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쌀쌀했다. 그러나 인간들은 많았다. 자신의 이름을 빌린 근영체라는 어투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문근영의 가공할 만한 인기가 불러들인 힘이다.
부천 아인스 월드 내 고대 이집트 신전인 아부심벨 앞에서 이뤄진 박영훈 감독의 <댄서의 순정(제작:컬처캡 미디어)> 크랭크업 현장은 이렇듯 왁자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연변에서 온 열 아홉 소녀 채린(문근영)이 비운의 댄서 영세(박건형)를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영화의 47회차 마지막 장면은 댄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답게 근사한 룸바춤으로 마무리. 서툴지만 열의가 넘치는 채린이 국가 대표급 춤꾼인 영세에게 댄스를 사사 받으면서 혼자 좋다고 영새와 멋들어지게 춤을 시연하는 상상의 나래를 사정없이 펼치는 신이다.
처음 만난 남녀가 추고 나면 달콤한 연인으로 성큼 나아간다는 연인들의 춤이자 여성의 육감적인 매혹을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끈적끈적한 룸바 댄스. 하늘하늘한 분홍색 원피스와 턱시도로 매무새를 잡은 문근영과 박건형은 “수개월에 걸쳐 매일 열 시간 정도 연습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수많은 군중과 지미짚(크레인을 이용해 촬영하는 방법으로 역동적인 장면을 잡을 때 주로 쓰인다)을 상대로 고스란히 보여줬다. 한때 **동 원투쓰리 나이트 플로어를 누비며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근 15년을 허슬과 말춤으로 연명해온 필자가 보기에도 어색하고 낯선 몸짓, 거의 포착하기 힘들었다.
리듬을 타고 움직이는 유려한 몸놀림과 프로 댄서 같은 표정 그리고 발끝 손끝까지 춤 삼매경에 빠져있음이 오롯이 드러냈다. 특히, 박건형의 손에 의지해 허공을 유영하다 그의 가슴팍에 와락 안기는 찰나는 “ㅜㅜㅜ~~~~~내가 상대파트너였으면.........”할 만큼 뭇 사내들의 심장에 불을 지르기에 모자람이 없었더랬다.
댄스의 매력에 흠뻑 빠져 국가대표급 프로 댄서로 활약 중인 두 고수는 열악한 일정 속에서 문근영과 박건형을 근사하게 트레이닝, 지금의 그들로 거듭나게 한 장본인들이다. “두 배우가 너무도 잘 따라주고 열심히 해줬다. 아직까지도 댄스 스포츠하면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영화로 그런 세간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한다” 춤 선생 이건국과 정은실은 이러한 바람을 안고 <댄서의 순정>에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쌍팔년도만 해도 롬바니 차차차니 하면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뭔놈의 춤이냐며 사치스런 몸짓으로 치부했을 뿐만 아니라 한 가정을 파탄으로 이끈 주범으로까지 몰았고, 그러한 불명예스런 혐의가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았으니 그 필드에 몸담고 있는 그네들로서는 상당히 애석한 일일게다.
<댄서의 순정>이 댄스 스포츠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춤에는 삶의 피곤함과 희망이 깃들어 있다. 결국 영화는 낯선 환경과 곤궁에 처해 있는 두 남녀의 러브 스토리다. 두 배우가 말하듯 “따뜻하고 행복한 사랑이야기”다. 덧붙여, 이병헌 이미연의 <중독>이후 수 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박영훈 감독은 “화려한 스타일보다는 말이 되는 드라마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사랑하는 연인사이...그러니까 상대방을 배려하는 느낌, 그 느낌을 담으려고 했고, 그러한 감수성을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전한다.
“상상력이 깨질까봐 춤을 다룬 영화는 거의 안 봤다”는 뮤지컬로 인정을 받은 신인 박건형과 젖살이 빠졌지만 “이젠 학교 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친구들 만나야죠!”라는 말처럼 여전히 동생 같은 문근영의, 가슴 한켠을 아련하게 할 사랑이야기, <댄서의 순정>은 올 5월 초 따뜻한 햇살과 함께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 현장스틸 몇장 더! 즐감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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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