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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극의 칼
무협액션도 이젠 아트 영화(?) | 2004년 5월 2일 일요일 | 최종삼 이메일

몬가 분위기 다르지?
몬가 분위기 다르지?
서극 감독 작품 중 명작이라고 손꼽히는 이 작품을 우연히 허름한 중고 비디오 테이프 판매점에서 발견했다. 모 그다지 홍콩 무협영화계를 꽉 잡은 ‘서극’이라는 브랜드 네임에 현혹되지 않는 필자의 눈에 이 테이프가 눈에 들어온 것은 필연적인 운명이 발목에 걸린 것이 아니라 패키지로 4장에 1만원 하는 가격 덤핑에 현혹되어 급하게 가방 속으로 챙겨 넣은 우연일 뿐이다. 그러나 <서극의 칼>에 대한 글을 쓰는 지금, 그 우연이 영화 속 캐릭터들처럼 벗어날 수 없는 윤회의 그 필연임을 황량한 모래바람 속으로 사라지는 정안(조문탁)의 뒷모습을 보고 은연중 깨달았다.

나른한 봄날 오후 참으로 나른하게 시작하는 오프닝을 보고 아 이 영화 촌스럽겠구나 생각했다. 제작 년도가 1995년이니 눈 돌아가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때갈 좋은 길들여진 현대인으로서 어설픈 느와르풍의 화면에 도그마 영화를 연상시키는 조명 효과는 시작부터 몸을 지리하게 꼬게 만드니 말이다. 그러나 칼을 만드는 남성들의 윗통 젖힌 모습은 “으흠~~”하는 신음소리 비슷한 추임새를 입안에서 끌어낸다.
신예 조문탁의 풋풋한 모습에 어우러진 군살 없는 근육은 아트한 정도는 아니지만 눈돌림을 붙들어 매는 효과는 확실히 있는 듯하니 말이다.

장철의 <외팔이 검객> 리메이크 작인 이 작품은 초반의 그 알쏭달쏭한 분위기와 인물들의 동선들이 영화의 무거운 주제 “강호란 무엇인가? 그 안의 인간사는 어찌 이리 덧없나”를 부각시키고 위한 장치라 해도, 새로운 무협 영화의 미학을 추구하는 서극 감독의 새로운 시도들은 솔직히 낯설게만 느껴지고 어렵다. 연대를 알 수 없는 중국 대륙의 배경도 적응하기 힘들기만 하니, 남들은 신선하다 좋았다 하면서 칭찬한 이 작품에, 필자는 어떠한 애정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여주인공 이 여자(소령)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사부의 딸이라는 계급적 우월감에 두 주인공 철두와 정안을 농락하는 모습은 마치 말괄량이 요부처럼 그려진다. 하지만 마지막에 와서는 사랑에 눈먼 여자로 한 평생 그들을 기다리는 수동적 캐릭터로 전락함으로써 남성 영화의 관습에 충실하게 소모될 뿐이니, 영화 안에서 관찰자로서 입장과 사건의 발단이 되는 그녀의 역할은 거리감만 느껴지고 겉도는 인물로만 남게 된다.

그러나, <서극의 칼>은 빗속의 액션 씬, 비룡(웅흔흔)과의 마지막 결투 씬에서 액션을 볼거리 액션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담아내는데는 성공한다.
황량한 모래바람(웨스턴 무비 영향받은 듯)속에서 아버지의 부러진 칼을 들고 싸우는 외팔이 정안의 모습은 벗어 날 수 없는 인생의 무게를 벗어 던지기 위한 안간힘으로 보이고, 빗속의 액션은 특수효과와 과장된 몸놀림에 치장한 그간의 무협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정적인 강렬함을 선사한다. 서극은 이 작품으로 전혀 다른 형식의 무협 액션 영화를 탄생시킨 것이다. 액션은 삶의 고단함을 벗어나긴 위한 도구이고 복수라는 세속적인 감정도 인간사의 필연적인 부가물임을, 서극 감독은 부러진 칼의 운명에 꽤나 시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부러진 칼’, 이것은 우리가 평생을 가슴에 짊어지고 가야 하는 무언가를 상징한다. 그 무언가가 인간이기에 갖는 미움, 애증, 고통이라면 또한 그것 때문에 살아 있음을 깨달아 가는 것도 인간이다. 킬링타임 영화로 홍콩 무협액션 영화를 보던 습관을 깨버린, <서극의 칼>을 보면서 이제는 이런 영화도 심각하게 봐야 하는구나 자학했지만 홍콩 영화매니아라면 꼭 봐두어야 할 작품임에는 솔직히 이견이 없다.

칼끼리 부딪히는 원시적인 소리가 드라마틱한 액션으로 보인 것은 처음인 듯... (여주인공만 빼면 흠잡을 때 없는 영화임을 고백한다)

4 )
ejin4rang
원시적인 영화네요   
2008-10-15 16:55
callyoungsin
원시적인 투박한 영화   
2008-05-16 15:46
qsay11tem
투박한 영화네요   
2007-11-23 14:34
js7keien
거칠고 투박한... 선 굵은 남자의 영화!   
2006-10-02 00:2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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