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되었건 제목이 말해주는 것과 같이 이 영화는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멕시코 영화다. 단돈 7000달러라는 제작비로 몇십배의 수익을 올린 <엘마리아치>의 마지막 속편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는 때문에 미국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그 인기를 과시한 작품이기도 하다.
일단, 이 영화는 출연진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편 <데스페라도>에서부터 등장해 로드리게즈 감독과 찰떡 콤비로 붙어 다니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계속해서 주인공 ‘엘 마리아치’로 등장하고 있으며, 가장 육감적인 몸매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까지 오르며 그 능력을 만방에 떨치고 있는 셀마 헤이엑이 고혹적인 자태로 화면을 후끈 달아 오르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인디영화와 블록버스터 사이를 오가며 진정한 할리우드 톱스타의 반열에 오른 조니 뎁이 다양한 분장을 통해 심심한 재미를 안겨주고 있으며, 이제는 한물간 배우로 잊혀지기 직전이었던 윌리엄 데포와 미키루크의 얼굴도 찾아 볼 수 있다. 여기에 라틴 최고의 가수로 꼽히는 엔리케 이글레시아스를 비롯해 이름은 낯설더라도 얼굴을 보면 ‘아! 저 배우’ 할 인물들이 줄을 서서 등장하고 있으니...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이렇게 화려한 출연진을 꾸릴 수 있었던 까닭은 로드리게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이유 뿐 아니라 ‘멕시코 3부작’으로 알려진 이번 프로젝트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관계자들이 먼저 직시한 탓이 아닐까 싶다. 이미 전편에서 새로운 액션스타일을 창조했던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에 뒤질새라 쉴새 없이 총알이 날아 다니고 그 총알 사이로 주인공들이 용맹 무쌍하게 악당들에 대적하는 몇몇 장면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액션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특히나 멋들어지게 기타를 들고 등장하는 총잡이 삼인방(반데라스와 이글레시아스 그리고 또 이름 모를 술주정뱅이)이 황갈색 먼지를 헤치고 나오는 장면에서는 감탄사가 쏟아질 정도의 비장미가 느껴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는 그냥 ‘엘 마리아치’의 사랑과 복수로 끝났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더 스타일리쉬 하고 감각적이며 대중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뭔가 화려한 액션에 감탄을 할때가 되면, 갑자기 복잡다단한 정치 이야기가 끼어 들면서 흥을 깨버리니... 어쩌면 우리나라 극장가에서 잘 먹히지 않은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았나 싶다.
<엘마리아치>, <데스페라도>를 본 사람 이라면 그래도 유종의 미는 거두는게 좋지 않을까? 2000원의 미학, 비디오로 나왔으니 챙겨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