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쌀집 아저씨마냥 넉넉한 인상과 풍채의 그는 보여 지는 모습만큼이나 인간적 온기와 소탈함으로 똘똘 뭉쳐 멀리서 자신을 보러 온 열성 팬들과 함께 시종일관 편안한 왁자함 속에서 이런 저런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재미나는 대화시간을 가졌다.
자그마치 30년이 넘은 이 영화를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본 소감이 어떤가?
오랜만에 봐서 정말 좋다. 지금 안 봤으면 저 정도까지 나쁜 놈(영화속 캐릭터)인줄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오해 마라! 저건 옛날의 내 모습일 뿐이다. 지금의 내 모습이 진짜다.
70년대 아닌 80년대 홍콩 영화를 본 세대다. 성룡, 원표랑 트리오를 형성하며 다이나믹트리오로 불렸는데 지금 그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그리고 그때와 지금의 영화작업이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는가?
뭐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 그러지만 바빠서 자주 보지는 못한다. 성룡은 알다시피 미국에서의 활동이 너무 바쁘고 그래서 만날 틈이 없고, 원표는 캐나다와 홍콩을 왔다갔다 해 가끔 같이 식사도 하고 그런다.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영화작업이 달라진 건 없는 거 같다. 단, 고생스러운 건 똑같다.
이 영화의 무술감독이기도 했는데 너무 나쁜놈 캐릭터다. 의인으로 좀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당시, 오우삼 감독에게 얘기해서 약간 수정할 수는 없었나? 그리고 오우삼이 출연했는데 왜 그를 보호해야 하는지 그의 캐릭터는 좀 설명이 부족하다 그 부분에 대한 설명 좀 해 달라
만약에 오우삼에게 그런 부탁을 했다면 아마 나는 이 영화 찍지도 못하고 잘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 캐릭터에 대해서는 글쎄.....나도 잘 모르겠다(웃음).
최근의 작품들은 아쉽게도 못 봤다. 조금 지난 건 봤는데 상당히 예전과 다르더라. 수준도 향상됐고, 감독의 생각이나 촬영 면에서 많이 발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제 스텝이다 보니 자막 작업하면서 10번도 넘게 봤다. 근데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과 달리 성룡이 그때는 별로 못 생겼다는 것이다. 혹 성형을 한 건가? 그 반면에 당신의 모습을 보노라면 원조얼짱 같던데?
“감사합니다”(한국어) -일동 박수-
성룡은 그때 못 생겨서 지금 잘 생기게 변화 시킨 거고 나는 여전히 잘 생긴 그 얼굴 그대로다. 성룡은 그때 성장의 한 과정에 있었기에 못생겨서 성형을 했다. 물론, 그 결과는 성공했다고 본다.
영화를 보니 한국배우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더라. 같이 작업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는지 묻고 싶다.
언어가 다른 게 좀 그랬다. 우리는 홍콩 말을 그들은 한국말을. 김기주란 배우와는 오래 같이 작업했는데 꽤나 괜찮은 배우였다.
성룡 홍금보 원표 셋이 또 뭉쳐 영화를 찍을 생각은 없나? 그리고 부산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 건 어떤가?
나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 안타깝게도 아직은 계획이 없다. 그렇게만 된다면 나도 기대가 많이 될 것이다. 배경이 한국인 영화는.......... 장담 못하겠다. 한국어는 나중에도 잘 하지 못할 거 같다.
지금 다시 한국과 합작을 한다면 어떤 배우와 어떤 장르를 하고 싶은가?
예쁜 여배우랑 액션이 아닌 러브스토리 한편 찍고 싶다.
당신이 카메오로 출연한 성룡의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보니까 기술이 발전한다고 영화가 발전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들더라.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4일간 촬영을 했다. 영화는 못 봐서 뭐라 말할 수가 없다. 영화 상영 당시 홍콩에 없었고 무엇보다 뚱뚱한 황비홍을 보고 싶지 않았다.
미국 드라마에 형사로 출연하는 걸 봤다. 미국에 진출하는 데 있어 힘든 점이 있다면?
역시 문제는 언어였다. 영어를 잘 못하는데 운 좋게도 맡게 됐다. 만일 내가 성공해서 최고가 된다면 미국 사람들 모두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싶다.
영화 재밌게 봤다. 비디오 가게에 가서 괜찮은 홍콩 영화 달라고 하면 주인아저씨가 주로 홍금보 나온 영화가 제일 재밌다고 추천하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작품은 무엇인가?
<동방독응>. 옛날 영화가 좋은 건 그때를 봐야 젊었을 때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액션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 계획이 있다면?
애정영화 하고 싶은데 솔직히 실현가능성이 없다. 그리고 액션영화를 좋아한다. 액션은 직접 찍을 수도 있고 아니면 후배들을 지도할 수도 있고 그렇다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부산이란 지역, 그리고 부산영화제에 처음 왔다. 너무 기쁘다. 올해뿐만이 아니라 내년에도 오고 싶은데 그 때는 회고전이 아니라 새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 “감사합니다”
부산= 서대원 기자
사진제공: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