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개봉될 영화부터 겨울의 중심인 1월까지, 놓치면 후회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즐거워지는 추천 영화 10편을 꼽아보았다(선정 기준은 죄송하게도 기자 마음!). 이 기회를 빌어, 여러분께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를 전한다.
▶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개봉: 12월 23일
대략 19세기 말,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는 세계 ‘앵거리’. ‘소피’는 고인이 된 아빠의 모자상점에서 쉴틈없이 일하는 18살 소녀다. 어느날, 마을로 나갔던 소피는 우연히 왕실마법사 출신의 꽃미남 ‘하울’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하울을 짝사랑하는 ‘황무지 마녀’는 고약하고 강력한 주문을 걸어 ‘소피’를 90세 노파로 만들어버린다.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섰던 소피는 ‘무대가리 허수아비’의 인도로 하울이 사는 성에 들어가게 되는데...
요런 점들은 알아두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 아카데미영화제 장편애니메이션부문상을 휩쓰는 등 세계적 거장으로 우뚝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은퇴’를 각오하는 심정으로 창작혼을 불사른다는 미야자키 감독이 또다시 애니팬들의 가슴을 휘어잡을 신작을 들고 왔다. 바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일본에선 지난 11월 20일 개봉한 이래, 무시무시한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원래는 2003년 봄 개봉을 목표로 추진됐다가 한 두 차례 개봉이 연기돼 팬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마녀배달부 키키>의 곤도 가쓰야가 작화감독을 맡아 팔다리 길쭉길쭉한 꽃미남 ‘하울’, 깨물어주고 싶게 귀여운 ‘캘시퍼’등 호감가는 캐릭터들을 보여주며, 미야자키 감독의 영원한 음악 콤비 히사이시 조가 슬픈듯 웅장한 선율로 마음을 잡아챈다. 아내 쿠도 시즈카와 두 명의 딸이 모두 미야자키 감독의 열성팬이라는 기무라 타쿠야가 먼저 러브콜을 보내 달콤하고 로맨틱한 목소리로 ‘하울’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다이애나 윈 존스의 원작 소설을 대담하게 재구성한 애니메이션으로, 미야자키 감독의 전작들과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르게 음미할 코드도 펼쳐진다. 올 겨울 (그럴리야 없겠지만) 놓치면 후회할 작품!
▶ 폴라 익스프레스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개봉: 12월 23일
눈 오는 크리스마스 이브, 한 소년이 잠에서 깨어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산타의 썰매 소리. 산타가 부모라는 건 알지만, 한편으론 산타의 방문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은근히 기다리던 소년은 자정을 5분 남겨둔 시각, 갑자기 들리는 굉음에 깜짝 놀라게 된다. 밖을 내다보니, 거친 엔진소리를 내뿜으며 검은색 기차가 집앞에 멈춰선다. 잠옷 차림으로 뛰쳐나간 소년은 북극행 특급열차 ‘폴라 익스프레스’에 탑승해 기나긴 여행길에 오르는데...
요런 점들은 알아두자!
재밌을까 없을까를 떠나 척 봐도 범상치않게 보이는 입체적인 그림체가 이 애니에게 끌리는 요소가 될 듯. 세계적인 동화 작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작품이 원작으로, 29페이지의 짧은 분량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캐릭터와 줄거리를 입혔다. 하지만 재창조보단 원작의 컨셉과 주제를 살리는 방향을 택했으니, 혹시나 원작을 읽었다면 쪼금은 심심할 수도. 점점 맘좋게 생긴 아저씨처럼 늙어가는 톰 행크스가 기관장, 산타, 소년 등 무려 1인 5역의 목소리 연기에 도전해 흥미를 주는 작품이다.
