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금하셨죠? ‘레모니 스니켓’은 바로 이런 영화!
끝도 없이 펼쳐지는 불행한 이야기, 행복한 사건도, 영웅도 없으며 해피엔딩도 아닌 영화 <레모니 스니켓: 위험한 대결(Lemony Snicket’s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은 독특한 등장인물과 함께 아이들의 상상력과 감성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최고의 악몽' 이야기다.
<레모니 스니켓>은 부모가 권장해서 베스트 셀러가 된 것이 아닌, 철저히 아이들 스스로가 찾아내어 읽고 입소문을 통해 전파되어 미 전역에서 600주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신 아동문학의 금자탑이다.
불행한 상황 속에 유머와 공포를 혼합해 놓고 관객들에게 명랑하게 떠드는 한편, 사건의 무대를 현실이면서도 현실이 아닌 듯한 엉뚱하고도 기괴한 곳으로 설정해놓고 날카롭고 재치 넘치는 이야기로 각각의 인물들에게 독특한 생명력을 불어놓고 있는 영화 <레모니 스니켓>은 세 남매가 화재로 부모님을 잃고,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은 겁나먼 친척이라는 올라프 백작의 집으로 보내지는데, 이것이 바로 보들레어 가의 세 남매와 올라프 백작과의 기나긴 위험한 대결의 시작이다.
영화의 재미는 다양한 캐릭터와 그들의 숨은 능력이다. 올라프 백작에겐 누구보다 음흉하고 사악한 두뇌와 발목에 새겨진 눈 문신을, 바이올렛에겐 <맥가이버> 같은 발명의 재능을, 클로스에겐 책벌레이자 누나의 재능을 물리적으로 뒤받쳐주는 연구자 기질을, 써니에겐 사냥개 못지않은 다양한 물어뜯기 기술을, 포 아저씨에겐 아이들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우둔함을 부여했다.
지금껏 보여줬던 인물보다 더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인물의 짐 캐리가 일자눈썹의 올라프 백작으로 영화속에서 또 다른 변장의 귀재로 변신했다. 파충류 학자의 조수로, 때로는 외다리 선장으로 변신을 거듭하는 그의 모습은 카멜레온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미성년자의 노동착취 방지 일환으로 미국 노동법에는 미성년자가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해놨고, 영화촬영 역시 이에 제한을 받아 아역배우들인 에밀리 브라우닝, 리암 아킨, 호프만 자매는 매일 일정시간만 촬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고 촬영장으로 선생님을 초빙해 보충 학습을 하곤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써니’역은 올해 만 2세인 일란성 쌍둥이 호프먼 자매를 캐스팅해서 2인 1역으로 출연 촬영에 어려움을 해소하였다.
치사하고 어리석으면서 동시 다발적인 올라프 백작의 측면 공격과 똘똘하고 야무진 세 남매의 단 한방의 강력한 반격이 기다리고 있는 영화 <레모니 스니켓> 이 현지 시사를 통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과연 베스트 셀러 화제작이 영화화되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이제 관객들의 몫이 되어버렸다.
▶ 짐 캐리, 유머는 일회용 반창고와 같다?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으며, 대사와 언어가 너무 재미있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정말 어려움이 많았지만 많은 노력과 준비를 하여 큰 어려움은 없었다.
캐릭터 소화를 위해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
난 어릴 때부터 무섭지만 한편으로는 웃기는, 어딘가 정상적이 아닌 것을 좋아했다. 원작 소설이 다른 소설과 틀린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처방전처럼 권장한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찾아내고 발견해낸 베스트 셀러여서 더욱 좋았다.
출연 동기는?
매니저의 열 두살짜리 아들 샘이 소설을 읽고 난 후, 올라프 백작은 아저씨가 꼭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웃음)
이번 영화에 대한 당신의 견해와 연기에 대해 얘기해 달라?
일단은 아주 재밌고, 한편으로 무서운 영화다. 믿었던 사람이 믿지 못할 사람으로 돌변하는 데서 오는 상실감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연기변신에 대해서 말하자면, 내가 얼마나 다르게 보여질지를 실험해본 영화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나는 마치 괴물과 같다. 머리를 빡빡 깍고, 손톱을 길게 기르고, 게다가 일자 눈썹까지. (웃음)
촬영기간 6개월 내내 난 이런 모습으로 살았고, 창백해 보이는 모습을 위해 햇빛도 피해 다녔다. 괴물처럼 보이는 내 모습이 무척 즐거웠다. 하지만 이런 우스꽝스런 모습도 분명히 나다. (이때 짐 캐리는 고무처럼 변신하는 특유의 코믹한 표정으로, 많은 외신 기자들을 무지하게 즐겁게 하기도~)
나쁜 역할을 맡았는데 힘들거나 불편하진 않았나?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전부다 어쩌면 이상한 가족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람의 눈에 이상한 가족으로 보이거나.
