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TV와 영화는 늘 땅을 치며 후회하거나 아니면 상상을 통해 자위할 뿐인 우리의 부질없는 욕망을 잠깐이나마 어루만져주고자 대리 체험의 장을 마련해 준다. 상당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이휘재의 ‘인생극장’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초감각 스릴러를 표방한 <나비효과>는 바로 이 인생극장을 조금 더 복잡하게 꼬아놓은 극장 판이라 볼 수 있다.
사실, 당 영화는 개봉 전부터 무비스트 사이트에선 꽤나 유명했던 작품이다. 20자평 평점에서 9점대 가까운 높은 점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허나, 국내외 평단에서는 그만큼의 호평을 받질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그 내막이 몹시도 궁금했던 <나비효과>의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아래와 같은 감상 효과가 있었더랬다.
“뭐, 카오스 이론이네, 나비효과네 해서 좀 쫄았더만 대단한 무슨 메시지가 있는 그런 영화는 아니던데 뭘, 그냥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던데 안 그래!, 어쨌든 난 괜찮았어!”
그렇다 시간여행을 다룬 당 영화 <나비효과>, 중국 북경에 날아댕기던 나비의 날개짓 따위가 뉴욕에 태풍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그러니까 별 거 아닌 것 같은 작은 변화 하나가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학회 세미나에서나 나올 법한 카오스 이론을 옆집 철수도 공감 가게끔 한 인간에 국한시켜 펼쳐놓은 영화다.
남다른 유년 시절을 보낸 에반(애쉬튼 커처)은 우연하게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통로를 발견, 어긋난 과거와 기억을 제대로 돌려놓고자 부단히도 노력한다. 하지만 인간 따위가 언감생심 신이 일궈놓은 시공간의 인과성의 법칙을 지 맘대로 허물고 세울 수 있겠는가? 하나를 바로 잡으면 예측할 수 없는 다른 무엇 하나가 어김없이 삐걱거리고, 에반은 그럴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다시금 혼돈의 과거로 냅다 빨려 들어가 흩뜨려진 인생사에 매달린다.
“후회한들 뭐 하리, 지난 건 것을, 그러니 현실에나 충실해라!”는 얌전한 메시지와 반복적인 영화 구조에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게 아마도 평단의 불만이었으리라 사료되는 바다. 허나, 다 큰 배우 부럽지 않은 얼라 배우들의 겁나게 살 떨리는 호연과 감각적 시각효과 그리고 거듭되는 영화의 플롯 속에서도 살포시 기어오르는, 대관절 이번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적당한 긴장감만으로도 <나비 효과>는 충분히 볼 만한 영화다.
그러니 엄청난 그 무엇을 기대하지 않은 당신이라면, 영화 속의 주제처럼 순간의 선택이 크나큰 불행을 안겨주는 내 돈 내고 들어가 똥을 밟는 우울한 사태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니 보러 가셔도 별 무리는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