본론으로 들어와 이 애니는 ‘퍼포먼스 캡쳐’ 작업으로 만들어져 더욱 시끌시끌한 화제를 모았다. 퍼포먼스 캡쳐는‘와아, 완전 사람 아니야!’ 싶게 캐릭터들의 실감나는 동작과 표정을 구현할 수 있다고. 배우들이 몸에 딱 맞는 수트를 입고 연기하면, 거기엔 60개의 표식 장치가 있어 동작이나 표정 하나하나를 디지털 카메라에 전달시켜준다. 카메라가 그 동작이나 표정을 3차원 점들의 연결로 기록하면, 이것이 가상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
이러한 뭔가 남다른 기술을 위해 배우들도 각별한 고생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니 영화를 보며 동작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를 눈여겨보면 재밌을터. 막강 라이벌 <인크레더블>의 빛에 가린 측면이 있으나 미국에선 꾸준히 관객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 서바이빙 크리스마스
감독: 마이크 미첼/ 출연: 벤 에플렉, 제임스 갠돌피니,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 개봉: 12월 24일
돈 많은 광고 회사의 경영진 ‘드루 래덤’은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날, 여자친구에게 엉뚱하게 차이면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쓸쓸한 사실을 깨닫는다. 갑자기 닥친 이 외로운 상황을 극복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드루는 정신과 의사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내뱉은 조언을 따라 어릴 적 살던 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에는 당연히 다른 가족이 살고 있다. 안면에 철판깐 드루는 발코 가족에게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자신의 가족이 되어주면 그 대가로 25만 달러를 준다고 제시하는데...
요런 점들은 알아두자!
크리스마스가 되면 왠지 행복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증이 마구마구 밀려온다. 그래서 연인없는 외로운 솔로들은 놀아줄 친구를 찾아 크리스마스 몇 주 전부터 긴급타전을 날리는 경우가 적지않다.‘구주가 오신 날’인데, 혼자 방바닥에 들러붙어 시체놀이를 한다는건, 너무나 자존심 상하는 일!
아무튼 이러한 우리들의 심리를 딱 짚어낸 영화가 바로 <서바이빙 크리스마스>다. 제목과는 안 어울리게 미국에선 일찌감치 10월에 개봉했지만, 비평이나 흥행이나 쓴맛을 봤다. 허나‘드루’역을 맡은 벤 에플렉의 그럭저럭 잘 어울리는 코미디 연기와 제임스 갠돌피니, 캐서린 오하라 등 조연 배우들의 안정적인 코미디 연기가 조화를 이루는 이 영화는 생각보다 꽤나 재밌는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돈으로 가족을 빌린 남자’, ‘돈이라면 가족도 빌려준 남자’의 대립 구도를 통해 물질만능을 비꼬는 한편, 주위 사람들을 의식해 마음은 이미 뿔뿔이 흩어진 온 가족이 행복을 가장한 채 둘러앉아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는 것이, 지금 미국 사회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꼬집기도 보여지는 것.
이러쿵 저러쿵하다 마지막에 ‘가족의 사랑’이라는 할리우드 특유의 주제로 귀결되는 점은 아쉽지만, 연극적인 느낌의 소프트 코미디를 즐길 수 있는 90분의 깔끔한 영화.
▶ 알렉산더
감독: 올리버 스톤/ 출연: 콜린 파렐, 안소니 홉킨스, 안젤리나 졸리/ 개봉: 12월 30일
B.C 356년, 마케도니아의 군주이자 용맹한 장수 ‘필립’에게 한 아들이 태어난다. 바로 알렉산더. 20세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그는 통합된 그리스 군대를 이끌고 당시 최강이라고 불리던 페르시아 군대와 격돌, 대승을 거두며 대제국건설을 위한 동방 정벌에 나선다. 25세에 당시 알려진 세계의 대부분을 차지한 그는 인도 코끼리 부대를 상대로 벌인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하기까지 2만 2천여 마일의 대장정 동안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고,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제국을 건설하는데...
요런 점들은 알아두자!
<플래툰>, <7월 4일생> 등 명실공히 거장의 반열에 오른 올리버 스톤 감독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복자’로 불리우는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감을 몹시도 자극한다.
제작비 1억 5천만불을 투입한 이 스펙터클한 대작 영화에는 ‘알렉산더’ 역의 콜린 파렐을 비롯, 안젤리나 졸리, 발 킬머, 안소니 홉킨스 등 비교적 빵빵한 캐스팅 진용도 갖추고 있으니, 어찌 보고 싶어지지 않으랴.
