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서 과거에 대한 회상일 수 있고 미래에 대한 여행일 수 있다. 마음에 쏙 드는 남자애는 잘난 여자들에 둘러 싸여있고 주변에는 뚱뚱한 남자만 기웃댄다고 투덜대는 12살 소녀 제나의 꿈은 어서 빨리 어른이 되는 것이다. 13살 생일이 되던 날 제나의 꿈은 현실이 된다. 돌쇠 같은 옆집 친구 매트가 선물한 바비 인형의 집을 받아들고 소원가루를 뿌리며 소원을 비는 순간 그녀는 30살이 되어있다.
제나는 왜 30살이 되고 싶어 했을까? 그녀 나름대로 30살을 정의하면 일단 두드러질 대로 두드러진 몸매를 갖춘 나이이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그런 시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다는 것.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자신이 살아온 만큼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마련이다. 아직 그 이상의 세상을 살아보지 못했기에 당연하다. 13살의 제나가 꿈꿨던 30살의 자신의 모습은 자기가 원하던 대로 모든 걸 이룬 것처럼 보인다. 일단 외형적으론 완벽하다. 쭉쭉 빵빵한 몸매에 잘 나가는 잡지의 에디터까지 그리고 옆에는 돈 많고 잘생긴 남자친구까지 갖춰져 있다. 마치 맞춤형 인생에 그녀가 들어간 형상이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 하던가. 30살이면 그 나이에 맞는 인간관계도 형성하고 또 나름대로 챙겨야 할 것과 그리고 여전히 주위의 간섭을 배제할 수 없다. 영화는 어려서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고, 어른이 돼서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를 대변한다. 그렇게 완벽할 것만 같았던 30살의 제나의 모습은 속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이기주의자에 시체말로 재수덩어리다. 어렸을 적 이쁘다고 목에 힘주고 돌아다니던 친구의 모습을 자신에게서 발견하는 제나. 분명히 말하면 이전까지의 제나의 평판이다.
영화 속의 제나는 몸은 30살이 됐지만 정신연령은 13살에 머물러 있다. 이 점에서 톰 행크스 주연의 [빅]과 많이 닮아있다. 빅의 여성판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많은 부분이 흡사하다.
아이가 어른들 세계에서 겪는 해프닝은 물론이고 어른들 세계에서 상처받고 갈등을 겪게 된다는 메시지까지 같은 동선을 그린다.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은 어른들의 마음이 담긴 [피터 팬]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지루하고 낡게 느껴지지 않는 건 제니퍼 가너의 천진난만함과 첫사랑에 대한 줄다리기를 통해 인간의 냄새가 잔잔하게 밀려오기 때문이다. 성공이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을 찾아가려는 그녀의 노력이 마음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곱씹게 해준다.
“기억하지 못하면 눈앞의 행복도 깨닫지 못한다”는 매트의 말처럼 제나에게 매트가 없었다면 그녀에겐 과거도 추억도 없는 오로지 삭막한 현실만 존재할 뿐이다. 매트의 입을 통해 그간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서로의 간섭이 싫지만 그런 간섭과 관심이 결국 한 인간의 기억이자 추억이 된다는 얘기다.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만을 보기엔 멋있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남모를 배신과 경쟁 그리고 협잡이 도사리고 있음을 어른이 돼서야 깨닫게 된 제나. 비로소 그녀는 조금 못생겼지만 자신에게 관심 가져주는 매트와 부모가 공존했던 13살 시절을 동경하게 된다.
하룻밤의 꿈일 수 있고 타임머신을 탄 여행일 수 있고 공상일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8, 90년대를 추억하는 사람들은 들려오는 음악을 통해 과거를 회상할지 모르겠다. 뮤직비디오를 그대로 재현해 보여주는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를 비롯해서 마돈나, 토킹 헤즈 등 당시의 음악들이 풍성하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딱 한 가지만 없는 완벽한 인간이 있을까? 어째서 이렇게 제목을 정했는지 모르겠다. 그녀 역시 여러모로 많은 부분이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너무 제목에 집착하지 말자. 그 시간에 차라리 영화가 주는 경쾌함에 빠져드는 게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