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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한 유능한 영화 관계자가 잠들어 있고, 그의 장례식에 속속 얼굴을 내미는 헐리웃의 스타들. 그들의 비통하지만 냉정한 모습에 도열한 사람들은 환호를 보내고, 애도를 표하러 온 사람들보다 그네들을 취재하러 모여든 기자들이 더 많은… 이상한 장례식.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영화사 사장인 토마스 인스의 생일을 맞아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그의 정부 메리언과 함께 선상파티를 연다. 이곳에는 영화사와 언론사 인물들이 초대 되는데, 그 속에는 메리언과의 관계가 의심스런 찰리 채플린도 포함되어 있다. 메리언과 찰리를 의심의 눈길로 쫓고 있는 윌리엄과 윌리엄의 투자를 받기 위해 메리언에게 보내는 찰리의 연서를 훔쳐 낸 토마스. 일에만 몰두하느라 자신을 돌아봐 주지 않는데 마음이 상한 토마스의 정부 마가렛, 윌리엄의 신문사 일을 따내려 동분서주하는 칼럼니스트 롤리 등 배에 오른 이들은 저마다 화려한 외모 이면에 각기 다른 욕망으로 들끓는다.
영화 <캣츠>는 1924년에 있었던 실제 사건으로, 헐리웃 최고의 스캔들로 불리는 토마스 인스 사망(혹은 살인) 사건이 당시 언론 재벌이었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에 의해 조작 은폐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바탕으로 스티븐 페로스가 쓴 희곡을 직접 각색하고 피터 보그나노비치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
영화 속 인물과 사건이 모두 실제의 것이기에 더욱 흥미진진한 이 영화는 <시민 케인>의 실제 모델이었던 언론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를 비롯, 한때 영화사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토마스 인스, 일과 사랑에 어느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광대 분장을 벗긴 찰리 채플린 등, 낯설지만은 않은 헐리웃 무성영화시대의 막바지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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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말미에 선상파티에 함께했던 인물들의 후일담을 전해주며 실제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날렵하게 정리한다. 그리고, 극중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꿈속에선 언제나 선상파티로 돌아가 춤추는 그들을 바라본다. 그런 그들이, 혹은 자신의 모습이 바보 같다 생각되지만 거기서 멈출 순 없었다고….
그것이 바로 영화 속에 여러 번 언급되는 채플린의 영화 <황금 시대>의 논지요, 무성영화 시대에 만연했던 풍토이자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는지.