허나 미국에선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6위에 오르는 실망스런 성적을 기록한 뒤 영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흥행 결과를 놓고,‘위대한 알렉산더. 그러나 위대하지 않다’는 헤드라인이 눈에 띄는 것도 무리가 없는 상황인 것. 비평에서도 엄청난 괴로움을 맛보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막강 제작비와 감독의 명성이 그 기대치를 한껏 높게 만들었기 때문인지도. 여타의 전사와는 달리 정치가인 왕이자 순수한 탐험가였고, 뜨거운(?) 연인이었던 ‘알렉산더’. 13년에 걸쳐 정복지를 돌며 단 한번도 물러나지 않았던 그의 놀라운 열정이 죽음에 가까운 치열한 전투 속에 어떻게 펼쳐지는지 스크린으로 한번 확인해 보는 일은 분명 의미있는 일일 듯.
올리버 스톤 감독이 10년이 훌쩍 넘는 준비 기간 끝에 내놓은 고대 서사극 <알렉산더>는 알렉산더의 ‘양성애 코드’를 놓고, 그리스 변호사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바람에 법적 위협을 받기도 했다.
아무튼, 백문이불여일견! 당신이 알고 있는 ‘알렉산더’와 영화 속 ‘알렉산더’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면,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시길.
▶ 내셔널 트레져
감독: 존 터틀타웁/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숀 빈, 다이앤 크루거/ 개봉: 12월 31일
1974년, 워싱턴 DC. 소년 ‘게이츠’는 할아버지로부터 18세기 미국 건국 초기의 대통령들이 감추어 뒀다는 고대 보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오직 게이츠 가문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한 할아버지는, 당시 대통령을 보좌했던 게이츠 가문의 선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귀중한 단서가 적힌 쪽지를 보여준다. 세월이 흘러 현재, 게이츠는 동료 ‘이안’과 함께 북극 지역에서, 어릴 적 들은 비밀스런 보물찾기에 나서고 있는데...
요런 점들은 알아두자!
국내 개봉을 앞두고, 내한해 ‘박카스’에 홀딱 반하고 돌아갔다는 니콜라스 케이지(하지만 진짜 반했는지 어찌 알겠는가!). 아무튼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이후, 개인적으론 별다른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내셔널 트레져>는 흥행의 귀재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액션 모험물이다.
미(美)개봉 첫 주 흥행 1위에 오르면서, <오션스 트웰브>와 <블레이드 3>에 자리를 내주기까지 정상을 지켰는데, 뭣보다 픽션과 사실이 혼합돼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아마도 종교에 관심있는 분들은 ‘프리메이슨’이라는 상당히 무서운(?) 비밀단체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
조지 워싱턴, 벤자민 프랭클린을 포함한 미국 건국 초기 거물들 상당수가 프리메이슨 단원이라고 알려지고 있는데, 이 프리메이슨은 엄청난 부와 파워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그 비밀스런 제식과 암호 사용으로도 유명하다. <내셔널 트레져>는 프리메이슨을 비롯해 독립선언문 등 미국 역사나 세계사 속에 존재하는 현실 세계의 수수께끼와 보물 사냥꾼을 결합해 ‘지적인’ 액션 어드벤처 영화를 만들었다.
허나 보물을 찾기 위해 풀어가는 일종의 퍼즐 게임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함께 흘러가면 좋으련만, 영화 속 인물들만 호들갑 부리며 찾는다는 인상을 쪼금은 지울 수 없다. 롯데월드 어드벤처를 떠올리게 하는 허술한 세트도 실망을 주는 편.
▶ 샤크
감독: 빅키 젠슨, 비보 버제론/ 개봉: 2005년 1월 7일
절대권력에 막강 카리스마를 가진 상어 대부 ‘돈 리노’. 하지만 상어의 본성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감성적인 아들 ‘레니’때문에 꽤나 괴로운 상황이다. 한편, 동네‘고래 세차장’에서 일하는 쬐그만(!) 물고기 ‘오스카’는 항상 그럴싸한 말로 위기를 모면하는 비범한 수완꾼. 그는‘부’와 ‘명예’를 얻어 사회 계층 꼭대기를 사뿐히 즈려밟는 원대한 꿈을 품고 있다. 어느날,‘돈 리노’의 큰 아들이 갑작스레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건의 장본인은 바로‘오스카’로 밝혀지는데...
