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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주인공 또한 TV시리즈 <다크엔젤>(제임스 카메론 제작)에 출연하여 국내 팬들에게 알려진 제시카 엘바가 허니로 나온다는 요소도 구미를 당긴다. 무엇보다도 브리트니 스피어스, 백스트리트 보이스, 어셔 등의 뮤직비디오를 감독했던 빌리 우드러프가 만든 뮤직비디오 같은 영화화면에 더 많은 기대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허니 다니엘스로 나온 제시카 엘바의 인형 같은 외모에 넋이 나가기는 했는데 음악과 춤은 왜 그런지 그녀의 아름다운 육체를 더 환상적으로 보이게끔 만들지는 못한다.
지금까지의 댄싱 영화들의 종합판 같은 스토리에 할리우드 영화의 감동 공식중 하나인 스승과 제자의 교육적인 내용까지 추가하여 <허니>는 풍성한 볼거리 이면에 드라마를 강하게 배치시킨다. 그러나, 액센트 없는 춤 장면은 제시카 엘바의 이국적인 외모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고 <플래시 댄스>처럼 관객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신명이 결여되어 있다. 또한, 미셸 파이퍼 주연의 <위험한 아이들>를 흡사 보는 듯한 빈민촌 아이들과의 정신적 교류는 통찰력 있는 문제 의식이 결여된 외피만 흉내내어 영화의 텍스트를 꼼꼼하게 채울 뿐 그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물론, 전형적인 할리우드 성공 스토리인 <허니>가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하게 영화 전반에 깔았다고 해서 <죽은 시인의 사회>와 같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할 필요는 없지만, 힙합마저 허니의 성공을 돋보이게 하는 소재로 전락하는 이야기 구조에서 드라마에 대한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 것도 사실이다.
무언가 심하게 결핍된 <허니>는 그래서 스크린에 불이 들어오면 음악과 춤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는다. 우린 그녀의 성공에 손뼉 칠 수 있는 관객이지만, “힙합”이 진정 이 시대에 어떠한 기능을 하는 춤인지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때문에 소재로써만 기능 하는 힙합에 영화<8마일>같은 드라마적인 감동을 기대한 필자의 욕심은 단순한 이기심으로 남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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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절망이 몸부림치지만 표현할 길이 없는 세상의 90%을 채우는 몸치들을 위해 허니는 좀 더 현실적인 힙합과 꿈을 얘기해줬어야 한다. 힙합은 절망에서 나온 춤이다. 흑인들이 자신들의 피부색깔 때문에 받는 차별과 진드기처럼 붙어 있는 가난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망에서 나온 춤이다.
단순히 할리우드 영화 공식에 맞추어서 선보인 그녀의 모든 춤들은 그래서 마음 깊이 울리는 신명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