이 영화에서 특별히 즐거운 것이 있었다면 ?
‘변신’이다. 난 유년 시절부터 재밌고도 무서운 영화를 좋아했다. 그렇게 꿈꿨던 영화니만큼 관객들에게 내가 다르게 보이고, 놀라게 할 수 있는 즐거운 변신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좋다. 난 이런 창조적인 작업이 좋고, 이렇게 진정으로 느끼는 걸 표현할 수 있는 동시에 그런 진정성과 창조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게 즐겁다. 난 재밌는 캐릭터로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동안 즐거움을 주고 싶다.
어른들보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더 많은데 이번 영화에서도 그럴 것 같은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무관심과 어른들이 자신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늘 혼자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 충분히 공감할 것같다.
최근 미국 시민권을 얻었는데?
내가 너무 파워풀해진 것 같다. 캐나다인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미국은 좋은 나라다. 미국이 하는 일에는 문제가 있지만, 개인에게는 동기와 자신감을 준다. 그래서 좋다.
유년시절의 꿈은 뭐였나?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배우가 안 됐으면 화가, 아니면 뭔가 손으로 만드는 일을 했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 예술 관련쪽 일을 했을 것만큼은 분명하다.
유머가 세상을 구원해 줄 것이라고 믿는지?
아니다. 유머는 일회용 반창고와 같다. 유머가 결코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반창고처럼, 세상을 좀더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난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2시간 동안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데 보람을 느끼고, 그것이 나의 일이다.
배우로서 가장 영감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아버지다. 아버지는 말씀하실 때 지금의 나보다 더 다양한 제스처를 보여주셨고, 재밌게 해주셨다. 크리에이티브가 넘치는 분으로, 내겐 영웅과도 같은 분이셨다. 내가 어떤 일을 하든 항상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다.
잠시 무명시절 이야기를 하자면, 단칸방을 전전하며 힘겹게 딸을 키우고 있을 때 난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좀 황당한(?) 일종의 부적, ‘1천만 달러짜리 개인수표’를 지갑 속에 4년 동안이나 넣고 다녔었다. 거기엔‘훌륭한 연기를 서비스한 짐 캐리에게…’라고 적혀있었는데, 후에 성공한뒤 난 그 수표에 적힌 액수를 채워 아버지에게 드렸고, 아버지는 지금도 그걸 소중히 간직하고 계신다.
(이런 가슴뭉클한 일화를 듣고, 필자는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짐 캐리가 무척 인간적인 배우라는 생각과 함께 그에 대한 연민까지 느낄 수 있었다)
올해 특별한 크리스마스 계획이 있나?
가족과 지낼 것이다. 선물은 면 티셔츠 정도로 캘리포니아에서 딸과 함께 조용히 지낼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배우로서 화려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난 매우 재미없는 사람이다. 친구들이 클럽 같은데 가서 놀자고 아무리 졸라도 소용이 없다. (웃음) 난 집에서 조용히 보낼 것이다(지금까지 두 번 결혼한 그는 첫 번째 아내 사이에서 낳은 17살 딸과 함께 살고 있다).
▶ 에필로그
어둡지만 동시에 깊이있는 얘기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고도로 발달된 문명속에서 파생된 우리 삶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대 사회의 바쁜 부모들이 자녀와 가정에 대한 관심부족으로 세상으로 던져져 나 홀로서기하는 10대들의 힘겹지만 고달픈 여정이라는 씨줄과 너무 먼 이웃, 혹은 어른들이 나를 안 믿어주기 때문에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10대들에게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 브레드 실버링 감독과 나눈 무비스트 미니 인터뷰!
이 영화는 사회를 풍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어린 삼남매가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을 때 정작 아무도 돌보아 주지 않고, 사회적으로 외면당하고 있는 모습을 볼때!) 그런 의도가 있었는가?
매우 재미있는 지적이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 좀더 큰 사회적 메시지를 준비했었다. 아이들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어른이 이 사회에 별로 없다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들의 말을 들어주지만 영화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말을 어느 누구도 들어주지 안고 있으며 올라프 백작의 말처럼 “아이들의 말은 아무도 듣지 않지”하며 오히려 아이들을 이용하려 했고 아이들 자신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LA = 임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