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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빨리 제인 캠피온의 영화를 만나보겠다는 일념으로 행사장에 내리 3시간 동안 궁뎅이를 밀착하고 감상한 소감, 한마디로 제인 캠피온 감독만이 잡아 낼 수 있는 여성의 섬세한 심리가 안정적으로 스릴러 장르 안에 녹아든 영화라는 말씀!
<인더컷>은 여자의 몸과 머리를 분리시키는 엽기 연쇄살인범 사건에 우연히 연루된 폐쇄적인 성격의 소유자 프래니(맥 라이언)가 겪는 욕망의 이중주를 그린다.
자신을 찾아 온 말로이 형사의 뒷모습이 살인자가 아닐까 의심하면서도 그와의 위험한 사랑에 빠져드는 프래니의 심리를 살인과 섹스 그리고 집착에 융해해 장르의 변주, 확장을 모색한 작품이다.
특이한 점은 스릴러 장르가 이야기를 이끄는 중심축으로 작용되는 것이 아니라, 프래니의 이중적인 욕망의 뚜껑을 열어주는 매개체로만 이용된다. 영문학을 가르치는 지식인인 프래니가 흑인들의 외설스러운 속어를 연구하고, 오럴 섹스를 즐기던 얼굴도 모르는 남성을 상상 안에 끌어들여 자위하는 모습을 통해 감독은 현대 여성들이 갖는 사회와 자아의 정체성의 간극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살인, 집착이 뭉뚱그려져 있는 음울한 도시 속에서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는 프래니는 모든 것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선 여성이다. 이런 그녀에게 찾아 온 말로이 형사의 위험스러운 욕망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꼼꼼하게 봉합되어 있던 욕망의 실체를 한올한올 풀어 재끼는 요소로 등장한다. 프래니가 꿈꾸던 로맨틱한 사랑에는 살인과 집착은 배제되어 있어야 하지만 실체가 드러난 욕망 앞에서 팬티를 벗기 망설이는 그녀에게 살인이라는 죽음의 메신저는 거짓 자아를 배신하게끔 하는 기폭제가 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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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켐피온 감독은 프래니의 정적인 삶에 희망적이지 않는 사랑에 열중하는 이복 동생 폴린(제니퍼 제이슨 리)과 스토커 존(케빈 베이컨)을 배치시켜 스릴러 장르의 상투적인 긴장감을 각양각색의 인물이 충돌하는데서 오는 부조리로 대체한다.
결국 스릴러적인 요소들이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는 도구로 변이하여, <인더컷>은 인물의 감정선을 놓치지 않는 드라마틱한 구조를 부여받는다.
낭만적인 로맨스에는 진실한 사랑의 본질 즉, 욕망이 배제되어 있기에 제인 켐피온 감독은 좀 더 직설적인 방법으로 <인더컷>을 통해 사회와 화해하는 여성을 희망적으로 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