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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한심한(?) 상황이니,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감독: 김종현, 제작: 싸이더스) 촬영 현장길에 오르는 순간, 옅은 한숨이 내쉬어졌다. ‘야구에 대해 잘 몰라도 촬영 현장을 세심하게 스케치할 수 있을까’라는 무거운 걱정을 가득가득 안고서, 기자가 지난 14일 찾은 곳은 목동야구장이다.
P.M 8시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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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으로 눈길을 돌리니, 엑스트라 관중들이 어림잡아 백여명(더 될 수도 있다! 세어보질 않아서….)쯤 앉아 있고, 전광판에는 그 옛날 ‘삼미 슈퍼스타즈’와 ‘OB 베어스’의 선수들 명단이 주르륵 불밝혀져 있는 상황. ‘OB 베어스’ 선수들 중엔 그 유명한 박철순 투수를 비롯해, 강타자 윤동균, 김우열, 특이한 포즈가 인상적이었던 1루수 신경식 등의 이름이 보였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한번도 OB 베어스를 이긴 적이 없었으니 이날 촬영하는 경기도 지는 경기임엔 분명한데’라는 생각을 하며 기자는 이리저리 운동장을 헤매었다. 여기까지 기사를 읽는 동안, 도대체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이 어떤 영화인지 모르는데 이리도 무책임하게 훌훌 써내려가는 걸까 생각하는 혹자들을 위해 이 영화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기로 하겠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인천을 연고로 출범한 팀, 삼미 슈퍼스타즈. 이 팀은 그해 1할 8푼 8리(15승 65패)라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역대 최악의 전적을 남기며 6개 구단 중 꼴찌를 차지한 팀이다. 투수들은 상대팀이 삼미라고 하면 서로 출전하겠다고 나섰고, 어쩌다 삼미가 이기기라도 하는 날엔 사람들이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며 비웃었다는 전설(?)적인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제목처럼, 이런 삼미의 투수였던 감사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직장 야구인 출신으로 프로 야구 선수가 된 전무후무한 인물로, 삼미에 선발된 건 순전히 팀에 좌완투수가 없다는 이유 때문.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화되는 것을 어렵사리 승낙한 감사용의 말처럼, 이 영화는 ‘오늘의 프로야구가 있게 한 수많은 무명 선수들에게 바치는 영화’이자, “1등보다 꼴찌가 더 많은 세상, 비록 꼴찌의 자리에 있다 해도 결코 그들의 인생마저 꼴찌는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는 영화가 될 예정이다.
‘아니 갑자기, 왜 타임머신을 휙휙 타고, 국민의 눈과 귀를 점령했던 1980년대의 프로 야구이야기를 하려는 거지’하고 궁금해 하실 분들도 많으실 것 같다. 정치에 쏟는 국민들의 관심을 없애기 위해 군사정권이 취한 ‘3S’ 정책 중 하나가 스포츠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프로야구는 빼놓을 수 없는 아편(?) 정책 중 하나였는데, 이 ‘삼미 슈퍼스타즈’가 보여준 야구는 무척이나 남달랐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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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팀들이 모두 자신들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말하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공포스런 프로 야구를 보여줄때, 주저없이 ‘야구를 통한 자기수양’이 목표라고 대답했다는 삼미 슈퍼스타즈.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그러한 삼미와 또 이 팀의 좌완 투수이자 패전 처리 전문 투수, 감사용의 이야기를 과연 얼마나 가슴뭉클하게 풀어갈까.
P.M 9시 무렵
앗, 얘기가 무척 길어졌다. 밤 9시 무렵, 어리버리하게 서있던 기자의 눈에 드디어 감사용으로 분한 이범수가 보여졌다. 대역을 쓰지 않고, 자신이 직접 야구를 하는 관계로, 이범수는 야구장에 들어서자마자 구슬땀을 흘리며 야구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이 영화의 제작부장인 김철용씨에 의하면, 이범수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은 특별한 트레이닝을 통해, 대역없이 야구 연기를 선보이고, 나머지 배우들은 사회인 야구단에 소속돼 있거나 전직 야구 선수 출신들로 포진돼 있다고.
지난 2월 4일 크랭크인한 뒤, 45% 가량 촬영이 진행된 이 영화는 1980년대 당시 실제 경기가 치러졌던 야구장을 섭외하기 용이치 않아, 때로 목동야구장을 비롯해 다른 운동장 등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프로 야구장 규격에 맞추기 위해 세심하게 담장을 치는 작업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날 촬영 현장에서 재밌었던 것은 관중으로 분한 엑스트라들과 1980년대 야구장 풍경을 재현한 광경이었다. 음향은 나중에 입히기 때문인지, 엑스트라들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플랜 카드며 현수막을 열심히 흔들어대는 것이 야구장의 적막과 어우러지며 기이한 풍경처럼 느껴졌던 것. 또 1980년대 상품들의 이름을 보노라니, 어렴풋이 옛 생각이 떠오르며 색다른 감회에 젖어들게 됐다.
신을 교묘하게 조합한다 해도, 만족스런 야구 장면을 뽑아내기 위해 적잖은 N.G가 났던 이날 촬영은 스토리 보드 등을 미루어 볼때, 밤을 꼴딱 새워야 하는 상황이었다(추위를 못 견뎌 기자는 몇 시간 후에 슬며시 야구장을 빠져나왔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던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말처럼, 9회말까지 결코 시선을 뗄 수 없는 절묘한 매력의 야구.
그 가운데서도, 야구의 또 다른 매력과 가치를 보여줄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나머지 드라마 부분 촬영 등을 마친뒤, 오는 8월 무렵 개봉할 예정이다.
취재: 심수진 기자
* 아직 눈길을 떼지 마세요~이리저리 살펴본 <슈퍼스타 감사용> 촬영 현장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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