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의 스토리는 이렇다. 전쟁영웅인 주인공이 사실은 살인병기로 길들여졌던 과거가 있고 그로 인해 내적 갈등을 폭력과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분노한다는 내용이다. 간단명료하게 정리되는 이야기임에도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이라면, 당연지사 아카데미가 극찬해 마지 않았던 두 배우, 베네치오 델 토로라는 배우와 토미리 존스의 연기를 가장 먼저 꼽을 수 있겠다.
짙은 다크서클과 더불어 약간 초점을 잃은 듯한 베네치오 델 토로의 눈빛은 그 흐림을 넘어 강력하고 파괴적인 본성이 애초에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영화가 베네치오 델 토로를 위해 기획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딱 들어맞는 캐릭터는 관객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그 소임을 다한다. 뿐만 아니라 그와 또 다른 축을 이루어 가는 토미리 존스의 침착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는 영화의 균형을 맞추는 강력한 힘으로 군림한다.
영화는 두 배우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했던 만큼 그 둘의 성격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는데, 이것이 앞서 말했던 또렷한 색감에서 그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광기에 젖어 들어 살인을 자행하는 베네치오 델 토로가 등장하는 장면은 대부분 어둡고 칙칙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나 의상을 비롯 조명까지도 눈빛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어둡게 처리해 주인공이지만 ‘악’에 가까운 캐릭터임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반면, 그를 교육했던 토미 리 존스의 등장은 대부분 흰색 혹은 밝은 색을 배경을 사용하거나 환한 조명을 통해 일반적인 ‘선’의 캐릭터임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 둘의 관계는 색깔을 활용해 가면서까지 이분법으로 구별할 만한 성격이 되지 못한다. 일단, 광기의 구렁텅이에 빠진 주인공을 트레이닝 한 것이 다름아닌 토미리 존스이고 그 역시도 많은 폭력과 살육을 일삼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선과 악의 구별과 어설픈 정의에 대한 집착은 지나친 미국식 집착이 아닐까 싶다.
영화는 이야기의 얼개가 허술하고 수축과 이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오랜만에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두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어쩌면, 이런 식의 투덜거림 혹은 아쉬움을 토로하지만 않는다면, 90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지나간다고 느낄 수도 있다. <엑소시스트>로 유명한 윌리엄 프레드킨 감독은 예의 음울하고 매혹적이며 감각적인 영상을 스크린에 뿌려대지만, 이 영화와 그의 연출력은 그다지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다.(영화 시작 10여분간의 전쟁장면과 산림을 배경으로 한 두 주인공의 대결 신은 상당히 볼만한 장면들이다)
감독이 주장하려던 바는 혹시 전쟁은 나쁜 것. 인성을 망치는 것. 그것이 바로 공포 그 자체라는 것 등등 이었을까? 이 같은 이해를 하기에 영화는 너무 액션에 치우쳐버린 것은 아닐까. 그리고 파괴적인 시작이 왜 뒤로 갈수록 힘을 잃게 되었을까. 제목이 왜 <헌티드(Hunted)>일까를 곰곰이 생각케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