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더], [소년은 울지 않는다], [허리케인 카터] 등 요즘 극장가에서 접할 수 있는 작품들 중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제법 눈에 띈다. 갑작스럽게 이런 작품들이 동시에 개봉되는 것을 보면 아카데미 시즌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실화가 주는 리얼리티와 긴장에 이끌려왔던 아카데미의 취향을 반영하듯 올해에도 어김없이 'True Story'가 대부분 아카데미의 노미네이트를 장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카데미의 열풍은 예외일 수 없듯 오스카 후보 작품들이 속속 개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들이 한꺼번에 개봉되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런 흐름에 결코 밀리지 않을 또 한편의 'True Story'가 개봉된다. 영국의 신세대를 대표하는 배우 이완 맥그리거가 세계를 뒤흔든 남자로 분한 [겜블]은 매우 방대한 이야기를 밀도있는 긴장감과 적절한 유머를 뒤섞어 충분한 스릴을 맛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는 특수성 탓에 이야기의 흐름을 관객이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점이 이 영화가 관객에게 친절하게 다가가지 못하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종일관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증권가의 풍경을 다룬 영화들은 마이클 더글라스가 아카데미를 거머쥐었던 [월 스트리트]를 비롯해 그동안 꾸준히 만들어졌지만, [겜블]은 증권 사기를 다룬 영화이니 만큼, 좀더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이야기 구조 탓에 관객이 쉽게 몰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실제 증권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생생하게 묘사되는 증권가의 풍경과 점점 거대한 사기를 벌이는 이완 맥그리거의 싸늘한 심리 묘사, 시종일관 긴장을 만들어내는 연출이 어우러져 [겜블]은 스릴러와 드라마의 장점을 고루 갖춘 영화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증권에 대한 집착과 열풍이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뜨거운 국내에서 [겜블]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