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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다. 그가 들려주는 젊은 날의 고생담이나 영웅담 중 반은 ‘뻥’이라는 사실을. 그럼에도 굳이 그러한 진실을 밝히지 않고 묵묵히 경청하는 척하며 순응하는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들쳐내봤자 서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가족의 태평성대를 위해 자신의 사적 시간을 흔쾌히 희생하는 것이다. 또 그래야 마땅함이 가족이고.
하지만, 보편적 거짓말이 아닌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만큼 초대박성 블록버스터급 구라를 하루가 멀다하고 릴레이 하신다면 그것도 임종을 앞둔 숭고한 순간에서마저 “왕년에 아빠는 말이야...”를 찾는다면 자식들로부터 좋은 소리 못 듣고 세상을 하직할 가능성 심히 농후하다.
<혹성탈출>로 쓴 맛을 단단히 본 팀 버튼의 신작 <빅 피쉬>는 바로 이러한 내러티브를 가진 영화다. 이쯤에서 눈치 빠르신 분은 뭔가 아니다 싶은 필이 지금 막 와닿고 있을 게다. 이야기보다는 가공할 만한 그로테스크한 시각적 이미지로 감독으로서의 명성을 굳건히 다진 팀 버튼의 작품인데 왠지 모르게 영화의 줄거리가 다른 것보다 앞서고 있지 않은가 하는 아기 보살님스런 신통한 예지 능력이 강하게 뻗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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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훈훈한 스토리의 적자라 할 수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 작품을 오래 전에 이미 시도하려고 했던 것만 봐도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주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어색함을 자신의 주 종목인 판타지로 메움으로써 여전히 팀 버튼의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빅 피쉬> 안에 팀 버튼의 장기가 잘 살려있네, 전보다 덜 하네 이 문제보다 현실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건 당 영화, 의외로 은근히 졸음을 유발시킨 다는 거다. 대관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초반에는 감이 잘 안 잡힌다는 말씀. 그렇다면 중반에는 뭔가 알겠지, 하고 무작정 기대해보건만........ 역시나다. 상당한 시간이 경과되고 나서야 영화가 뭔 말을 하고 있는지 대충 알 수 있다. 고로 <빅 피쉬>, 심심할 여지가 있는 영화이니만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을 취한 후 관람하는 게 좋을 성싶다.
대신, 영화는 그에 상응하는 감동 비스무리한 걸 막판에 준다. 아버지의 구라가 현실 안으로 걸어 들어오면서 구라가 아니었음이 아들의 망막에 잡히는 순간 묘한 기분이 드는 마지막 한방, 뭐 가슴을 쥐어 짤 만큼 대단한 그 무엇은 아니지만 2시간이 헛되이 소비되지 않았음을 충분히 느낄 만한 잔잔한 여운의 잔영을 보는 이의 가슴에 남긴다.
어쨌든, 팀 버튼의 <빅 피쉬>가 민초들의 이야기의 힘을 설파했건, 부자간의 가족애를 그렸건, 필자의 경우 영화를 본 후 한 가지만은 확실히 깨달았다.
훗날 내 애들에게도 “왕년에 아빠는 말이야.....”를 들려 줄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