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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독이 몸부림 칠 때>는 60~70년대의 영화의 향수를 생각나게 하는 제목으로 우리의 시선을 끈다. 또한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온 나라를 점령하고 있는 시점에 들고 나왔다는 것에서 노장들의 배짱이 묻어난다. 무조건 스케일이 커야 한다는 강박증 같은 신드롬 속에서 이들이 들고 나온 무기는 자신들의 주름진 얼굴과 오랜 연기생활에서 묻어나는 향수 어린 친밀감이다. 참 소박하다.
자극적인 소재와 쭉쭉빵빵한 스타가 나오지 않는 이상 고탄력한 피부를 자랑하는 젊은 층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소재와 더불어 뱃살 두둑한 주현 오빠!의 알몸을 감상하기란 그리 눈 맛 땡기는 메뉴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고독이 몸부림 칠 때>에 나온 배우들은 TV만 켜면 우리가 좋아하는 드라마 속에서 우리의 스타를 돋보이게 해주는 양념 역할을 하는 베테랑 조연들이면서 코미디언 못지 않은 웃음을 주던 재간꾼들이다.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왕년의 주연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었던 그들이 영화 속에서 다시 주연이 되었다는 위치관계의 변화만 있을 뿐 엄연히 <고독이 몸부림 칠 때>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작은 항구마을에서 타조 농장을 하는 배중달(주현)과 그의 동생 중범(박영규)은 옆집 사는 뻥도 심하고 심술도 많은 조진봉(김무생)때문에 허구한 날 도망간 타조를 찾는 일로 아침마다 분주한 홀애비 형제이다. 물론 조진봉도 홀애비이기는 마찬가지다. 온 동네 잔치처럼 서로를 못 죽여서 안달 난 중달과 진봉을 뜯어말리는 임무를 맡은 홍찬경(양택조)과 이필국(송재호)은 이들의 오랜 친구들이기도 하다. 필국도 아니나 다를까 손녀딸 키우는 것을 낙으로 삼는 오래 묵은 홀애비 신세.
오늘도 노년의 외로움을 서로에게 주먹질로 한풀이하는 이들 앞에 서울에서 묘령의 아리따운 여인네가 나타나니, 조도라는 작은 섬을 위자료로 받은 인주(선우용녀)가 등장함으로써, 각박한 그들의 현실에 핑크 빛 로맨스가 펼쳐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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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뚜렷한 인물들의 관계 고리의 부재는 영화를 일상적인 에피소드의 나열로 보게 만들고 중범(박영규)의 동성애 코드가 가장 큰 사건이고 웃음으로 작용하는 구조는 영화의 의도가 흐려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비교를 들자면, 얼마 전에 개봉한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서 잭 니콜슨과 다이앤 키튼의 사랑이 신선하게 보였던 이유를 생각하면 쉽게 간파 될 듯 하다.
잭과 다이앤은 좀 더 치밀하게 현실적으로 사랑을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 <고독이..>는 그저 나이 드신 양반들이 오버와 억지스런 상황으로 그들만의 사랑을 엮어간다. 누구나 열정적인 사랑과 질투를 한다. 그것이 우리보다 단지 얼굴에 주름이 많다고 해서 다르지는 않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누구나 다 아는 이들의 사랑(삶)을 어떤 식으로 보여주어야 했을까? 잭과 다이앤처럼 현실 그대로 우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소소하게 다루어야 하는 게 정석은 아닐 것이다. 단지, <고독이..>는 너무 많은 것에 의미를 두려고 했던 그 지루한 일상 속에서 의미가 동일감이라는 감정으로 확장되지 못했을 뿐이다.
이들이 우리보다 늙어간다는 것에 더 많은 두려움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으로만 이 영화의 의미 깊음을 만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허기감이 든다.
그러나 한국 영화의 다양성의 맥락에서 본다면 이런 영화가 제작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린 그들의 열정과 삶을 흐뭇하게 보아주어야 하는 미덕이 많은 관객이 되어야 하는 시점이 지금이기도 하다.
주현오빠, 무생오라버니, 영규삼촌, 택조형 그리고 용녀누나의 사랑이 그들만의 사랑이 아닌 우리들의 늙음에 희망적인 미래를 보여줌을 그나마 감사하면서 말이다.
그들만의 몸부림......... 그들만의 사랑................그들만의 리그에 우리도 동참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