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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면 목숨 건다, '에비에이터'
이영순 칼럼 from USA | 2005년 2월 18일 금요일 | 이영순, 영화 칼럼리스트 이메일

영화 '에비에이터(The Aviator)'는 미국의 30-40년대를 배경으로 실존 인물인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의 일대기를 그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다. 마틴 스콜세지감독은 하워드 휴즈의 영화'지옥의 천사들(Hell's angels)'에 오랫동안 반했다고 한다.

하워드 휴즈는 '지옥의 천사들'을 만들면서 영화 속에 직접 등장시킨'비행기'와 '로맨스'에 반한다. 나는 휴즈가 프로듀서를 한 다른 영화'스카페이스(Scar face)'에 반했다. '스카페이스'는 흑백영화 중 가장 폭력적이라는 평을 받는 시카고 갱들의 총질 영화이다.

고백한다. 내가 반한 것은 시카고 갱들이 총을 갈겨대던 본능적인 광기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 또한 영화는 물론 실패작임에도 불구하고 '지옥의 천사들'이란 영화를 만들어낸 하워드 휴즈의 넘치는 열정인 광기와 광기가 파괴해버린 휴즈에 대한 연민에 반했다고 본다. 닫힌 열정을 가지고 영화 속에서 표현하는 마틴 스콜세지 라면 열린 열정을 광기로 보여주는 이는 하워드 휴즈이다.

영화의 시작은 사내아이 휴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욕조에 서있고 그의 어머니가 천천히 그를 비누로 닦이는 묘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머니는 겁먹은 어린아이처럼 굳어있는 휴즈에게 말한다. '넌 이제 안전하지않아'. 휴즈에게 어머니의 말은 로즈버드가 되어 평생을 따라다닌다. 오손웰즈 감독의 '시민케인'에서 케인이 어머니를 기억하고 웅얼거리고 내뱉는 '로즈버드'가 이 영화에선 도입부로 당겨진 셈이다.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처럼 '로즈버드'는 더 이상 고정된, 안전한 믿음과 확신이란 붕괴된 포스트 모더니즘으로의 이행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것이 버림받은 어린시절의 기억이나 케인의 케릭터를 반영한다고 보는 측도 물론 있다. 어린 시절은 참으로 중요하다. 어머니들이여. 아이들에게 용기 주는 말을 하자. 상처 주는 말은 평생을 간다.

유년기를 모티브로 삶는 초반부외에도 '에비에이터'는 오손 웰즈 감독의 '시민케인'과 웰즈감독의 실제적인 삶과도 유사한 캐릭터와 구조를 갖는다. 그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인 미국인들이 꿈꾸는 욕망을 실현시켜준 모델이다. 웰즈감독도,영화 속 주인공 '케인'도, 하워드 휴즈도 권력,돈,성공 그리고 로맨스에 대한 이상적이고 강렬한 욕망을 현실로 구체화시킨 인물들이다. 웰즈감독은 영화'시민케인'을 만들 때에 언론재벌 랜돌프 허스트와 하워드 휴즈를 참고했다고 한다.

이들은 스스로가 리어왕이나 시저가 되어 자신과 타인에게 광기를 휘두르는 에고이즘과 파괴적인 성향을 보이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끝없는 도전을 통해 각 분야에서 새 장을 연다. 열정과 광기란 이렇듯 다르다. 광기는 자신의 한계인 모든 것을 연소시켜버리는 지점까지 부단하게 지속되어 끝장을 내게 만드는 본능적인 열정이 아닐까 한다.

하워드 휴즈가 어른이 되어 만들어낸 영화 속의 새로운 비행기나1차대전의 군수품으로 만들어낸 비행기들은 흥미롭다.

하워드 휴즈는 폭력성으로 검열에 걸린 '스카 페이스'후에 성적표현으로 논란을 빚는 '무법자(The outlaw)'를 제작하며 영화 속 여주인공의 브라모양을 닮은 비행기를 직접 만들어 촬영에 돌입한다. '시민케인'에서 케인이 새로운 라디오 언어인 라디오 방송을 만들어내고 신문이란 미디어의 권력을 정치적이고 대중적으로 만들어냈듯이, 휴즈도 영화는 물론 본인이 만든 비행기를 타고 단독 비행을 하고 신기록을 내며 대중의 인기와 돈을 얻는다.