요런 점들은 알아두자!
영문 원제가 ‘Sharkslayer’ 였다가 ‘slayer(살해자)’가 지닌 무시무시한 어감 때문에 부랴부랴(?) ‘Shark Tale’로 바뀌었다는 재밌는 일화가 있는 <샤크>. 연속으로 대박을 터뜨린 <슈렉> 시리즈로 뿌듯함과 자신감을 품고 있을 드림웍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애니 <샤크>는 미국에서 지난 10월 1일, 개봉한 후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눈길끄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슈렉>의 포복절도할 재치를 기억하고 있는 관객들이라면, ‘흠, 같은 제작사가 만들었으니 역시 재밌겠지?’라는 살짝 위험하고도(?) 자연스러운 반응이 솟아날 것. 호화 목소리 캐스팅도 이 애니에 대한 기대감을 일으키는 요소로, 윌 스미스, 로버트 드니로, 잭 블랙, 르네 젤위거, 안젤리나 졸리 등 입 벌어지는 출연진들을 자랑한다.
게다가 O.S.T.에도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저스틴 팀버레이크같은 구미당기는 가수들이 참여했으니, 귀를 쫑긋 세우면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디즈니의 <니모를 찾아서>처럼 바닷속이 배경이지만, 보노라면 감정이 포근해지는 가족 무비보단 음울한 갱스터 무비를 패러디한 익살 노선을 취한다는 점에서, 드림웍스다운(?) 느낌이 풍기는 작품이다(허나 imdb 등의 저조한 평점이 말해주듯, 너무 기대하진 마시라).
▶ 오션스 트웰브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개봉: 2005년 1월 7일
‘대니 오션’과 참모인 ‘러스티 라이언’, 소매치기 계의 떠오르는 샛별 ‘라이너스 캘드웰’ 등 11명의 일당들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거물 ‘테리 베네딕트’의 금고를 턴지도 어느새 3년이 지났다. 그랬던 그들이 하나, 둘 다시 모이게 된다. 멤버 중 누군가가 약속을 깨고 베네딕트와 내통하면서, 1억 6천만 달러를 되갚아야 하는 처지에 몰렸기 때문. 그것도 이자까지 쳐서 말이다. 나눠 가졌던 돈은 이미 바닥나 버린 상태니, 할 수 없이 그들은 다시 한번 한탕을 모의하게 되는데...
요런 점들은 알아두자!
왜 ‘트웰브’냐 하면, 전편과 달리 ‘대니’의 아내 ‘테스’, 즉 줄리아 로버츠까지 오션 일당에 합류하기 때문. 극중 브래드 피트의 옛 연인이자 유로폴의 유능한 수사관인 캐서린 제타 존스가 그들을 뒤쫓고, 자신이 최고 도둑임을 자처하는 일명 ‘밤 여우’인 뱅상 카셀까지 오션 일당의 한탕을 방해하니, 어쩔 수 없었던 것.
자, 일단 12월 10일, 미국 개봉 첫 주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상큼한 출발을 보였는데, 어째 미국내 평은 전편보다 신통치 않다. <오션스 일레븐>의 오리지널 영화인 1959년 동명 작품에도 당대 최고 스타들이던 프랭크 시나트라, 딘 마틴 등이 출연하더니, 2000년대 <오션스> 시리즈도 만만치 않은 스타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데 말이다.
<오션스 트웰브>는 처음 로마를 방문했다가 그 매력에 사로잡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유럽을 배경으로 찍어보면 멋있겠는걸~’ 생각한데다, 제작자 와인트럽이 오우삼 감독이 눈독들이고 있던 조지 놀피의 희곡 『도둑들의 의리』를 우연히 읽게 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조깅 도중 폭풍우를 만난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가 부랑아로 오해받고, 호텔 출입을 거부당했던 웃지못할 로마에서의 일화, 촬영지 근처에서 대결 중이던 마피아 조직 때문에 상당히 부르르 떨었던 시실리에서의 일화 등 유럽이 촬영지이니만큼 재미난 일들도 많이 겪었던 <오션스 트웰브> 팀.
