었다. 1기 출신인 김정 감독은 평론가로 활동하다 뒤늦게 연출작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영화를 만들고 싶었지, 평론을 하거나 교수가 되리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충무로 연출부 생활도 하고 내 시나리오가 영화화된 적도 있지만 그 시나리오를 다른 사람 이름으로 발표하게 됐다는 조감독의 전화를 받게 된 적도 있었다. 감독이 원고료도 아닌 원고지료를 주기로 했다는 말에 모욕감을 느껴서 충무로에 있기 싫어질 정도였다. 일단 그 당시 여성 감독이 충무로에서 자리잡기 힘들었다.”며 우여곡절을 설명했다.

“민규동 감독은 <여고괴담2>찍을 때 너무 힘들어서 울었다던데, 나도 <플란다스의 개>찍으며 힘들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는 봉준호 감독의 말에 민규동 감독의 서러운(?) 회고가 이어졌다. “통곡을 하다 쓰러져서 병원에 간 기억이 있다. 오기민 프로듀서와 촬영 계획을 세울 때부터 지도편달을 많이 받았다. 볼펜을 쥐고 시나리오를 고치다 눈물이 떨어지더라. 나도 모르게 울다가 갑자기 소리가 나기 시작하는데 울다가 숨이 넘어가 의식을 잃어서 병원에 3일 간 입원해 있었다.” 김정 감독은 봉준호 감독에게 “<플란다스의 개>를 찍고 봉준호 감독도 많은 약을 먹었다고 들었다.”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는 <화산고>라는 싸이더스의 메인 영화에 끼어서 제작할 수 있었던 영화다.”며 비화를 밝혔다. 동시에 “감독들이 겉으로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나약한 존재다. 숙소에서 혼자 우는 게 감독이다. 그러니 감독에게 잘해달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11기 졸업생인 봉준호 감독도 학생 시절을 소회했다. “직접 촬영도 하고, 조명도 하고, 동기생들의 단편에서 스탭을 뛰며 직접 촬영도 하고 조명도 하면서 엄청난 질량의 장비를 이고 손의 관절이 빠져나가는 기분으로 야산과 들판을 뛰어다니던 기억이 난다. 지방의 이상한 숙소를 잡아서 한 달간 숙식하며 전투적으로 실습 작품을 찍었다. 육체적 혹사를 즐겼던 1년이었다. 예술적, 미학적 기억보단 육체적, 물리적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편 13기 출신인 민규동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영향을 받아 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됐음을 고백했다. “24살 때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영화를 처음 배웠다. 당시 수업시간에 봉준호 감독의 <백색외인>과 <지리멸렬>을 보고 자극을 얻어 봉준호 감독의 자취를 쫓다 영화아카데미를 발견하게 됐고 그렇게 입학했다.” 지난해 연출데뷔작 <키친>을 발표한 14기 출신 홍지영 감독과 부부 사이인 민규동 감독은 “내가 입학할 때 아카데미가 2년 체제로 변했고, 지금 아내는 그때 후배로 들어왔다. 처음으로 만든 단편 <허스토리>의 조감독으로 처음 만났다.”며 연을 맺게 된 계기를 수줍게 털어놨다.

한편 한양대 영화과를 졸업한 이지승 PD는 아카데미 출신이 아니지만 올해 영화아카데미 프로듀서 책임교수로 강단에 섰다. “아카데미가 25주년이고 현재 학생들이 26기니까 옆에 앉은 감독님들을 선배라고 표현하고 싶다.”며 겸손하게 소감을 밝힌 이지승 PD는 “영화과 출신 학생과 아카데미 학생들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과를 졸업한 사람들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영화과 출신 감독들은 지나친 책임감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비영화과 출신 감독들은 모르는 걸 모른다고 빨리 인정한다. 그게 영화아카데미 교육방법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이지승 PD의 이어진 발언이다. 이지승 PD 역시 “<해운대> CG를 얘기하자면 나나 윤제균 감독이나 제작진이나 울고 싶은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며 눈물의 소회에 동참했다. “영화 개봉 몇 시간 전까지 초를 다투며 CG, DI, 믹싱 작업을 했다. 그런데 개봉 상영 전 시사 이미지로 화명 완성도를 왈가왈부한다는 건 억울한 일이다. 그런데 모 신문의 모 기자가 쓴 악의적 기사가 났다. ‘160억 <해운대> 개봉 전부터 삐걱’이란 헤드라인 카피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런데 덕분에 기대치가 낮아져서 의도적으로 낸 기사 아니냔 말을 뒤늦게 들었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전국대학생 의식조사에서 대학생이 선호하는 감독 1위로 꼽혔다. 이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아마 표본 숫자가 적었던 게 아닐까. 내가 사회학 전공이라 갤럽 조사의 오차범위도 잘 아는데 조사기관에 미안한 말이지만 오차가 넓었을지도 모른다. 그 결과에 걸맞은 감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는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민규동 감독은 “14년 전부터 봉준호 감독은 충무로에서 가장 기대되는 감독으로 꼽혔다.”며 말을 보탰고, 김정 감독 역시 “평론가가 보기에도 매력적인 감독”이라며 이에 동참했다. “과거 내가 만든 영화를 보면 사지가 찢겨나가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후회가 된다. 김기영 감독님도 <하녀>를 3번 정도 리메이크한 건 자신의 영화를 보다 잘 찍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가 아닐까. 물론 나는 그런 만행은 하지 않겠다.” 몸 둘 바 모르던 봉준호 감독은 이렇게 상황을 정리했다.

한편 봉준호 감독은 차기작으로 잘 알려진 <설국열차>는 2011년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봉준호 감독은 “2~30여권의 기차 관련 책을 보고 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민규동 감독의 <끝과 시작>은 내년 봄 즈음에 개봉될 예정이다. <끝과 시작>은 <오감도> 중 민규동 감독의 에피소드의 장편 버전으로 원래 시나리오의 형태로 복원된 작품이다. 한편 이지승 PD는 “<제7광구>가 아니라 <템플 스테이>가 윤제균 감독의 차기작이며 또 한번 CG를 많이 활용한 작품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2009년 화제의 중심에 선 영화인>이란 주제로 한 자리에 모인 네 사람의 한해도 저물어간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사이코>를 만들 당시 61살이었다. 그 나이에 그런 혁신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현역으로 남을 수 있다면 좋겠다.” 소박하지만 원대한 봉준호 감독의 꿈을 들은 나머지 세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2009년 10월 13일 화요일 | 취재: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2009년 10월 13일 화요일 | 사진: 권영탕 기자(무비스트)

8 )
kisemo
잘봤습니다~   
2010-03-14 12:59
youha73
잘 읽었습니다!   
2010-02-13 15:56
pretto
잘 읽었습니다 ^^   
2010-01-30 17:16
taijilej
재밌겠어요   
2009-10-23 20:06
happy9005
봉준호 감독 멋져   
2009-10-20 12:40
monica1383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이라...   
2009-10-17 21:37
ooyyrr1004
봉준호 감독과 민규동 감독~   
2009-10-15 20:59
bjmaximus
템플 스테이는 뭔 내용일지?   
2009-10-14 18:3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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