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의 승자는 여전히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였다. 재의 수요일이었던 지지난주 개봉한 후로 무려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셈.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오스카 후보에 오르며 한참 탄력 받은 조니 뎁의 <시크릿 윈도우>가 새로 개봉했지만 멜 깁슨의 불타는 신앙심을 저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주말 사흘간만 3160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현재까지 토탈 수입은 2억 6천 4백만 달러 선. 2위인 <시크릿 윈도우>의 주말수입은 1900만 불이다.
<시크릿 윈도우>는 헐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스티븐 킹의 스릴러물을 각색한 영화로, 갑자기 자기 글을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한 위협적인 인물(존 터투로)에 의해 걷잡을 수 없이 삶이 파괴되어 가는 소설가(조니 뎁)의 이야기를 다룬다. 극장 당 평균수입은 6043달러로 꽤 선전했지만 역시 스티븐 킹 원작의 <그린 마일>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 (<그린 마일>은 1999년 개봉해 첫 주말 수입 1800만 달러, 토탈 수입 1억 3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3위에 랭크된 벤 스틸러, 오웬 윌슨의 <스타스키와 허치>는 지난주보다 한 계단 내려섰고, 수입은 43퍼센트 격감했다. 하지만 코미디임에도 평론가들의 호의어린 평을 받고 있으며, 스눕 독을 비롯한 조연들의 코믹연기에 대한 반응도 매우 좋은 편.
<에이전트 코디 뱅크스 2>의 오프닝 성적은 한 마디로 실망스러웠다. 1편의 의외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된 속편은 주말 3일 간 8백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5위로 데뷔했는데, 이는 첫 편 개봉 주 수입의 고작 절반에 미치는 수준. 주말 박스오피스 전체수입은 지난주에 비해서는 21퍼센트 정도 감소했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15퍼센트나 증가했다. 이는 역시 전체 티켓 판매분의 31퍼센트를 점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공.
한편 곧 부활절 주말을 앞둔 시점이기도 한 터라 <패션...>의 열풍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배급사 뉴마켓은 이 작품이 북미에서만 3억에서 4억의 총수입을 거둬들일 거라고 예측하기도. 이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과 어깨를 겨룰 만한(혹은 이를 뛰어넘을 만한) 성적으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PG-13 등급인 <반지..>와는 달리 R 등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 R 등급 영화 중 2위에 해당하는 진기록을 세운 셈이다. 그리하여 사재 2500만 불을 털어 넣어 이 영화를 제작한 멜 깁슨은 최소 3억 5천만 불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이게 됐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4월 2일 국내 개봉하는데, 미국에서의 붐이 한국으로도 이어질 지가 최대 관심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