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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불안한 평온으로부터 시작된다. 뭔 일이 있을 듯 싶으랴, 할 정도로 평온한 오후 풍경은 여느 '송장 영화'보다 분위기를 더 음산하게 만들어간다. 이것이 새벽에 닥쳐올 저주를 암시한다면 정확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이다.
남편과 함께 잠들어 있는 간호사 안나. 새벽에 느닷없이 방문한 옆집 소녀는 그녀의 남편을 물어뜯어 죽여버리고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남편은 좀비로 변하여 다시 안나를 공격한다. 가까스로 집에서 빠져나온 안나는 온 마을이 좀비의 습격으로 초토화 되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옆마을도, 그리고 그 옆나라도. 어느 순간 지구는 좀비들의 습격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좀비들에게 물린 사람은 죽었다가 다시 좀비로 살아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인간의 땅은 점점 좁아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산 시체 들에게 한번 물리면 그 순간 물린 사람도 좀비로 변하고, 이런 연쇄작용으로 인해 도시는 혼이 없는 시체들에게 점령당하고 만다.
안나와 함께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은 현대 문화의 백화점인 대형 쇼핑몰로 피신을 한다.
하지만 마지막 도피처인 그곳도 좀비들에게 포위당하고 안에서는 사람들간의 내분으로 최악의 갈등이 반복된다. 안팎의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말초적인 공포 속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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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원인이 신이 인간에 내린 형벌이니 어찌 해결 할 수 없었던 것일지 모른다.
여느 영화처럼 좀비의 약점을 알아내 인간을 승리로 이끄는 영웅 또한 없다. 불의를 보면 대략 참는 소심한 사람들과 게중 조금 더 용감한 사람들, 그들이 모여서 내린 결론은 '도피'이다.
쇼핑몰을 떠나 좀비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섬으로 향하는 일행들. 거기서 아담과 이브처럼 새로운 신화를 엮어가고자 한다.
지금까지 나온 좀비 영화 중 가장 감각적이고 말초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이 영화는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솔직히 드러낸데 그 이유가 있는 듯 보인다. 난무하는 피, 비명, 괴성, 찢겨지는 살점들. 그런 영화를 보고 재밌다면 변태 소리를 들을지 몰라도 이 영화감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인간은 어느 때 가장 무서워질까. 이성을 상실하고 본능만 남았을 때가 아닐까. 좀비들은 본능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인간의 또다른 모습일지 모른다.
추천 : <시체들의 새벽>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과 곁들여 보세요. 시간 남으시면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도 보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