항공사 TWA를 경영하던 하워드 휴즈의 추락은 비행기 사고로 부터이다. 시민케인'의 케인도 언론조작의 속임수가 들키면서 날개 잃은 새처럼 추락한다. 얻는 건 어려워도 잃는 건 이렇게 순간이다. 휴즈가 몰던 비행기 '스푸루스 구스'는 베버리힐즈의 집안으로 굉음을 내며 휴즈에게는 미안하지만 스펙터클 하게 추락한다. 놀라운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보이는 명 장면이다.

사고의 충격으로 인해 휴즈는 변한다. 190센티의 훤칠한 미남재벌 휴즈는 사라지고 집 밖을 나가지 않으며 방문을 여는 것 조차 세균에 감염될까 봐 두려워하는 세균혐오증에 치매에 걸린 휴즈가 된다.

추락이후의 장면들이 마틴 스콜세지 만의 '에비에이터'가 되고 오스카 상을 받은 진면목이다. 하워드 휴즈는 현대판 빌 게이츠인 억망장자였다. 돈과 심장 깊숙이 든 뜨거운 열정으로 비행기를 만들고, 영화를 찍고, '나는 배'(flying boat)'란 새비행기처럼 캐서린 헵번(케이트 블란쳇 분)외 에바 가드너등 화려한 할리우드의 여배우들 위를 날라 다녔다.

그러나 광기로 인해 인생이 추락하면서 남은 것은 외로운 죽음이다. 오래 전 하워드 휴즈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충격을 먹었던 건 그가 최초로 라스베가스에서 팬트하우스를 내 집으로 만들고, 베벌리 호텔로 옮겨 사는 엽기적인 인생보다 죽을 때의 비참한 모습이었다. 그는 죽은 지 한참 후에 발견됬다. 아무도 찾아보지않는 호텔방 안에서 그렇게 외로이 죽었다. 손톱은 길고, 머리카락도 길고 초라한 걸인마냥 미스 테리 속에서 죽었다.

죽을 때서야 알았을까.그는 본인 이름의 하워드 휴즈 의학재단에 엄청난 돈을 기부했다. 영화의 후반부는 휴즈의 광기가 파괴하는 적나라한 내면까지를 다루지는 못했다. 시나리오의 한계이자 주인공인 하워드 휴즈의 후반인생이 갖느 밝혀지지 않는 미스터리 탓이기도 하다. 디카프리오(휴즈역)가 휴즈를 똑 닮게는 연기하지 못했지만 타고난 오만과 나르시시즘으로 휴즈역에 잘 어울린다. 오히려 케이트 블란쳇(캐서린 헵번)은 억양,옷스타일등으로 완전 무장하여 케서린역을 잘 소화했다.

광기의 속성이지만 독선과 나르시시즘은 주변에 사람을 사랑하기 어렵다. 오로지 혼자만 남는다. 세상에서 어려운 것. 광기를 갖는 것, 백만장자가 되는 것 못지않게 평범하게 결혼하고 평범하게 자식을 낳고 평범하게 살다 행복하게 죽는 것. 매우 어렵다.

6 )
bsw418
크~   
2010-01-01 14:28
apfl529
좋은 글 감사~   
2009-09-21 18:25
qsay11tem
기사 잘 봄   
2007-11-26 13:47
kpop20
기사 잘 읽었습니다   
2007-05-17 16:44
sgkh75
긴시간임에도 H휴즈의 젊은시절까지만이어서 안타까웠지요 H휴즈의 자서전을 먼저 읽고 보면 감독이나 주인공들만큼 H휴즈에게 연민을 갖게될거에요..   
2005-03-03 09:42
moomsh
저도 에비에이터 시사회 봤는데..시간이 2시간50분약간 안되었는데...인내심이있어야될듯...흥미를 끌만한 점도있고..디카프리오의 연기도 좋았다고 생각이듭니다..   
2005-02-19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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