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하나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이 남자, 이안 그에게 시간이 없다. 이기적 사랑방식에 실망하며 떠나던 사만다는 밤11시에 이안의 눈앞에서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던 슬픔의 시간은 세상이치가 그렇듯 새로운 날을 맞이한다. 그러나 이안의 내일은 사만다가 떠난 어제의 그 아침에 머물면서, 이안의 사랑은 단 하루의 기회를 얻게 된다. 반복되는 단 하루의 ‘하루’ 동안 연인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이트)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이프온리>는 운명을 바꾸기 위해 하루의 시간을 낭비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을 잡아낸 화면은 이안의 다급한 마음의 비유하기보다 전하지 못한 안타까운 사랑의 진심을 표현한 것에 가깝다. 어제 경험한 오늘과 설정은 달라지지만 정확히 일치하는 죽음의 암시들 속에서 이안은 사랑에 정직해져간다.
‘결정론적인 운명’을 정해 놓은 상태에서 벌어지는 이안과 사만다의 사랑은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호소력이 분명 있다. 그러나 ‘운명’의 비극을 <이프온리>에서 제거한다면 영화는 가을에 어울리는, 익숙한 멜로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이프온리>의 진정성은 유난히 돋보인다. ‘운명’에 순응하는 듯한 이안의 후반부 태도가 진실한 사랑 앞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면서 현자의 격언을 듣는 것처럼 사랑의 힘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틱한 영화적 반전을 준비해 상업적인 흥행을 노리는 영화구조 속에서도 결코 바뀔 수 없는 ‘진심’은 있기에, <이프온리>가 전하는 감성은 부담스럽지 않다.
<이프온리>를 보고 있자면 우리의 인생이 이미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노 없이 흘러가는 나룻배 신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영악한 상업멜로영화인 <이프온리>는 강의 흐름에 순응하며 흘러가는 나룻배만이, 세상의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존재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단 하루의 시간, 분명 넉넉지 않은 짧은 시간이다. 시간을 물질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이안과 사만다는 단 하루 동안 값으로 환원할 수 없는 사랑의 모든 것들을 보고, 느끼고 감사해한다. '사랑'의 다른 말은 '감사'라는 영화 속 택시기사의 말처럼 말이다.
“그녀를 가진 걸 감사하며 살아라. 계산하며 사랑하지 않고”
p.s) 사만다의 콘서트 장면은 우리의 감정을 최고점으로 몰고 가는 효과는 있지만, ‘너무 뻔한 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이 영화의 최대 흠은 바로 두 번 연속 때리는 제니퍼 러브 휴이트의 콘서트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