전편에서 한탕 한 돈으로 멤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도대체 오션 일당 중 배신자가 누군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 중 하나일 이 영화가 왜 심드렁한 평을 받았는지, 상당히 궁금하지 않으신지?
▶ 월드 오브 투모로우
감독: 케린 콘랜/ 출연: 주드 로, 기네스 팰트로우, 안젤리나 졸리/ 개봉: 2005년 1월 13일
때는 1939년, 전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자 6명이 연이어 사라지는 전대미문의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조사하던 신문기자 ‘폴리’는 예고된 마지막 희생자 ‘제닝스 박사’를 만나지만 그는 ‘토튼코프’라는 악명 높은 과학자의 이름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뉴욕을 비롯한 전세계는 정체불명의 로봇의 습격을 받고, 순식간에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데...
요런 점들은 알아두자!
스토리를 보고 ‘또, 로봇과 인간이 벌이는 싸움이야’ 생각할 분들이 있을 듯. <블레이드 러너>, <터미네이터>를 비롯해 최근 <아이, 로봇>까지 적잖은 영화들이 로봇 어쩌구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SF 장르면서도 저 멀리 1939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뒤, 여기에 미래적인 상상력을 입혔다는 것. 특히 미국 역사에 가슴아픈 기억으로 새겨진 ‘힌덴부르크호’가 이 영화에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했다. ‘하늘의 타이타닉’이라 불리던 ‘힌덴부르크호’는 1937년, 착륙시 일어난 갑작스런 폭파 사고로 산산이 부서지기까지,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초호화 비행선이었다고.
케리 콘랜 감독은 ‘힌덴부르크 Ⅱ가 있었다’는 숨겨진 역사를 알게 됐고, 최첨단 이미지 복원 작업을 통해 이 영화에서 ‘힌덴부르크 Ⅲ’를 새롭게 탄생시킨다. 그러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위로 정박하는 비행선 하나가 영화의 첫 장면에 보일때 특히 눈을 똥그랗게 뜨고 봐보시길.
어쨌든, 어린 시절 여타의 많은 사람들처럼 ‘Marvels’ 만화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었던 감독은 고전 소설, 필름 느와르 등을 영화 속 배경에 접목시켜 몇 천장이 넘는 이미지들을 그려냈고, 정말 이 노력이 장난이 아니었던지 6분 짜리 맛배기 필름만으로 주드 로와 기네스 팰트로우는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다. 여기다 안젤리나 졸리까지 가세했으니, 무명에 가까운 콘랜 감독은 무척이나 신났을터.
허나 주드 로가 제작자로도 참여한 이 영화는 개봉 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지난 9월, 미국에서 선보였지만 무척이나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뒀다. 그럼에도 그 뽀샤시한 이미지들은 왠지 구미를 자극하는데, 신인 감독의 어떤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펼쳐지는지 한번 기다려보자.
▶ 베니티 페어
감독: 미라 네어/ 출연: 리즈 위더스푼, 제임스 퓨어포이/ 개봉: 2005년 1월 21일
가난한 예술가의 딸로 태어난 ‘베키’는 어려서 일찍 고아가 되지만, 초라한 현실을 벗어나 멋진 삶을 살기로 다짐한다. 졸업 후, 그녀는 상류사회에 내딛을 첫 발로 크롤리가의 가정교사 자리를 구한다. 유일한 친구이자 재력가 집안의 딸인 ‘아멜리아’의 집에 초대받은 베키는 아멜리아의 오빠 ‘조스’를 단숨에 사로잡지만, ‘조지’ 대위의 훼방으로 일을 망치게 된다. 그뒤 크롤리가의 가정교사로 일하던 베키는 특유의 재치로, 부유한 노처녀 미스 크롤리의 신임을 얻게 되는데...
