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존재는 어린 사내들의 입을 통해 삽시간에 공인된 스타의 자리로 격상됐다. 오대수가 그러했듯 자신만이 알고 있기엔 너무나도 입이 근질근질한 그 무엇을 타인과 공유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다시 말해 천기를 누설할 때의 짜릿함이 낳은 결과였다.
한데, 그와 같은 비스무리한 상황이 2000년을 넘긴 지금 여기에서 인터넷의 망을 통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와는 그리 친하지 않은 태국이라는 나라에서 날아온 액션영화 <옹박>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서 선보인 영화는 여러 형태의 파일을 통해 일순간에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26일 개봉을 앞두고 공식적으로 선보인 시사회를 통해 가히 절정에 이른 상태다.
타이의 군인들이 전쟁 때 사용했다는 1천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맨손 격투기 무에타이’를 걸출한 스턴트맨이자 실제 무에타이의 고수인 토니 자의 육체에 온전히 녹여내 제작된 <옹박>은 광고 문구에도 크게 박아놨듯 ‘100% 리얼액션’을 추구한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이미 대세가 돼 버린 와이어, CG, 대역 없이 오로지 맨 몸 하나로 스펙터클 한 장면을 엮어 내보자는 그들의 용가리통뼈적 발상을 시대착오적이고 무모한 도전이라며 일축했던 우리에게 제대로 한방을 먹인 셈이다. 물론, 누구 말마따나 “마을의 길흉화복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는 불상의 머리 ‘옹박’이 도굴꾼에게 도난당하자, 무예에 능하고, 동네 청년회장을 맡아도 아무런 손색이 없는 심성을 가진 팅(토니 자)이 불상을 찾아 방콕으로 나선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나쁜 놈들의 방해공작으로 인해 팅의 앞길은 평탄치 못하다”는 영화의 내러티브는 단순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당 영화를 한번쯤 보라고 추켜세우는 이유는 빈약한 영화적 완성도에 의한 불만을 해소할 수준의 볼거리를 넘어 그 이상의 경이로움과 쾌감을 지속적으로 <옹박>이 전해주기 때문이다. 오만가지 장애물을 상상 외의 방법으로 넘어가고 통과하는 시장통 질주신은 숨 막히는 인간 특수효과의 스펙터클을 최대치로 이끌어 내고, 일명 툭툭이라 불리는 타이의 삼륜 자동차 대추격 신은 대량 물량 공세로 구축된 블록버스터 이미지와는 또 다른 아기자기한 익사이팅을 제공해준다.
팔꿈치와 무릎을 적극 활용하며 상대방의 머리를 수박 쪼개듯 가격하는 거의 끝장을 보자는 식의 도박 격투에서의 신체와 신체의 사실적 격렬한 부딪힘은 보는 이를 무아지경에 몰아넣기에 딱 좋은 환영 아닌 환영에 다름 아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실감나게 얻어터져 볼짝이 좌우로 출렁거리는 나쁜 놈들을 보며 “울매나 아플까”하는 측은지심을 가지게 되며, 그 뜨거운 휴머니즘을 자기도 모르게 발휘하게 된다. 또한, 그 옛날 한국방화를 보는 것 이상으로 신파적 정서를 비약적으로 차용하고 있는 <옹박>의 스토리는 본의 아니게 웃음을 간간히 자아낸다.
와이어와 갖가지 장치로 스크린을 떡칠한 근간의 영화들과 달리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액션에 접근한 <옹박>은 비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토니 자의 아크로바틱한 유려함의 몸동작의 장면을 근접 촬영보다는 주로 풀 샷이나 멀찌감치 떨어져 잡아냈다.
‘구라’가 아닌 생짜의 피땀 어린 몸동작임을 방증하기 위해서.
어쨌든, 놀라운 기술의 진보로 특수효과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아이러니 하지만, 인간의 육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스펙터클이 아니겠냐는 듯 설파하며 등장한 <옹박>은, 지리멸렬한 당신의 생활에 박카스 한 박스에 해당되는 활력을 불어넣고도 남음이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