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힐러리 더프’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영화의 중심에 그녀를 앉혀두고 있는 <리지 맥과이어>는 ‘어떻게 하면 그녀를 더 멋지고 근사하게 포장할 수 있을까’만을 고민한 영화다. 중학교 졸업식부터 시작되는 엉뚱한 실수와 사건들로 관객들로 하여금 힐러리 더프 혹은 리지 맥과이어라는 인물에 집중을 유도하는 영화는 오드리 햅번을 세기의 연인으로 변모시킨 로마까지 데리고 가 모험과 사랑 그리고 다양한 이벤트로 ‘앤 공주’의 후광까지 탐하며 끈임 없이 예쁜척을 해 댄다. 물론 청초하면서도 순박했던 그 옛날의 오드리 햅번 스타일의 그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도전적인 현대 청소년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대표하려는 야심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요즘 청소년들이 갖는 최고의 관심사는? 이라는 질문에 바로 ‘연예계’ 혹은 ‘연예인’이라는 답을 유추해 내는 것이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청춘의 아이콘이자 닮고 싶은 대상 혹은 온갖 악담을 퍼부어 대면서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대상이 바로 연예인 혹은 연예계다. 그런 아이디어를 이 영화 <리지 맥과이어>에서는 흥행을 염두하고 당연히 차용 했으며, 평범한 소녀가 로마로 수학여행(?) 갔다가 톱스타와 함께 공연까지 한다 라는 황당한 설정을 가지고 무려 90분 동안이나 밀고 당기고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국적인 풍경과 꽃미남과의 환상적인 데이트, 거기에 누구도 평범하게 경험할 수 없는 연예계 입문까지 스트레이트로 펼쳐나가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이 우스운 건지 아니면 내가 한심한 건지 종잡을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고 만다.
일은 잔뜩 꼬여 들고 등장인물들 역시도 나름 많은 것이 분명한데, 어느 하나 재미를 안겨주는 에피소드가 없고, 누구 하나 개성을 드러내는 캐릭터가 없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다. 오직 리지 맥과이어를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녀에게 끝없는 애정과 관심을 표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자칫 소름이 돋을 정도가 된다. 작은 갈등조차 없는 이런 영화를 과연 무슨 재미로 봐야 하는 것인가! 오히려 나름대로 어설픈 악동(?)으로 등장하는 리지 맥과이어의 남동생이 뭔가 큰일을 좀 저질러 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 정도로 밋밋함으로 일관하는 감독의 연출력에 진정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남는 기억이라곤 ‘힐러리 더프’의 깜찍 발랄한 패션쇼 밖에는 없는데, 태생적으로 그녀 주연의 시트콤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어쩌면 <리지 맥과이어>는 진정 자신의 소임을 완벽하게 다한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다.(원제가 ‘Lizzie McGuire Movie’다)이래도 ‘힐러리 더프’의 팬이 안 될 자신이 있어? 이 정도로 예쁘고 착하고 똘똘한데 뭐가 더 필요한 거야? 라고 계속 반복적인 물음을 던지는 <리지 맥과이어>는 확실히 ‘힐러리 더프’를 알리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홍보물임에 분명하다. 마지막에 흐르는 주제가까지, 더 이상 완벽할 수는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