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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9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단관 개봉하는 <판타스틱 플래닛>은 여기에 이달에 우리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영화목록의 밑 칸에 굵은 글씨를 추가해준다. 애니메이션이면서도 가볍지 않은 주제와 환상적이어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페이퍼 작법으로 스크린을 수놓는 이얌 행성의 생태계는 <판타스틱 플래닛>의 탄생년도(1973년 제작)를 디지털 시대인 오늘 날에 와서도 기죽지 않는 자태를 지니게끔 만든다.
세계 3대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지목되는 르네 랄루의 첫 장편 데뷔작인 <판타스틱 플래닛>은 푸른 거인(트라그)의 나라에서 마치 바퀴벌레나 애완용 동물처럼 지배되는 인간(‘트라그‘들은 인간을 ‘옴’이라 지칭함)의 삶을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묘사로 담아내고 있다.
스토리는 존 트라볼타 주연의 <배틀필드>를 본 사람이라면, 누군가는 모방작이라고 함부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르네 랄루의 영화는 무려 30년이 지나서야 우리에게 소개되는 영화이다. 시간의 긴 터널을 뚫고 찾아 온 <판타스틱 플래닛>은 매혹적이지만 애니메이션의 한계로 지적되는 리얼리즘을 극대치의 상상력으로 인해 이질적인 현실감이 들게끔 둔갑시켜, 일반적인 만화영화를 보던 흥겨움이 공포감으로 전이되는 감흥을 받을 것이다.
스크린에 반사 된 인물과 사건에 동일감을 잇지 못했던 그간의 애니메이션과는 확실하게 구별되는 감정의 배반은 거리두기에 실패하지만 점점 이 매혹적이지만 공포스러운 이얌 행성의 전경에 눈을 땔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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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야캬지 하야오의 작품이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선에서 빈틈없이 구성된 텍스트(이상적인 공동사회)라면 르네 랄루의 <판타스틱 플래닛>은 완벽한 완성을 위해 엉성하게 미리 꿰매는 시침질의 영리함을 지닌,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미학미를 조망한다.
지난한 이 글을 읽고 혹여나 <판타스틱 플래닛>을 찾아가는 당신의 발걸음이 무겁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영화 안내쟁이의 양심을 콕콕 찌르지만 어쩔 수 없다. 70여분간의 환상적인 현실감은 머리 속에 또렷또렷한 단어나열을 거부하니 말이다. 오랜 기다림에 끝에 만난, 애니메이션 영화가 영화예술의 언어영역 안에 포함됨을 증명시켜준, <판타스틱 플래닛>을 소개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함을 고백하면서까지 권하는 이유는 르네 랄루가 이끄는 세계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주기에 어색하지만 오래도록 여운을 주는 이 감정을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강대국의 애니메이션과는 무언가 다른 감흥을 주는 <판타스틱 플래닛>을 당신의 영화 관람 목록에 꼭 추가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