요런 점들은 알아두자!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화제가 되기도 한 <베니티 페어>는 여성 관객들이 특히 환호할 시대극이다.
테커레이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톨스토이의 『안나 까레리나』못지않게 빈번하게 스크린에 옮겨진 유명한 고전. 이제까지 총 7번이나 영화화됐는데, 1935년 이후 거의 70년 만에 여성 감독 미라 네어에 의해 호출된 것. 게다가 TV 미니시리즈로도 세 번이나 제작됐고, 그 중 ‘베키’ 역을 맡은 ‘나타샤 리틀’이 이 영화에 출연하기도.
그러니 19세기 영국 상류 사회를 풍자한 이 걸작엔 뭔가 매력적인 요소가 깃들어 있음이 분명한데, 스토리를 보면 알겠지만 여주인공 ‘베키’가 그 핵심이다. 성공을 위해 주위의 여건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머리를 굴리는, 좋게 말해 재치있고 강인한 여인 베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는 그녀를 모티브로 한 것이라는데, 할리우드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이런 ‘베키’ 역을 거머쥔 것은 귀여운 글래머 여인 리즈 위더스푼이다.
<베니티 페어>에서 뭣보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의상이 아닐까 싶다. 신체 싸이즈보다 의도적으로 작게 만들어, 배우들은 상당히 숨쉬기 곤란했을(?) 이 영화의 의상들은 무척이나 화려하다고. 자주색, 오렌지색 등 강렬한 인도풍의 색깔과 패턴들이 중심이 됐고, 여기에 영국 스타일이 가미돼 스타일리쉬하면서도 독창적이라는 평.
그다지 눈에 띄는 미남이 등장하진 않아 아쉽지만, 겨울의 낭만과 로맨스를 자극받기엔 무리가 없을 듯 싶다.
▶ 엘렉트라
감독: 롭 바우만/ 출연: 제니퍼 가너, 테렌스 스탬프, 윌 윤 리/ 개봉: 2005년 1월 21일
어린시절 부모를 잃고, 홀로 세상에 남겨진 ‘엘렉트라’는 적의 공격으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죽음 직전까지 이른다. 그런 그녀를 기적적으로 되살린 사람은 인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키마구레의 달인 ‘스틱’. 엘렉트라는 스승 스틱이 속한 집단 ‘체이스트에서 키마쿠레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을 습득한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을 버리지 못한 엘렉트라는 조직에서 추방당하게 되고, 냉혹한 암살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는데...
요런 점들은 알아두자!
벌써 아시고 계시겠지만, 이 영화는 <데어데블>의 외전 격으로, <데어데블>에서 제니퍼 가너가 맡았던 ‘엘렉트라’를 주인공으로 한 블록버스터.
벤 에플렉과 핑크빛에 젖어 있는 제니퍼 가너가 변함없이 ‘엘렉트라’로 출연하는 이 영화는 <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 못지 않게 여성이 보여줄 수 있는 강인한 액션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
허나 아직 미국에서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지라, 그 면면이 어떤지 정확하게 들려오는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보단, 아무래도 그 액션 연출이 얼마나 롤러코스터 타듯 손에 땀을 쥐게 하느냐가 이 영화의 관건일터.
일단, 엘렉트라와 맞서는 최강의 암살자 집단 ‘핸드’와의 싸움을 최대 볼거리로 요약할 수 있다. 돌보다 단단한 근육을 지닌 가공할 괴력의 소유자 ‘스톤’, 모두가 두려워하는 무술의 최고 고수 ‘킨코우’, ‘핸드’를 움직이는 핵심이자 사람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인 키마쿠레의 달인 ‘키리기’, 그 손길과 숨결에 치명적인 독을 숨기고 있는 여자 ‘타이포이드’, 몸에 지닌 문신에 생명을 불러넣어 치명적인 무기로 사용하는 ‘타투’ 등 그 악역 캐릭터들이 각각 어떤 무술을 선보일지 기대되는 것.
2002년 피플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50인’ 중 한 명이었던, 윌 윤 리가 출연하는 점은 여성 관객들이 솔깃할 만한(?) 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