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kg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의 날렵함을 보여주고 있는 고무줄 체중 설경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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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의 살인적인 더위에 이마와 온몸에 땀방울을 뒤집어쓴 94kg의 거구로 변신한 설경구가 한일 합작 영화 <역도산>의 촬영을 위해 날씨 만큼이나 뜨겁게 노력 중인 히로시마의 로케이션 현장이 한국 취재진에게 처음 공개되었다.
지난 6일과 7일은 설경구에게는 90여일의 촬영 기간을 통틀어 지옥 같은 날로 기억 될 것이다. 6일에 진행된 현장에서 설경구는 스모 도장의 자신을 괴롭히던 선배를 들고 있던 가위로 제압해 버리는 장면을 연기하면서 특유의 무서운 눈매로 썸뜩할 정도의 열연을 펼쳤으며 7일에는 35도나 되는 살인적인 날씨와 작렬하는 태양을 통째로 받으며 달랑 고쟁이만을 걸친 채 맨몸으로 달리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감독의 OK사인이 떨어질 때 쯤에는 온 몸이 붉은 빛이 돌 정도의 고통스런 촬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 기자들에게 최초로 공개된 현장은 뜨거운 날씨만큼 양국의 취재 열기가 역도산과 설경구에 대한 인기를 확인 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바람 한점 없는 날씨는 모든 스텝들과 모든 배우들을 지치게 만들었으며 취재진들까지도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언어가 통하지도 않는 한국과 일본의 스텝들은 이제는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로 변한 듯 서로를 챙겨주며 응원하면서 일체의 트러블 없이 아주 밝은 모습으로 모든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 역도산이 '아야'를 처음 만나는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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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개된 촬영은 역도산의 연인이었던 ‘아야’를 처음 만나게 되는 장면과 지갑을 훔쳤다는 누명을 받던 역도산이 도망을 치면서 경찰과 스모 선수들에게 쫓기는 장면이었다. 오전에 있었던 ‘아야’와의 만남 씬에서는 역도산 역의 설경구와 아야 역의 나카타니 미키가 손을 잡고 방공호로 피하는 장면이었다.
두 배우는 이미 드라마를 함께 출연한적이 있었고 또 90일 이상 진행된 촬영을 통해 서로에게 상당히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기에 설경구에 비해 너무도 외소한 모습의 나카타니 미키도 지금까지의 어느 상대역보다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또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오후에는 역도산이 맨발로 거리를 뛰어다니는 씬을 촬영하였는데 94kg으로 불어난 몸을 자랑하는 설경구에게는 너무도 힘든 촬영이 이어졌다. 산속에 위치한 세트장 덕에 잔돌들이 많은 거리를 그 무거운 몸으로 수차례 뛰어다니던 설경구는 자갈 때문에 아픈 발을 문지르며“살이 쪄서 발톰을 깍으려면 힘들 정도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날렵한 것 같지 않냐?”고 연기에 임하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 날 괴롭히면 선배를 죽일지도 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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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모든 촬영을 마친 감독과 배우들은 도모노우라 오후테이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제작사인 싸이더스의 노종윤 제작 이사가 진행을 맡은 회견에는 <말죽거리 잔혹사>를 제작한 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와 일본 측 제작자로 <링>과 <러브레터>를 만든 가와이 신야,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 역도산 역의 설경구, 아야 역의 나카타니 미키 등이 참석했다. 특별히 실제 역도산의 며느리가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자리도 마련이 되었다.
이 자리에서 일본 측 대표인 가와이 신야는 “역도산을 통해 자신감을 잃은 일본인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고 싶다.”고 밝혔으며 송해성 감독은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닌 역도산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통해 양국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세계인으로서의 역도산을 표현하고 싶고 인물에 초점이 맞추어진 일대기 영화가 아닌 한 남자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을 해 그저 가볍게 한 인물을 조명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화려했으나 항상 정과 사랑에 목말라 했던 한 사나이의 모습을 담으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하였다.
1950년대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비운의 한국인 프로 레슬러의 일생을 새로이 조명하려는 <역도산>은 선함과 악함을 동시에 지녔던 한 남자가 일본에서 한국인이라는 것을 절대적으로 숨겨 오며 최고의 레슬러로 추앙받지만 1963년 야쿠자의 칼에 사망하게 되는 사건을 통해 한 인간 내면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완성할 예정이다.
3박 4일의 취재 기간 동안 무비스트 회원들을 위해 많은 이야기를 준비 했으니 계속 이어지는 <역도산> 히로시마 이야기를 기대하시라...
| 일본 제작자, 설경구, 나카타니 미키, 송해성, 차승재 , 역도산의 며느리, 일본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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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 최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